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남경 기자 =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진화에 나설 정도로 과열됐던 단기납 종신보험 시장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불완전 판매와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 등을 염려하고 있지만, 보험업계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당국이 5·7년납 상품의 환급률을 제한하면서 10년 유지 환급률과 관련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국 진화한 단기납 시장…연말부터 재점화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와 관련해 이번 주 교보생명과 신한라이프에 대한 현장검사에 나선다.
올해 들어 보험사들은 보험료를 5년 또는 7년 납입하고 10년간 계약을 유지하면 총보험료의 130%를 넘게 환급해주는 상품을 경쟁적으로 팔고 있다.
신한라이프는 지난 15일부터 단기납 종신보험 상품에 대해 7년 납입, 10년 유지 환급률을 기존 130%에서 135%로 인상했다.
교보생명도 올해 단기납 종신보험료 환급률을 131.5%로 올렸다. 현재 생보사 중 환급률이 130%를 넘는 곳은 농협생명(133%), 푸본현대생명(131.2%), 하나생명(130.8%), 한화생명(130.5%) 등이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지난해 생명보험사의 히트 상품으로 인기를 끌었다. 당시 생보사들은 5·7년 단기납 상품의 납입 완료 시점에 원금보다 큰돈(환급률 100% 이상)을 돌려준다는 마케팅으로 판매에 나섰다. 일부 설계사는 저축성보험처럼 팔거나 환급률이 높다는 점을 내세워 은행 예·적금 이자보다 낫다는 식으로도 판매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환급률이 100%를 넘어가는 단기납 종신보험의 판매가 불완전 판매 및 보험사 재무 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당국은 지난해 7월 5·7년납 종신보험의 환급률을 100% 이하로 낮추라며 보험업계의 과당 경쟁을 제어했다. 이러한 당국의 방침이 시행된 9월에는 단기납 판매가 극적으로 줄어들면서 생보사의 영업 실적이 급감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단기납 시장의 분위기는 지난해 연말부터 급격히 변했다. 하나생명이 단기납 종신보험 상품의 환급률을 130%대로 끌어올리면서 시장 경쟁을 재점화한 것이다. 하나생명은 GA(법인보험대리점)의 월매출이 급등하는 등 쏠쏠한 이익을 거둔 것으로 전해진다.
◇단기납 과당경쟁은 'CEO 리스크'…당국도 책임
업계에선 단기납 종신보험 시장의 과열 경쟁은 단기 실적주의 등 CEO 리스크에 가깝다고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새 회계제도(IFRS17)가 도입되면서 저축성보험은 부채로 분류돼 보험사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반면 단기납 종신보험 등 보장성보험은 미래 수익 지표인 계약서비스마진(CSM) 적립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에 높은 시책을 감수하면서 보험사들이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에 열을 올린다는 지적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단기납 종신을 많이 팔면 CSM 등 회사 실적을 유리하게 쌓을 수 있다. 그러니 정작 회사에 남는 게 없어도 설계사에 높은 시책을 주면서 상품을 열심히 파는 것"이라며 "경쟁을 주도하는 회사들이 단기 실적에 목을 매고 있다. 사실 CEO 리스크인 셈"이라고 귀띔했다.
지난해 800%까지 상승했던 단기납 종신보험 관련 시책은 올해 시장이 과열되면서 다시 600~650% 수준으로 올랐다고 전해진다. 시책은 보험사가 상품을 판매한 설계사에 주는 일종의 영업비로, 초회보험료 100%를 기준으로 한다. 시책이 800%라면 보험상품 가입자가 납입하는 첫 번째 보험료의 8배를 설계사가 가져간다는 의미다.
또 시장 과열이 반복된 데는 금융당국의 책임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5·7년납 단기납 종신보험 환급률을 제한한 당국이 10년 환급 상품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등 사실상 과열 경쟁을 묵과했다는 비판이다.
이 관계자는 "작년에 단기납 상품을 고치면서 당국이 10년 유지 상품은 보험의 역할을 충분히 하지 않느냐며 애매한 입장을 보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장이 과열되자 다시 점검에 나서고 있는데, 이해되지 않는 행보"라고 지적했다.
또 "단기납 상품은 한꺼번에 대량해지가 발생할 수 있어 향후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며 "단기 실적을 중시하는 CEO 리스크와 당국의 애매한 태도로 시장 과열이 다시 발생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nkhwang@yna.co.kr
황남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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