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자본정책이 만든 시총 12兆…'금융지주 3위' 메리츠가 부러운 은행지주

24.01.17.
읽는시간 0

메리츠타워

[촬영 안 철 수]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메리츠금융지주가 국내 금융지주 서열 3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주주환원을 최우선으로 내세운 자본정책 덕분이다.

시가총액이 자본시장에서 기업이 갖는 가치를 보여주는 숫자라는 점에서, 메리츠금융지주의 시가총액이 하나금융지주를 넘어선 것은 꽤 의미 있는 일이다.

과거 은행 금융지주의 자회사에 불과했던 손해보험사를 기반으로 한 보험 금융지주가 이제는 금융의 판을 흔드는 키 플레이어로 우뚝 서게 된 셈이다.

17일 연합인포맥스 기업정보(화면번호 8002)에 따르면 전일 기준으로 메리츠금융지주의 시가총액은 12조4천260억 원이다. KB금융지주(20조6천194억 원)·신한지주(18조8천952억 원)에 이어 세 번째다.

이미 지난해 우리금융지주(9조4천219억 원)를 제친 메리츠금융지주는 새해 들어 하나금융지주(12조1천474억 원)마저 넘어섰다. 하나금융지주와의 시총 차이가 불과 3천억 원 남짓이라는 점에서 시총 순위는 언제나 뒤바뀔 수 있지만, 향후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시장 분위기를 고려하면 당분간 메리츠금융지주의 선전에 더 힘이 실린다.

◇ 위상 달라진 메리츠…금융지주 유일 PBR 1배

지난 9일, 이복현 원장이 주재한 금융지주 신년 현안 간담회에 참석한 메리츠금융지주를 보고 시장에선 달라진 메리츠의 위상을 실감하기도 했다.

통상 금융당국이 주재하는 금융지주 회장단 모임에는 은행 금융지주들만 참석해왔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에는 메리츠금융지주, 한국투자금융지주도 함께했다.

당시 이 원장이 태영그룹과의 이른바 '담판'을 짓고 온 직후였던 만큼 일각에선 메리츠와 한투가 상징적으로 자리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다. 보험과 증권을 대표하는 두 금융지주는 최근까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에서 눈에 띄게 수익을 올려온 곳들이기도 하다.

이들에게 무언의 경고를 하기 위함이 아니었겠냐는 일각의 해석을 차치하더라도, 금융지주 사이에서 메리츠의 존재감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특히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가 은행을 비롯해 생·손보, 증권, 캐피탈, 자산운용 등 종합 금융그룹이라는 점에서 손보와 증권, 그리고 캐피탈만으로 쌓아 올린 메리츠금융지주의 성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제로 메리츠금융지주는 국내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가 넘는다. 자산 가치에 초점을 둔 PBR의 경우 국내 은행들은 0.4배 수준의 평가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

물론 역사적 하단 수준에 있는 은행주의 PBR 추이를 고려하면 메리츠금융지주 같은 특수한 사례와의 단순 비교는 억울할 법도 하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은행주는 부실 가능성은 없어도 거시 환경의 불안, 규제 리스크를 복합적으로 영향 받는다"며 "반면 손보와 증권 자회사를 상장 폐지한 메리츠의 경우 지금의 주가는 주주환원율에 의존한 시장의 기대 심리가 상대적으로 크게 반영된 셈"이라고 진단했다.

◇ '주인 있는' 메리츠의 주주환원…은행은 언감생심

메리츠금융지주의 주주환원과 관련한 자본정책을 두고 은행지주 재무 담당 임원들은 '국내에선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배구조 개편 첫해를 맞이해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배당 등을 통한 주주환원율을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의 약 50% 수준까지 공언했다. 벌어들인 돈의 절반은 주주에게 돌려주겠다는 얘기다.

시장은 환호했다. 메리츠금융 시총은 약 9개월 만에 30% 이상 늘었다. 52주 최저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3월 말과 비교하면 60% 가까이 주가가 뛰었다.

지난해 상법상 배당 가능 이익 한도가 늘어나면서 올해 메리츠금융지주의 배당가능이익은 2조 원을 웃돌게 됐다. 배당 정책에 대한 운신의 폭이 더 늘어난 셈이다.

여기에 올해 사들이게 될 자사주 규모만 약 7천억 원에 달하는 만큼 줄어드는 유통 주식 수를 고려하면 주당 환원율은 더 상승할 수밖에 없다.

반면 은행 금융지주의 주주환원은 제자리다. 금융당국이 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에 있어 자율성을 부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를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은행 금융지주는 없다.

은행지주 한 재무담당 임원은 "자사주 소각이나 중간배당을 할 때마다 당국에 논리를 설득하는 것이 가장 큰 일"이라며 "부동산 PF 등 충당금 이슈가 불거지면서 주주환원이 더 어려워졌다. 이미 충분히 쌓아놨는데도, 일단은 더 쌓고 보라는 당국의 시그널을 모른척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는 주인 있는 곳과 주인 없는 곳의 명확한 차이기도 하다.

'주인 없는' 은행은 사실상 정부가 주인 행세를 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초부터 은행의 영업 행태에 대한 비판과 함께 수익의 주주 환원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강하게 드러내 왔다.

특히 배당의 경우 자본시장에서는 투자 기회이자 경영 안정성, 우량 자산을 보여주는 지표다. 채권자는 물론 예금자, 잠재적 금융 소비자들은 배당을 하나의 지표로 은행을 판단한다. 이는 자본 조달 비용을 줄이고 영업이익을 늘리는 연결 고리이기도 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행은 오너가 명확한 메리츠금융지주가 부럽다.

한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자기자본과 주주의 수익 개선은 자본정책이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균형"이라며 "하지만 국내 은행 금융지주의 줄타기는 쏠림이 심하다. 은행의 공공재적 성격을 강조하는 한 은행주를 향한 저평가는 갈수록 더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림1*

jsjeong@yna.co.kr

정지서

정지서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와 KB Think 글자가 함께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입니다. KB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