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 세력이 홍해상 민간 선박을 공격하면서 중동 지역 위기가 고조되고 있으나, 에너지 및 연료 요금은 크게 반응하지 않는 모습이다.
18일(현지시간) CNN비즈니스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중국과 독일과 같은 국가의 수요 약화, 충분한 석유 및 가스 공급과 같은 경제적 요인이 중동의 폭력 사태에 대한 우려를 대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홍해 사태로 지중해와 인도양을 잇는 무역로가 폐쇄되면서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유조선들은 목적지까지 훨씬 더 긴 항로를 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미국이 예멘의 친이란 반군 세력 후티를 3년 만에 다시 테러단체로 지정한 이후에도 홍해에 대한 후티 반군의 선박 공격은 계속되고 있다.
이날은 아덴만에서 미국 선박 '젠코 피카르디'가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았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홍해 사태에도 유가 오히려 떨어져…"과잉 공급"
하지만 지난 몇 주 동안 에너지 가격은 거의 반응하지 않거나 심지어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주간 단위로 1.27% 하락한 74.07달러를 나타내고 있으며 후티 반군이 선박 공격을 감행한 지난해 12월 초 수준과 크게 변동이 없는 상황이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지난 16일 미국 소매 휘발유 가격은 개런당 평균 3달러대로 한 달 전과 같고 지난해 같은 시기 대비 8%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분석가들은 중국과 독일과 같은 국가의 수요 약화, 충분한 석유 및 가스 공급과 같은 경제적 요인이 중동의 폭력 사태에 대한 우려를 대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석유 데이터 분석 및 예측 회사 크플러(Kpler)의 호마윤 팔락 샤히 석유 분석가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석유) 시장은 기본적으로 이러한 긴장의 대부분이 공급 감소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어 예전만큼 흥분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Kpler 데이터에 따르면 전 세계 원유 수출의 10∼12%, 휘발유와 경유와 같은 석유 제품 수출의 14∼15%가 홍해를 통과한다.
팔락 샤히 분석가는 그럼에도 "이는 공급망의 위기일 뿐, 물량이 줄지는 않았다"며 "남아공의 희망봉을 돌아서 가야 하는 유조선이 몇 척 있으나 결국 물량은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전 세계 석유 수요가 약화되고 있는 점도 유가 상단을 누르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를 포함한 몇몇 동맹국들이 유가 부양을 위해 몇 차례의 감산 계획을 밝힌 바 있으나 수요 자체가 많지 않아 여전히 석유가 상당한 공급 과잉 상태에 있는 셈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중국 경제가 지난해 5.2%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정부 예상치를 상회하는 것이지만 여전히 30년 만에 최악의 경제 실적 중 하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석유 수요 증가율이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동시에 세계 석유 공급은 미국과 캐나다를 포함한 국가들의 기록적인 생산량으로 인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러시아에 에너지 의존 안 하는 유럽…"대체 공급도 탄탄"
한편, 2022년 초부터 러시아산 가스에 의존하지 않으려는 유럽의 노력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유럽은 대체 공급처를 찾고, 액화천연가스(LNG) 수용 능력을 늘리고, 저장 시설을 채워왔다고 매체는 전했다.
노르웨이 에너지 컨설팅 기업인 리스타드 에너지의 시 난 수석 가스 연구원은 "현재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의 가스 저장량이 유럽에서 가스 가격을 억제하는 '결정적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가스 인프라스트럭처 유럽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유럽연합(EU)의 가스 저장소 78%가 가득 찬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같은 날 기록한 평균 63%를 훨씬 상회하는 수치라고 매체는 지적했다.
Kpler가 엑스(X·구 트위터)에서 공유한 분석에 따르면 지난 며칠 동안 유럽으로 향하는 카타르 LNG를 운반하는 여러 선박이 홍해를 우회해 아프리카 남단을 택했다.
난 연구원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카타르 LNG가 "10일 정도 더 긴 경로를 택하고 있을 뿐"이라며 "현재 시장은 공급 부족의 위험에 처해 있지 않으며 미국 공급원을 포함한 다른 모든 천연가스 공급원이 견고하다"고 덧붙였다.
컨설팅 업체 우드 매켄지의 데이터에 따르면 카타르는 지난해 영국을 포함한 유럽 가스 수요의 5%를 조금 넘는 양을 공급했다.
난 연구원은 이어 "상대적으로 적은 수요도 가스 가격 급등을 막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며 "현재 유럽 전력 시장의 상당 부분이 가스가 아닌 재생 에너지원으로 공급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기 전과 비교했을 때 산업 소비량이 적다"고 설명했다.
syyoon@yna.co.kr
윤시윤
syyoon@yna.co.kr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