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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새판짜기①] 삼성, CES서 언급…시장 시선은 '중앙지법'으로

24.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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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희, 3년 연속 '빅딜' 시사…"착실히 준비, 올해 기대"

이재용 회장 재판·반도체 업황 등 대내외 영향 관측

[※편집자 주 : 재계의 인수·합병(M&A) 전략이 바뀌고 있습니다. 다년간 '빅딜'이 없었던 삼성은 총수의 사법리스크 해소를 목전에 두고 드라이브를 걸고 있고, 확장 기조를 펼쳤던 SK그룹과 한화는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는 모양새입니다. LG그룹은 전장 사업의 안착으로 이제 새 먹거리를 물색 중입니다. 연합인포맥스는 새로운 경영 전략을 세우는 삼성·SK·LG·한화 등 4개 그룹에 대한 4편의 기사를 송고합니다.]

(라스베이거스·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삼성의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한 대형 인수합병(M&A)을 착실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뭔가 계획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또' 대형 M&A 가능성을 시사했다. 2022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이다. 시기와 장소도 동일하다. 매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현장에서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

[출처:삼성전자]

가능성만 띄웠을 뿐 구체적인 방향이나 청사진을 제시하진 않았다.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난 지난해가 오버랩된다는 해석이 나온 배경이다. 하지만 올해는 다를 거란 기대도 공존한다. 삼성을 둘러싼 대내외적 환경에 변화가 생길 조짐이 보여서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한 부회장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M&A 얘기를 꺼냈지만, 시장 관계자들의 시선은 북태평양 건너 한국의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쏠리고 있다. 이달 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1심 선고공판이 예정된 곳이다.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 해소 여부가 삼성전자의 M&A 전략에도 영향을 끼칠 거란 점에서다.

◇3년 연속 예고, 2년 간 '빈손'…올해는 다를까

한 부회장은 'CES 2024' 개막 당일인 지난 9일(현지시간) 기자간담회를 열고 "M&A 환경이 녹록지 않지만, 스터디 등 꾸준히 준비하며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이 궁금해하는 빅딜 성사 가능성을 다시 한번 본인의 입으로 전한 것이다.

이어 "최근 3년간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헬스, 핀테크, 로봇, 전장 관련 260여개 회사에 벤처투자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작년 초 지분 투자한 로봇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와 11월께 하만이 인수한 음악 재생 플랫폼 룬을 들었다.

기존 사업 강화와 미래 성장동력 발굴 차원에서 부지런히 M&A 대상을 물색하고 있다는 취지였다. 2017년 하만 인수 이후 눈에 띄는 M&A가 없다는 업계 안팎의 지적을 의식한 발언이기도 했다.

하만 라이프스타일 체험공간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 부회장의 말이 시장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수년째 언급만 할 뿐 결실이 없으니 연초를 맞아 으레 하는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강했다.

M&A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드러냈다기보단 대표이사(CEO)로서 일반론적인 얘기를 했다고 본 것이다. 기업의 CEO라면 늘 M&A를 염두에 두고 있다 기회가 왔을 때 잡는 게 당연하지 않겠느냐는 식이다.

한 부회장은 2021년 말 신임 대표이사(DX 총괄) 선임 후 CES에 참석할 때마다 M&A 관련 질문을 받았다. 연초 간담회 특성상 연간 경영계획에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한 부회장은 늘 '긍정적인' 시그널을 줬다.

예컨대 2022년 CES에선 "혼자 걷는 것보다 M&A가 나은 선택이라면 그렇게 하겠다"며 "조만간 좋은 소식이 나올 것 같다"고 말해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거시경제 불확실성 등의 여파로 기다리던 소식은 오지 않았다.

지난해도 마찬가지였다. 한 부회장은 "(2022년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봉쇄, 물류 위기, 환율 변동 등으로 M&A 절차가 지연됐다"면서 "일상 회복을 위한 노력이 나오는 것을 보니 올해 좋은 소식을 기대해도 될 것"이라고 했다. "보안상 자세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잘 진행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공염불이었다. 시장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한 부회장의 설명대로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지분투자 등이 활발히 이뤄졌지만, 규모 면에서 일찌감치 예고한 '빅딜'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렇게 빈손으로 갑진년 새해를 맞았고, 또다시 M&A를 예고하기에 이르렀다.

◇오는 26일 이 회장 1심 선고, 결과 영향 불가피

그렇다고 한 부회장이 올해 시장 환경을 우호적으로 보고 있는 건 아니다. 그는 "팬데믹 이후 지정학적 글로벌 이슈가 생겼고 경기도 계속 악화하고 있다"며 "사실 M&A 환경이 예전보다 나아진 건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장기적 안목에서 빠르고 과감하게 투자를 추진하겠다"고 단언했다.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미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매물을 살펴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M&A 특성상 '타이밍'이 잘 맞아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행보로 볼 수 있다.

특히 삼성의 대내외적 상황이 작년보다 나아질 거란 기대도 어느 정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심 공판 출석하는 이재용 회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수년간 대형 M&A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로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를 꼽는다.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이 회장이 온전히 회사 경영에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만큼, 안정에 방점을 찍고 변화를 최소화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2022년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됐지만 여전히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및 회계부정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오는 26일 1심 법원의 판단이 나온다. 2020년 9월 재판에 넘겨진 지 3년 4개월여만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 회장이 1심에서 실형을 면하면 삼성전자의 M&A 시계도 빠르게 돌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사법 리스크 해소 여부에 따른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검찰은 이 회장이 "경영권 승계 목적으로 자본시장의 근간을 훼손했다"며 징역 5년,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기나긴 반도체 한파가 머잖아 끝날 조짐을 보이는 것도 긍정적이다. M&A의 필수품인 총알 걱정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연간 50조원 안팎의 자본적 투자(CAPEX)를 집행하는 삼성전자로선 적절한 수준의 유동성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당장의 먹거리이자 미래 성장동력이기도 한 반도체가 대규모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여유가 많지 않기도 했다.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삼성전자의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작년 3분기 말 기준 93조원으로 예년 대비 곳간이 넉넉하지 않은 상태다. 2020~2021년 120조원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보유 현금이 20% 이상 줄었다.

그마저도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조원을 빌리고 보유 중이던 ASML, BYD 주식 등을 매각해 현금 확보에 힘쓴 결과다. 올해 반도체 사업을 중심으로 현금흐름이 개선되면 M&A 논의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sjyoo@yna.co.kr

유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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