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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금슬금 드러나는 연초효과…완연한 회사채 강세

24.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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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통위 후 달라진 기류, 금리 매력 주목…크레디트 불안감은 여전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한동안 경계감이 드러났던 회사채 시장에 달라진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지난해 때 이른 크레디트물 강세와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사태 등으로 연초 효과가 무색해졌으나 이번 주 들어 완연한 강세를 드러내고 있다.

연초 발행 물량이 무리 없이 소화되는 것을 확인하면서 기관들이 점차 채권 매수에 드라이브를 거는 모습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이후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은 옅어졌지만, 인상 불안감이 차단되면서 투자 심리가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다만 과거 대비 강세 폭이 크지 않은 데다 불확실성 또한 남아있어 시장 회복 등을 가늠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완판 행진에 언더 두자리까지, 회사채 인기 뚜렷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전일 에쓰오일(AA)은 3천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총 1조3천억원의 주문을 확보했다.

금리도 강세를 보였다. 5년물과 7년물, 10년물 가산금리(스프레드)는 모집액 기준 각각 동일 만기 민평 대비 12bp, 15bp, 40bp 낮은 수준이다.

최근 발행 시장에서 회사채가 뚜렷한 강세를 드러내고 있다. 같은 날 SK렌터카(A+)도 조 단위 수요를 확보한 것은 물론 모든 만기물이 모집액 기준 민평보다 두 자릿수 낮은 스프레드를 형성했다.

LG헬로비전(AA-) 수요예측에도 1조원이 넘는 자금이 유입됐다. 스프레드 또한 모집액 기준 2년물과 3년물이 각각 동일 만기 민평보다 3bp, 1bp 낮아 강세를 보였다. 다만 같은 날 수요예측에 나선 에쓰오일과 SK렌터카보다는 축소 폭이 덜했다.

앞서 회사채 시장은 연초 풍부한 유동성 효과가 무색하게 업종에 따라 약세를 보이거나 심지어 일부 미매각을 겪기도 했다.

대부분 완판에는 성공했지만, 미래에셋증권(AA)은 민평보다 높은 스프레드를 감수해야 했다. KCC(AA-)와 롯데쇼핑(AA-), HL만도(AA-) 또한 일부 만기물이 오버 금리에서 모집액을 채웠다. 한화솔루션(AA-)은 400억원을 모집한 5년물에서 100억원의 미매각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외 발행사들은 강세를 보였으나 절감 폭은 모집액 기준 민평보다 한 자릿수 낮은 수준이었다. 과거 연초 효과보다는 다소 약한 모습이었다.

지난 11일 진행한 금통위를 기점으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통화정책 방향 결정문에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것이라는 기존 문구를 삭제한 점 등을 주목하면서 기관들의 관망세가 옅어졌다는 설명이다. 도리어 매수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금통위 이후 더 이상의 금리 상승은 논의되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드러난 데다 국고 3년물 기준 금리가 3.2%대 수준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움직이면서 기관들이 수요예측에 공격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지난해 4분기에 스프레드가 많이 내려오면서 가격 부담이 남아있는 터라 등급 금리 대비 개별 민평이 높은 곳을 중심으로 강세 폭이 큰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물량 소화는 거뜬, 크레디트 불안은 아직…장밋빛 전망 시기상조

회사채 시장이 완판을 거듭하면서 기업들의 조달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오는 22일에만 SK지오센트릭(AA-)과 현대건설(AA-), 호텔롯데, HD현대중공업(A), 팜한농(A), SLL중앙('BBB+'·'BBB' 스플릿) 등의 회사채 수요예측이 진행될 전망이다.

내달에는 최대 1조5천억원의 대규모 조달도 예정돼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내달 초 7천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준비하고 있다. 투자자 모집 결과 등에 따라 최대 1조5천억원까지 증액에 나선다.

관련 업계에서는 풍부한 유동성 등을 고려할 때 회사채 물량 소화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다만 여전히 비선호 업종과 5년물 등 일부 만기 구간은 흥행세가 비교적 저조하다는 점에서 크레디트 불안이 남아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17일 수요예측을 진행한 롯데지주(AA-)는 2년물과 3년물이 민평보다 높은 금리를 형성했다. 태영건설 사태로 롯데건설 등으로까지 불안감이 전이되면서 관련 그룹사 또한 약세를 피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뒤이어 나올 현대건설과 SK에코플랜트(A-) 등 건설채를 둘러싼 우려의 시선도 여전하다.

투자 수요가 만기 3년 이하 채권에 집중된 점도 크레디트 우려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만기가 길어질수록 신용등급 변화 리스크가 커지는 터라 이를 피해 5년물보단 3년 이하 구간으로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SK브로드밴드와 현대제철, 네이버, HD현대오일뱅크, SK E&S 등은 수요예측에서 5년물보다 3년물에서 더 많은 주문을 확인했다. 발행사들이 분위기를 고려해 만기 3년에 물량을 집중적으로 배정한 터라 수급 부담이 드러날 법도 하지만 수요가 이를 뒷받침하면서 높은 경쟁률이 이어지고 있다.

AA급 호조에 이어 A급 발행에도 힘이 실릴지 관심이 쏠린다. 그룹 계열 A급의 경우 이달에도 시장을 찾고 있지만 든든한 뒷배가 없는 일반 A급 기업은 아직 쉽사리 나서지 못하고 있다.

다만 시장 금리 및 대내외적 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있어 낙관하긴 이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시장금리가 오르는 양상인 데다 국내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부각되면서 위험자산을 중심으로 시장이 조정을 받고 있다"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건들이 산재해있는 만큼 최근의 흥행세만으로 A급으로의 확산 등을 예단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phl@yna.co.kr

피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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