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정유진]
3년물·MS+54bp 확정, 부동산 침체 우려 거뜬
'ESG·안정성·조달전략' 삼박자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신한은행이 5억유로(약 7천302억원) 규모의 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커버드본드) 발행에 성공했다. 신한은행은 이번 조달로 유럽 시장에서 커버드본드 데뷔전을 마친 것은 물론 2024년 비유럽 발행사로는 처음으로 시장을 찾아 조달 물꼬를 틔웠다.
신한은행은 데뷔전부터 남다른 인기를 자랑했다. 실수요 중심의 유럽 시장에서 20억달러가 넘는 주문을 확보했다. 첫 발행이었지만 다른 커버드본드보다도 낮은 가산금리(스프레드)를 달성하면서 가격 측면에서도 강세를 드러냈다.
한국물(Korean Paper) 최초의 그린 모기지(Green Mortgage) 커버드본드로 투자 매력을 높인 점이 주효했다. 상업용이 아닌 주거용 주택담보대출을 커버풀(cover pool, 담보 묶음)로 활용한다는 점을 부각해 부동산 경기 침체 등에 대한 기관들의 불안감 또한 완화했다.
◇신한은행, 데뷔전부터 진기록…유럽 커버드본드 시장 달궜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전일 글로벌 채권 시장에서 커버드본드 발행을 위한 북빌딩(수요예측)에 나서 5억유로어치 조달을 확정했다.
트랜치(tranche)는 3년물이다. 가산금리(스프레드)는 유로화 미드 스와프(EUR MS)에 54bp를 더한 수준이다. 최초제시금리(IPG, 이니셜 가이던스)로 62bp를 제시했으나 20억달러를 웃도는 주문을 모아 스프레드를 끌어 내렸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과거 국내 시중은행 커버드본드에 통상 30여곳 안팎의 기관들이 참여했던 것과 달리, 이번 조달에는 80여곳이 넘는 투자자가 주문을 넣었다는 후문이다.
유럽 전역의 기관들이 물량 확보에 열을 올리면서 IPG 대비 스프레드는 대폭 축소됐다. 통상 유로화 채권은 실수요 위주로 북빌딩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IPG와 유사한 수준에서 스프레드를 확정한다.
이에 신한은행은 데뷔전부터 사실상 마이너스 뉴이슈어프리미엄(NIP)에 준하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존 발행물이 없어 가격 비교가 쉽지 않지만, 과거 발행한 유사한 만기의 국내 시중은행 커버드본드가 유통시장에서 55bp 안팎의 스프레드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데뷔전부터 보다 강한 금리로 시장에 안착했다는 설명이다.
한국 커버드본드 최초로 그린 모기지 채권으로 시장을 공략한 점이 인기를 높였다. 이에 따라 조달 자금은 친환경 인증을 받은 아파트를 대상으로 한 주택담보대출에 쓰인다.
앞서 기존 발행사들이 커버드본드의 활용처가 서민 주거 금융 지원이라는 점 등을 활용해 소셜본드(social bond)로 찍던 데에서 한발 더 나아간 행보다.
유럽의 경우 ESG 투자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 한국물 최초의 그린 모기지 커버드본드에 더욱 관심이 집중됐다. 최근 해외 시장에서는 소셜본드보다 그린본드를 좀 더 명확한 ESG로 간주하는 등 관련 채권 투자에 보다 까다롭게 접근하고 있다.
◇안정성 강조, 맞춤형 전략으로 흥행 뒷받침…조달 안정성 배가
최근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점 등은 커버드본드 조달의 부담을 높이는 요소였다.
신한은행은 이를 고려해 지난주 유럽 시장을 직접 찾아 로드쇼를 진행하는 등 투자자와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유럽 내 5개 도시를 돌며 신한은행의 안정성은 물론, 커버드본드를 둘러싼 기관들의 우려를 완화하는 데 집중했다.
특히 글로벌 부동산 우려와 국내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사태 등에 대한 기관들의 문의 속에서 커버드본드의 안정성을 강조해 불안감을 낮췄다. 커버 풀이 투자자들의 우려가 큰 상업용 부동산 자산이 아닌, 우량한 주택담보대출이라는 점을 부각해 선을 그었다.
시장 상황을 반영해 발행 시점과 만기를 설정하는 등 전략적으로 접근한 점도 주효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비유럽 발행사 중 올해 공모 유로화 커버드본드 포문을 연 곳이 없었던 터라 분위기를 가늠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하지만 이달에만 200억유로 이상의 역내 커버드본드가 발행되는 등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점을 주목해 흥행 가능성을 읽었다. 이러한 판단력이 적중하면서 신한은행은 데뷔 발행사라는 한계에도 넉넉한 수요를 확인했다.
최근 투자 선호도가 커진 만기물을 택하는 등 시장친화적 조달 구조로 매력을 더욱 끌어올렸다. 지난 18일(현지 시각) 유럽중앙은행(ECB)의 12월 통화 정책회의 의사록 발표 후 짧은 만기물로 투자 수요가 집중되는 점을 주목해 3년물을 택했다. 빠른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다소 완화하면서 불확실성을 피해 단기물로 관심이 쏠리는 점을 포착한 것이다.
이번 데뷔전으로 신한은행의 조달 안정성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커버드본드는 위기 시 마지막까지 활용할 수 있는 조달처로 꼽힌다. 유럽 우량 기관들이 주요 투자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점에서 커버드본드 발행을 통한 투자 저변 확대 효과도 톡톡히 누릴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 커버드본드는 무디스 기준 최고 신용도인 'Aaa' 등급을 받고 있다. 신한은행(Aa3) 등급 대비 3 노치(notch) 높은 수준이다. 커버드본드는 주택담보대출 채권 등 보유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데다 발행사의 상환 의무 또한 포함하고 있어 신용등급이 보강된다.
이번 딜은 BNP파리바와 크레디아그리콜, HSBC, JP모건, LBBW, 미즈호증권, 소시에테제네랄이 주관했다.
phl@yna.co.kr
피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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