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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주 의무보유 확약 꺼리는 기관…"상장 첫날 팔아야 이득"

24.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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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가 상단 초과 잇따르지만 의무보유 확약 기관은 소수

상장 직후 주가 변동성↑…시장 과열 지적 나와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공모주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기관들이 의무보유 확약을 점점 꺼리고 있다.

공모주가 상장 직후 높은 주가 변동성을 보이는 추세가 이어지자 빠른 매도로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마땅한 주도주가 없는 상황에서 상장 초기 공모주 시장의 과열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힘스는 희망 공모가 상단(6천300원)보다 16% 높은 7천300원으로 공모가를 결정했다고 전날 공시했다.

신청 수량 기준 93%의 기관이 7천500원 이상에 주문을 넣은 결과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8천원에 들어간 기관도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 수요예측을 진행한 우진엔텍과 HB인베스트먼트, 포스뱅크도 지난 15일 모두 희망 범위를 초과해 공모가를 확정했다.

공모희망가 대비 공모확정가 강도 추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공모가가 희망 범위 상단을 초과해 결정되는 경향이 예년에 비해 강해지고 있다. [출처: 흥국증권]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모주 수요예측에서 두드러지는 점은 기관투자자들이 높은 신청가격을 적어내며 수요예측에 참여하지만, 의무보유 확약은 대부분 걸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달 수요예측을 마친 기업 가운데 포스뱅크가 94%로 미확약 비율이 가장 높았고, HB인베스트먼트(92%), 현대힘스(88%), 우진엔텍(83%)이 뒤를 이었다.

금융투자협회 대표주관업무 모범기준에 따르면 주관사는 의무보유 확약을 한 참여자에게 물량을 우대해 배정해야 한다.

다시 말해 최근 기관들은 한 주라도 더 배정받기 위해 높은 신청가격을 적어내는 것은 불사하면서도, 마찬가지로 배정에 유리한 의무보유 확약은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는 배정받은 공모주가 상장돼 거래를 시작하는 즉시 매도하는 것이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방법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상장한 기업들은 에코프로머티리얼즈와 LS머트리얼즈 등 이차전지 테마주로 엮이는 곳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상장 첫날, 일부는 상장 후 1~3거래일 내에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뒤 주가가 가파르게 내렸다.

지난해 마지막으로 상장한 DS단석은 수요예측 흥행에 힘입어 희망 공모가 상단(8만9천원)을 초과한 10만원으로 공모가를 확정하며 증시에 데뷔했다.

DS단석 주가는 상장 첫날인 지난달 22일 가격 상한인 300%까지 올라 40만원에 거래를 마친 뒤 이튿날과 그다음 날 각각 16%씩 떨어졌다.

상장일 포함 첫 3거래일 내내 기관과 외국인이 물량을 대거 팔아 치우면 개인이 이를 받아내는 모습이었다. 이는 수요예측 때 수량 기준 81%의 기관이 미확약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후로도 주가는 줄곧 흘러내려 DS단석은 지난 16일 22만6천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직전에 상장한 블루엠텍은 기관의 99.9%가 확약을 걸지 않았다. 그 결과는 상장일 주가 168% 급등과 바로 다음 날 하한가였다.

최근 상장한 11개 기업 주가 등락률 추이

대부분 기업이 상장 당일 혹은 직후 주가가 큰 폭으로 내렸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와 LS머트리얼즈 제외) [출처: 연합인포맥스]

앞선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 대형 기업공개(IPO)에서 의무보유 확약으로 공모주를 배정받은 탓에 가격이 높을 때 매도하지 못했던 적이 있다"며 "그 이후로 확약을 걸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수요예측은 다른 곳들이 어떻게 들어가는지에 따라 가점이 있는 첫날에 똑같이 몰려 들어가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지금은 수요예측 자체가 기업을 보고 들어가는 게 아니라 상단 초과를 무조건 넣어놓고 상장 당일에 파는 전략"이라며 "시장이 망가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장일 공모가 대비 가격 변동 폭을) 기존 260%에서 400%로 확대한 것도 완전히 잘못된 정책"이라고 말했다.

마땅한 투자처나 주도주가 없는 시장 상황이 이 같은 과열을 부추긴다는 분석도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최근 불확실성이 커 자금이 갈 데가 없는 상황에서, 소위 '치고 빠지기'가 가능한 공모주 시장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며 "제도의 문제라기보다는 시장 상황의 문제"라고 말했다.

hskim@yna.co.kr

김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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