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SK그룹은 지난해 조직 개편을 통해 '투자형 지주회사'라는 정체성에 큰 변화를 줬다.
그간은 SK㈜ 중심으로 양적 투자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포트폴리오 재정비를 통해 조직을 가볍게 하고 주력 사업에 인수·합병(M&A)을 추진해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와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현재 매각을 진행 중인 11번가를 비롯해 SK지오센트릭의 나프타크래킹센터(NCC) 등을 잠재 매물로 보고 있다.
이들이 유력한 매각 후보로 점쳐지는 이유는 본사업과의 시너지는 다소 떨어지는 가운데 유동성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사례가 SK매직의 가스 및 전자레인지·전자 오븐 사업 영업권을 경동나비엔에 양도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반도체 부품 및 소재 자회사인 SK엔펄스의 파인세라믹스 사업부를 사모펀드(PE) 한앤컴퍼니에, 폴리우레탄 원료사업 자회사인 SK피유코어를 글랜우드 PE에 매각한 바 있다.
이런 행보는 비주력 계열사 정리를 통한 조직 효율화의 일환이다. 그간 SK그룹은 SK㈜를 비롯해 산하 계열사들을 통해 투자 포트폴리오 확대에 집중해왔다. 잇단 투자에, 필요 자금 조달을 위한 유상증자 및 차입금 증대 등으로 재무 부담도 커진 상황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SK㈜의 부채비율은 161.85%로 2011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부채 중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2020년 이후 3년 넘게 10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차입 증가에 따라 이자 부담도 커져,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이자보상배율은 1.99 배로 1년 사이 3분의 1토막이 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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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지난 2020년까지 76개였던 SK㈜의 지분투자 법인은 전년 상반기 말 기준 116개까지 급증한 상황이다. 여기에는 특수목적법인(SPC) 및 펀드 등도 포함된다.
지난해 조직 개편과 인사는 이러한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해결하기 위한 결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간 그룹의 정체성으로 삼던 '투자형 지주회사' 역할을 축소하고 개별 계열사의 투자 역량을 확대하려는 조치다.
앞서 SK㈜는 지난해 말 조직 개편을 통해 기존 4개(첨단소재·그린·바이오·디지털) 투자 센터를 ▲ 바이오 담당 ▲ 첨단 소재 담당 ▲ 그린 부문으로 재편한 바 있다. 그린 부문은 2개의 담당과 RE TF 체제로 두며 좀 더 힘을 실어줬다. 이 밖에도 '아트앤컬쳐'라는 예술품 대체투자 조직도 두고 있다.
대신 기존 디지털 분야 투자 기능은 SK스퀘어와 SK하이닉스 등으로 이동했다. 지주사 차원에서는 친환경 사업에 집중하되, 디지털 사업은 개별 계열사가 전문성을 갖고 다루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그간 SK㈜에서 디지털 투자를 담당했던 유경상 센터장은 SK텔레콤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선임됐다.
아울러 SK㈜ 투자조직에 근무하는 직원 중 20~30%가량은 타 계열사 투자 조직으로 배치됐다.
예컨대 SK스퀘어의 경우 기존 투자조직(CIO)을 'CIO 그로스(Growth)'와 'CIO 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 등 2개로 재편했다.
CIO 그로쓰는 반도체 중심의 신성장 영역을, 트랜스포메이션은 기존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자산 가치 증대에 집중한다.
아울러 투자지원센터 산하에 포트폴리오 전략 담당 조직도 배치해 성과 및 위험 관리 기능을 강화한다. 한편, 이미 SK㈜의 조직 개편 움직임은 지난해부터 진행된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직원들은 SK그룹의 해외 법인들로 출장을 오가며 중장기적 전략을 논의하고 배터리 등 신성장 사업 투자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SK의 차입금 및 재무 구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며 "11번가 등 지분 매각과 다른 계열사, 사업의 매각 가능성은 이런 포트폴리오 건전화 차원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klkim@yna.co.kr
김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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