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전문성·다양성' 압박…학계 편중 해소 과제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이수용 기자 = 올해 3월 열리는 주요 은행계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임기가 대거 만료되면서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이사회 지배구조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날지 주목된다.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통해 이사회의 다양성과 독립성,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위 '교수님 이사회'로 불릴만큼 학계 편향적인 금융지주 이사회가 이에 부응하는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을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주요 금융지주는 올해 주총을 계기로 전문성과 다양성을 확대하는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를 엿보이고는 있지만, 현실성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이 큰 게 사실이다
◇ 3월 주총까지 금융지주 사외이사 67% 임기 만료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8개 은행계 금융지주 사외이사 57명 중 올해 주총에서 임기 만료를 맞이하는 인사는 38명으로, 전체의 67%에 달한다.
연임이 가능하기 때문에 실제 자리를 비우는 인사 규모는 이보다 적을 수 있지만, 이사회 지배구조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큰 만큼 실제 변화 폭은 클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임기 만료에 따라 교체 가능한 수요에 더해 이사회 규모 자체를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있어 실제 변화 규모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KB금융지주의 경우 현재 7명의 사외이사 중 김경호 이사회 의장을 포함해 권선주, 오규택, 최재홍 이사 등 4명의 임기가 끝난다.
김경호 의장은 임기를 모두 채워 연임이 불가능한 만큼 KB금융은 최소 1명 이상의 사외이사를 새로 선출해야 한다.
신한금융지주는 올해 주총에서 사외이사 9명 전원의 임기가 만료된다.
다만, 최장 6년으로 제한된 사외이사 임기를 모두 채운 이사는 없는 만큼 실질적인 교체 폭은 미지수다.
신한금융은 2022년까지 12명의 사외이사를 두고 있었으나, 사외이사 수를 줄이면서 현재 9명에 불과하다.
하나금융지주도 8명의 사외이사 중 6명의 임기가 올해 주총까지다.
그중 김홍진, 양동훈, 허윤 등 3명의 사외이사가 임기를 모두 채우면서 최소 3명을 신규 선임해야 한다.
우리금융지주와 농협금융지주는 각각 4명씩 사외이사 임기가 만료되고 BNK금융지주와 DGB금융지주가 3명, JB금융지주는 5명의 사외이사 임기가 오는 주총서 만료된다.
다만, 이들 금융지주는 최장 임기를 모두 채운 사외이사가 없는 만큼 재선임 가능성도 열려있다.
한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이사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다양한 방안의 사외이사 후보군 추천 방안을 찾아가고 있다"며 "필요한 사외이사 역량을 고려해 내부 검토 후 이사진 풀을 개선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 비중 커지나…행동주의펀드도 주주 추천
선진화된 금융사 지배구조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금융지주들도 사외이사의 전문성과 다양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금융지주들은 금융당국이 최근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발표한 점을 반영해 이번 사외이사 교체 시즌부터 이를 적용해 문제의 여지를 최대한 줄이겠다는 분위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내 금융사의 경우 학계 편중이 심한 것이 문제다"며 "미국의 경우 경쟁사 최고경영자(CEO)가 사외이사로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해당 분야에 해박한 전문가가 국내 금융지주 이사회에도 필요하다는 의미다"라고 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권 사외이사 직군은 학계가 37%, 금융계 22%, 관료 12%, 비 금융계 11%다.
금융권 관계자는 "학계 편중이 심한 것은 알고 있다. 다만, 생각보다 학계 이외에의 이사 후보를 확보하고 검증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지배구조 모범규준은 이사의 전문 분야와 직군, 성별 등 은행별 특성에 따라 전문성과 다양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이렇다 보니 학계 출신 중심으로 사외이사를 구성했던 그간의 관례에도 올해를 기점으로 변화가 예상된다.
DGB금융의 경우 지난해 사외이사를 7명으로 늘리면서 4명의 사외이사를 신규로 추천했는데, 그중 교수는 1명이었다. 나머지는 금융업과 법조계, 회계사 등이었다.
KB금융도 작년 신임 사외이사 후보 3명을 추천하면서 2명을 여성 사외이사로 선임해 여성 사외이사 비율 40%를 넘기기도 했다.
행동주의펀드들의 요구도 거세다.
기존의 '거수기' 역할이 아닌 최고의사결정기구로서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이사회 멤버들의 '전문성'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어서다.
이에 JB금융의 2대 주주인 얼라인파트너스는 최근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 후보를 대거 추천하기도 했다.
얼라인은 JB금융의 사외이사가 현원으로 유지될 경우 4인의 사외이사를, 증원될 경우 5인의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주총 안건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외국계 투자은행(IB) 등 글로벌 자본시장·투자 전문가와 스타트업 대표 등 정보기술(IT) 전문가, 지배구조 전문가 등을 후보로 제안했다.
이 가운데 학계 출신은 전혀 없었다.
다른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신규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업무역량표를 고려해 전문가를 선임하고 있다"며 "현장 경험이 있는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커지다 보니 교수 출신의 비중을 점차 줄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jwon@yna.co.kr
sylee3@yna.co.kr
이수용
sylee3@yna.co.kr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