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달간 진행될 실사 결과 따라 경영정상화 구조조정 여부 판단
우발채무 파악·PF사업장 조정 관건…뉴머니 필요시 조정 가시밭길
경영정상화 계획 합의 못보면 워크아웃은 종료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정원 기자 = 과도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로 유동성 어려움을 겪는 태영건설의 운명이 11일 결정된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채권단에 포함된 금융사를 상대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개시 여부에 대한 서면 동의서를 이날 자정까지 받는다.
정부와 채권단의 압박에 태영그룹이 추가적인 자구안을 제출하면서 일단 워크아웃 개시를 위한 채권단 동의 75%는 무난히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채권단이 앞으로 진행할 서너달 간의 정밀 자산·부채 실사는 경영정상화를 향한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PF 사업장에 대한 대대적인 정리 작업과 함께 그간 채권단과의 협의 과정에서 발견하지 못한 우발채무 규모, 태영그룹이 약속한 자구안에 더해 추가적인 자금투입이 필요할 경우의 조정 등의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어 향후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단 이변없는 한 찬성 75% 넘을 듯…중소채권단 '변수'
산은은 채권단 서면동의서 접수 결과를 보고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워크아웃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상 채권금융사 75%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600여곳에 이르는 태영건설의 채권자 중 450곳 이상이 찬성해야 워크아웃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투표방식은 서면 결의다. 금융채권자는 이날 자정까지 팩스 또는 이메일로 워크아웃 개시에 대한 찬반 의사를 전달한다.
이날 늦게까지 서면결의가 들어오는대로 취합을 하고, 채권액을 확인하는 등의 절차를 감안하면 12일께 최종 결과가 발표될 전망이다.
금융권은 일단 워크아웃을 개시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자의 의결권은 신용공여액 기준인데, 이 범위에 따라 산은과 은행권이 33%가량의 의결권을 확보한다.
여기에 국내 금융지주 모든 계열사를 포함하면 채권 보유 비중은 45% 이상으로 높아진다.
여기에 건설공제조합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국민연금 등 금융당국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기관의 의결권이 30% 이상으로, 모두 합치면 무난히 가결 기준인 75%를 넘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앞서 대주주 사재출연과 자구안 이행 여부 등을 놓고 태영과 채권단 간 갈등이 깊어지면서 워크아웃 무산 가능성까지 거론됐지만,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압박에 태영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잔액인 890억원을 태영건설에 투입하고 추가 자구안을 내놓으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태영은 대주주인 윤석민 회장(25.4%)과 윤세영 창업 회장(0.5%)의 티와이홀딩스 지분과 티와이홀딩스가 보유한 SBS 지분(36.3%)을 담보로 현금 확보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 티와이홀딩스의 자회사인 SBS미디어넷(95.3%)과 DMC미디어(54.1%) 지분을 담보로 추가 유동성을 확보하겠다고도 약속했다.
태영과 산은은 전일까지 은행권은 물론 새마을금고중앙회, 농협중앙회, 신협중앙회, 저축은행중앙회, 여신금융협회 등 제2금융권까지 불러 막판 설득작업에 열을 올렸다.
회의에 참석한 한 채권단 관계자는 "워크아웃을 통해 채권자와 채무자가 '윈윈'하자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면서 "금융당국이 연대보증채무 유예를 검토하는 만큼 중소채권사 역시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게 채권 회수 가능성을 높여 더 낫다고 여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일부 제2금융권 채권자들이 반대매수권 청구를 위해 워크아웃에 반대표를 행사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그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크아웃이 부결되면 태영건설은 법정 관리 절차를 밟게 된다.
◇태영 PF 사업장만 121개…'실사 난항' 전망
채권단 동의로 워크아웃이 개시되면 기업개선계획 수립을 위한 실사를 진행하고 PF 사업장 관리 기준 등에 대한 논의도 병행된다.
일단, 워크아웃 개시가 결정되면 태영건설 금융채권은 행사가 최대 4개월간 유예된다.
또 채권단은 외부전문기관을 섭외해 태영건설 PF사업장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고, 사업성을 기반으로 존속 능력을 따져 최종 '기업개선계획'을 도출하게 된다.
기업개선계획을 도출하는 3~4개월간의 자금 수요에는 태영건설이 직접 대응하는 것이 원칙이다. 채권단의 지원이 원칙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 기간엔 태영건설 금융채권에 대한 행사는 유예되나, 인건비·공사비용 등 운영비용은 태영이 자체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특히, 워크아웃 개시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면서 금융권 안팎에선 워크아웃 이후 진행될 실사에 관심을 두는 분위기다.
태영건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대출 보증채무를 지고 있는 사업장 수는 121개 수준으로 알려졌다
부실의 핵심으로 알려진 서울 성동구 성수동2가 지식산업센터 개발사업 이외에도 서울 구로·마곡과 경기 광주·김포, 대전, 강릉, 부산, 경주, 창원, 김해 등 전국에 사업장을 보유하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을 맡은 사업장에 돈을 빌려준 금융 채권단(피에프 대주단)은 600여곳 수준이다.
실사가 관건으로 꼽히는 이유가 이 지점이다.
사공이 많은 데다 태영건설의 PF 사업장 수와 특성을 고려하면 실사 과정이 녹록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많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결국 실사를 통해 PF 사업장의 정상화 방안을 만들고, 그 방안에 따라 우발채무들을 어떻게 관리할 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자금 유·출입이 안 맞을 가능성이 있는 데 이를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태영건설 입장에선 상거래채권 등에 대한 자금 수요는 여전한데, 태영건설 측이 미수금 등을 정해진 스케줄에 맞춰 수령하긴 쉽지 않아 자금 스케줄 상의 '미스매치'는 불가피하다.
이 관계자는 "자금이 맞지 않는 부분들은 태영이 새롭게 발표한 '4+1 자구안'을 활용해 최대한 맞춰야 하는 상황"이라며 "다만, 모자랄 경우엔 또 '뉴머니'(신규자금) 이슈가 생길 수 있다"고 전했다.
당초 태영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1천549억원의 태영건설 지원 ▲에코비트 매각 추진 및 대금 지원 ▲블루원 지분 담보 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 담보 제공 등 4가지를 초기 자구계획에 담았다.
하지만 채권단 내 기존 자구안이 미흡하다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태영은 지난 9일 SBS미디어넷을 포함한 '4+1'의 신규 자구안을 내놨다.
특히 태영은 추가로 자금이 필요할 경우 SBS와 TY홀딩스 지분도 담보로 제출하겠다고도 밝혔는데, 이는 향후 채권단이 '뉴머니'를 요청했을 때 이를 담보로 제공하지 않는다면 워크아웃은 종료된다는 의미다.
태영은 향후 자구안의 핵심인 에코비트 매각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태영은 사모펀드 KKR과 최근 2조~3조원대 몸값으로 평가받는 에코비트 공동 매각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의 다른 관계자는 "세 달 후 정상화 계획을 통과시키는 일은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반대매수청구권 등에 대한 대처도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워크아웃 개시는 말 그대로 시작에 불과하다. 여전히 험난한 과정이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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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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