대체투자 리밸런싱 속도전…자본확충 효과로 킥스비율↑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이르면 이달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돌입하는 롯데손해보험이 항공기 등 대체투자 포트폴리오를 대거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시장에서 롯데그룹이 대주주였던 시절 투자한 부실자산에 대한 의구심이 꾸준히 제기돼왔던 만큼 적정 매각가를 제대로 평가받기 위한 몸집 만들기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11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손보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수익증권 보유액은 4조694억6천6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0년 말과 비교하면 8천719억 원이나 줄어든 규모다.
통상 보험사 수익증권에는 부동산을 비롯해 사회간접자본(SOC), 선박, 항공기 등 인프라 투자, 그리고 단기자금 운용을 목적으로 한 머니마켓펀드(MMF)도 포함된다.
현금 유동성의 하나인 MMF의 최근 보유 추이를 고려한다면 3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약 6천억 원 남짓의 수익증권 투자 손실을 선제로 인식한 것으로 추정된다.
◇ 항공기·부동산도 팔았다…익스포저↓유동성↑
그간 IB 업계에서는 롯데손보가 각종 대체투자의 리파이낸싱을 통한 투자금 회수에 돌입했다는 관측이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롯데손보는 JKL파트너스로 인수되기 이전에 집행된 무리한 항공기 투자로 속앓이를 해왔다. 전체 운용자산의 3분의 1가량을 대체투자로 채웠던 과거 한 때, 항공기 투자 관련 익스포저는 1조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그 여파는 팬데믹 이후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지난 2020년까지 롯데손보는 대체투자 부문에서 발생한 투자 손실로 적자 행보를 이어왔다.
투자 기조가 바뀐 것은 지난 2021년 하반기부터다.
새로운 대주주 JKL파트너스를 맞이한 롯데손보는 블랙스톤과 UBS 등 해외 유수의 IB에서 대체투자를 경험한 송준용 전무를 최고투자책임자(CIO)로 선임해 대체투자 자산의 리밸런싱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송 전무가 이끈 자산관리그룹에는 업계에서 내로라하는 외부 출신 대체투자 전문가들도 다수 합류했다.
실제로 지난해 롯데손보는 복수의 항공기 매각에 성공해 투자자산 일부를 차익 실현했다.
아직 보유 중인 항공기가 더 있지만, 이 역시 매각을 추진 중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전언이다.
한 신용평가사 연구원은 "일부 항공기 관련 투자 자산을 처분한 것으로 안다"며 "관련 익스포저가 아직 남았지만, 매각을 앞두고 대체투자 자산을 줄이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롯데손보는 항공기에 그치지 않고 각종 인프라와 부동산 자산들도 처분했다.
네덜란드 폐기물과 영국 태양광 관련 인프라를 각각 매각과 재구조화한 게 대표적이다. 핀란드 우체국 물류와 네덜란드 소재 베스타스 유럽 물류창고도 매각해 차익을 봤다.
특히 부동산 경기 악화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이슈가 제기됐던 자산들도 대거 리파이낸싱에 돌입했다. 수서 로즈데일 수익증권을 재구조화해 420억 원가량 회수했고, 부천 카스퀘어와 전주 효자몰, 이천 롯데프리미엄아울렛 관련한 대출들도 각각 200억원 안팎으로 대출을 회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밖에 보유 중이던 일본 지바현 토지 매각에도 성공, 100억원대 유동성을 확보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롯데손보뿐만 아니라 해외 부동산, 인프라 투자를 정리하려는 움직임이 다수의 금융사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저금리 시절에는 알파 수익을 좇으려는 니즈가 컸지만, 지금처럼 시장 변동성이 클 때는 오히려 부담이다. 바벨 형태의 자산을 구성하는 것은 옛말"이라고 설명했다.
◇ FVPL 줄여서 자본확충 효과…킥스 '오르고' 이익 '늘고'
롯데손보가 대체투자 익스포저를 대거 축소하고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은 단연 성공적인 매각을 위한 선제 조치로 풀이된다. 집중적으로 손익을 관리해 이익 체력을 늘리겠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지난해부터 IFRS17과 함께 도입된 IFRS9 체제에서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FVPL)의 중요성이 커진 것도 중요한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연합인포맥스가 8월 28일 송고한 '투자 손익 적자가 보여준 IFRS9 효과…보험사 실적 최대변수 'FVPL'' 제하의 기사 참고)
IFRS9에서는 평가손익이 당기손익으로 반영되는 FVPL 자산의 범주에 과거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했던 구조화채권과 수익증권이 포함된다. 그렇다 보니 변동 계수가 높은 수익증권은 보험사에 고스란히 리스크를 안겼다.
특히 팬데믹 이후 대내외 금리 인상 기조가 장기화한 데다, 최근 태영건설 사태로 가시화한 부동산 PF 위기는 금리에 따라 출렁이는 수익증권의 손익 변동성을 더 확대하는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
결국 롯데손보가 단행해온 최근의 대체투자 익스포저 조정은 이 같은 매크로 환경의 변화와 매각이라는 특수한 경영 목표가 맞물린 전략적 선택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눈에 띄게 개선된 킥스(K-ICS) 비율은 선제 수익증권 손실 인식의 효과를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지난 2022년 말 금융당국의 권고 수준인 150%(RBC 기준)를 간신히 지키는 데 불과했던 롯데손보의 자산건전성은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208.45%까지 개선됐다. 특히 지난해 킥스 비율은 분기마다 20%포인트(P) 씩 상승했다. 수익증권의 익스포저가 줄어듦에 따라 킥스 비율 산출에 필요한 요구자본도 축소돼 간접적으로 자본확충 효과를 낸 셈이다.
지난해 롯데손보가 증권사를 대상으로 해온 기업설명회(IR)에서 이익 체력에 자신감을 보인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롯데손보는 지난해 3분기까지 2천629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6천억원 규모의 수익증권 손실이 인식된 점을 고려하면 시장의 기대치를 웃도는 성과였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IR에서마다 결산 실적에 대한 자신감이 엿보였다. 대체투자 자산에 대한 리밸런싱을 통해 적극적인 FVPL을 관리함으로써 대형사 수준의 밸류에이션에는 일단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의 리밸런싱 속도가 문제다. 단기간 내 고정이하여신 등 부실자산 비율이 커질 순 있지만, 지금 수준의 자본 버퍼라면 감내할 여력은 있어 보인다"고 내다봤다.
jsjeong@yna.co.kr
정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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