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연초 환율 급등과 변동성 국면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겨울철 계절적으로 외화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수급이 균형적이지 않은 데다 기대했던 수출이나 펀더멘털 개선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작년부터 원화 가치를 짓눌렀던 중국발 리스크는 한층 격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홍콩과 중국 본토 증시가 지난해 하락에도 또 역대급 약세를 기록하면서 국내 증시 및 원화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일 달러-원 환율은 전장대비 0.10원 하락한 1,339.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초 이후 50.90원 상승했다. 지난주 1,346.70원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당국의 구두개입성 발언에 추가적인 상승은 제한됐다.
중화권 증시는 연초 기준 역대 최악을 기록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7.4% 하락했고, 항셍지수는 12.2%, H주는 13.3% 내렸다.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와 S&P 500지수가 전일 나란히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과 대조적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7.2% 내렸고, 코스닥은 3.1% 떨어졌다.
◇ 계절적 외화수요 우위…달러 공급 요인 부재
연초 조선업체 수주 소식이 꾸준히 이어졌지만 달러 매수 우위의 환시 수급 지형도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전일에는 환율이 1,330원대로 다소 높은 레벨이었음에도 결제수요가 대거 유입되면서 환율을 끌어올렸다. 환율 상승 국면에서 추가 상승에 대한 우려로 추격 매수세가 유입됐다. 실수요자들이 매수를 더 지연시키기 어려웠던 것으로 평가됐다.
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수출업체 네고 말고는 환율을 내릴 요인이 없는 상황인데 이미 연초에 대기업들이 달러를 많이 팔아놓은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중공업 수주 소식이 꽤 있었지만, 환율이 오르고 있어 바로 헤지하지 않고 기다리는 경향이 있다. 지금 조급하게 나설 필요는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외환시장의 한 전문가는 "수급적으로 이런저런 달러 수요가 너무 많다. 겨울철 에너지 수입 수요가 있고, 국민연금 매수 얘기도 나오고 있다"면서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H지수 관련한 수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ELS 헤지 수요와 관련해서는 "백투백(back-to-back) 헤지는 만기 시에만 영향을 주지만 자체 헤지에 대해서는 손실분은 달러를 매입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 꾸준히 수요가 나오며 수급이 타이트할 때 신경 쓰이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부동산 관련해서도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헤지포지션이 언와인딩 되면서 수요가 계속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중국증시 '투매' 양상…공포 전이 우려
최근 국내 증시의 하락세가 심상찮다. 지난해 말 뉴욕증시를 따라 산타랠리를 보였던 국내증시는 연초 작년말 상승분을 모두 되돌렸다. 미국 증시가 다시 오름세로 방향 틀고, 반도체업종이 강세를 보이지만 국내에는 온기가 미치지 못하고 있다.
중국발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주가 향방이 미국보다는 중국 쪽 우려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흐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경기와 금융시장이 미국 모멘텀과 중국 리스크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고 진단했다.
박 연구원은 "자칫 피크 차이나 리스크가 국내로 전이될 잠재 위험이 있다"며 "피크를 넘어 차이나 포비아 리스크까지 부각된다"고 지적했다.
연말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부진과 작년 12월 중국의 소매판매, 부동산 가격 및 판매 증가율이 하락세를 지속하는 등 지표 부진이 확인되고 정국 정부의 부양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더해지면서 금융시장 불안도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인민은행은 전날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동결했다. 시장의 실망감은 커졌고, 인민은행은 대형 국영은행을 동원해 달러 매도 개입을 통해 위안화 지지에 나섰다.
중국의 리창 총리는 다보스포럼에서 '대규모 부양책 없는 성장'을 강조했다.
아직 시장은 1분기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 인하를 기대하는 상황이다. 국회 격인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부양적 정책 기조가 나와야 투자심리가 개선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 수출 회복 주춤…韓 경제 저성장 지속 우려
작년 6월부터 지난달까지 7개월째 무역수지는 흑자 행진을 이어갔지만, 1월에 다시 적자 전환 가능성이 대두됐다.
그동안 수출을 떠받쳐온 자동차 수출이 주춤해졌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월 1~20일 수출은 전년동월대비 1% 감소했고, 수입액은 18.2% 급감했다. 무역수지는 26억1천만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반도체 수출이 전년동기대비 19.7% 늘었고, 승용차와 선박 수출이 각각 2.6%, 89.8% 증가했다.
작년 연간으로 반도체 수출 금액은 전년대비 23.7% 줄었지만, 수출 물량은 10% 늘었다. 물량은 늘었지만 단가가 급락하면서 수출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반도체 가격이 올해 얼마나 반등할 수 있을지가 관건인 셈이다.
박 연구원은 "원화 강세를 뒷받침할 반도체 업황 사이클 개선은 아직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면서 "원화 강세 재료보다 약세 재료가 많은 국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국내경제가 대내외 갈등으로 '신넛크래커(nutcracker)'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경기 개선 여지에도 저성장 기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작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1.3~1.4% 수준으로 예상되지만, 올해는 2% 안팎의 제한적 반등이 점쳐진다.
smjeong@yna.co.kr
정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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