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SEC 방문 출장 잠정 보류·해외 IR도 현안 수습 이후로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올 초 계획했던 해외출장 일정을 모두 보류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부터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의 대규모 손실 우려까지 굵직한 이슈가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국내 현안 챙기기가 우선이라는 판단에서다.
1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 원장은 이달 말 증권거래위원회(SEC) 방문을 위한 미국 출장을 검토했다가 추후로 미뤘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내시장 상황상 시급한 현안을 먼저 챙긴 후 미국 출장은 일정을 재논의하기로 했다"면서 "구체적인 일정은 미정이나 1분기 이후로 미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이 원장은 SEC를 방문해 겐슬러 위원장과 면담할 예정이었다. 가상자산 시장 관리·감독 및 불공정거래 조사·제재 등에 대한 양국의 협업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오는 19일 자본시장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양국의 정책을 공유하는 한편, SEC와 공조 체제를 강화해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에 대한 감시망을 촘촘히 구축하려는 차원이다.
특히 오는 7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 시행을 앞두고 미국의 선진 규제체계를 직접 살펴볼 방침이었다.
하지만 연초부터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계기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가 확산하는 등 금융시장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우선순위가 바뀌었다.
태영그룹이 태영건설 워크아웃의 전제조건인 추가 자구노력 등을 놓고 채권단과 갈등을 빚으면서 법정관리 가능성까지 나오자 금융당국 수장의 역할도 커졌다.
이 원장은 "자기 뼈가 아닌 남의 뼈를 깎고 있다", "지금은 감성의 문제가 아니라 숫자에 기반한 이성의 문제", "대주주 일가 개인 명의 자금은 따로 파킹된 건 아닌가" 등 연일 강공 메시지를 쏟아내며 태영을 압박했다.
결국 태영이 채권단에 대주주의 사재출연 등 추가 자구안을 제출하면서 극적으로 워크아웃이 개시됐으나, 실사 과정에서 대규모 부실이 발견될 경우 워크아웃이 중단될 가능성 등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하루가 다르게 불어나는 ELS 손실도 당장 수습해야 할 과제다.
홍콩H지수가 고점이었던 2021년 초를 전후로 판매된 ELS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올해 들어 지난주까지 KB국민·신한·NH농협·하나·우리 등 5개 은행에서 1천억원 이상 손실이 났고, 손실률은 50%를 웃돌고 있다.
최근 흐름을 그대로 이어간다면 이달에만 손실 규모가 4천억원, 상반기에만 5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눈덩이 손실이 확정되면서 투자자 민원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금감원은 판매 금융사에 대한 현장검사에 착수했으며, 이 원장은 늦어도 3월까지는 결론을 내겠다고 밝혔다.
ELS 불완전 판매가 입증될 경우 판매사는 손실액 일부를 배상해야 하는데 배상기준안에 대한 논란 등이 커질 수 있다.
이와 함께 이 원장은 올 초 진행하려 했던 해외 금융권 공동 IR 일정도 추후 상황을 봐가며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5월 싱가포르, 9월 영국에 이어 올해 미주 지역 IR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현안들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난 뒤 구체적인 일정을 잡을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시장 상황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감독 수장이 일주일 가까이 자리를 비우는 게 부담스러운 시기"라면서 "작년에도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조작 사태, 전세사기 등 현안이 수두룩할 때 해외 출장을 떠나 국회 등에서 논란이 됐던 것도 감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신년 금융현안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1.9 dwise@yna.co.kr
hjlee@yna.co.kr
이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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