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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에서] 美 연기금 협의체 AIF 총회…화두는 'NAV 렌딩과 우려'

24.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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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연합인포맥스) 진정호 특파원 = 미국 연기금 협의체 AIF(전미 대체투자 협의회) 글로벌이 9일(미국 동부시간)부터 10일까지 이틀간 뉴욕 맨해튼의 메트로폴리탄 클럽에서 연례 총회를 열고 투자업계의 화두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AIF 글로벌은 지난 2005년 설립된 미국 공적 연기금들의 협의체로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게 됐다. 그간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연기금 간 가교 구실을 해왔으나 아시아로 활동권을 넓혀야 한다는 판단 아래 작년 3월 서울에 AIF 아시아태평양(APAC)도 출범시켰다.

美 AIF 글로벌 총회 현장

◇AIF 글로벌, 창립 20주년 맞아

AIF는 매년 1월 연례 총회를 열고 그해 화두가 될 만한 주제를 토론한다. 올해 주제는 "미래 투자 전략의 탐색"이었다. 참석자들은 지정학적 위기와 경기침체 우려 등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연기금과 운용업계가 어떻게 방향을 설정해야 하는지에 집중했다.

참석 기관의 면면은 언제나처럼 탄탄하다. 연기금과 자산운용 업계, 학계의 주요 기관 관계자가 100명 넘게 참석한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는 이경택 한국투자공사(KIC) 뉴욕사무소장, 임성민 우정사업본부 뉴욕사무소장 등이 자리했다. AIF 글로벌 이사회 구성원이자 APAC 헤드인 정삼영 국민연금 투자정책위원도 함께했다.

이날 행사의 기조연설은 지정학적 위기에 관한 것이었다. 기조연설을 맡은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전 미국 해군 제독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제16대 연합군 총사령관도 지낸 군사통으로 현재는 록펠러 재단의 이사회 의장과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의 글로벌 부문 부의장을 맡고 있다. 그는 중동을 비롯해 지정학적 위기가 확산되는 과정과 우려 요인을 짚었다.

하지만 참석자들이 가장 관심을 보인 분야는 사모신용(private credit)과 NAV 렌딩(net asset value·순자산가치 대출)이었다.

사모신용은 고금리 환경 속에 급성장하면서 이번 총회에도 3개 섹션이나 할애될 만큼 참석자들의 관심도가 높았다. 하지만 고금리 탓에 운용사들이 자산 매각과 자금 회수에 애를 먹으면서 NAV 대출도 늘어나는 추세라는 점이 문제다. 이는 근본적으로 전략 차질이기 때문에 NAV 대출 증가를 둘러싼 출자자(LP)와 운용사(GP) 간 불편함도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NAV 렌딩 확산과 불편한 기색

NAV 렌딩은 사모펀드(PE) 운용사들이 투자 포트폴리오의 순자산가치를 산출한 뒤 이를 담보로 대출하는 방식을 뜻한다. 사모펀드들은 코로나19 사태로 포트폴리오 가치가 급락하고 매각이 어려워지자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투자자에게 수익을 돌려주거나 개별 투자자산의 부채를 갚는 경우가 늘고 있다.

NAV 렌딩은 매끄러운 전략이 아니라 임시방편이다. 펀드 청산 시기에 맞춰 자산을 매각하고 자금을 회수하는 게 정상인데 그게 어려워지니 일단 대출로 틀어막는 것이기 때문이다. 출자자들로선 운용사에 대한 신뢰가 하락한다는 문제가 있다.

더 큰 문제는 NAV 렌딩으로 해당 포트폴리오의 신용 위험은 더 높아진다는 점이다.

이번 총회 참석자는 "NAV 렌딩은 포트폴리오의 레버리지가 더 커진다는 점이 문제"라며 "원래 사모펀드는 개별 투자 시 대출을 받는데 이미 대출이 낀 투자 대상을 묶어 다시 NAV를 산출하고 대출을 더 받는 구조는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NAV 렌딩으로 포트폴리오의 신용 위험이 더 부풀어 오르는 것이기 때문에 출자자들은 불편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며 "사모신용 세션에서도 NAV 렌딩에 대한 여러 가지 의견이 오갔다"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는 "GP들은 NAV 렌딩이 아니면 지금 헐값에 세컨더리 시장에 팔아야 한다고 LP들을 '설득'하는데 LP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측면이 있다"며 "다만 NAV 렌딩은 출자자의 동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결국 LP가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우리는 지난해 사모신용 펀드 하나를 원하는 가격까진 아니었지만, 청산하고 자금을 출자자에게 돌려줬다"며 "다들 당연히 대출받아서 펀드를 연장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제때 청산하니 오히려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AIF글로벌의 고문 이사회 의장인 조시 레너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최근 NAV 렌딩과 관련한 케이스 스터디 자료에서 대출로 조기에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은 매력적이지만 동시에 '윈도우 드레싱' 성격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AIF 2024년 연례 총회 소개 화면

◇APAC 총회, 도쿄에서도 첫 개최

이번 총회에선 여성 투자자들로만 구성된 세션이 활발하게 돌아가는 점도 눈에 띄었다.

AIF는 이사회 내에 여성 투자자 운영 위원회를 별도로 설치하고 여성 투자자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총회 첫날 아침에 여성 투자자의 참석만 허용되는 세션이 열렸는데 올해로 10주년이 됐다. 패널 중에는 칼라일그룹의 창립자 데이비드 루벤스타인의 딸인 가브리엘 루벤스타인 알래스카퇴직연금의 부의장도 있었다.

총회 참석자는 "여성들로만 구성된 세션이 10년이나 이어지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며 "우리나라 운용업계에선 여성 투자자가 여전히 부족한데 더 나와야 하고 AIF APAC에서도 여성 세션이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시장, 기술 발전과 운용업계의 미래, 부동산 및 인프라 투자시장 전망에 대해서도 이번 총회에서 토론이 이어졌다.

이번 연례 총회가 마무리되면 AIF APAC 포럼이 올해 3월 5일과 6일 서울에서 열린다. 8일에는 도쿄에서도 APAC 총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정삼영 AIF APAC 헤드는 "올해 처음으로 도쿄에서도 총회가 열리는데 앞으로 한국과 일본의 연기금, 국민연금과 일본 공적연금(GPIF)의 교류 활성화에도 기여하는 게 목표"라며 "우리나라 연기금들도 더 적극적으로 글로벌 연기금과 교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jhjin@yna.co.kr

진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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