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신탁→MMF·ETF 발길 돌린 고객자금 잡아라"
(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지난해 랩어카운트·특정금전신탁 사태가 증권가를 휩쓸고 지나가면서, 해당 상품을 이용하던 법인 고객 자금이 자산운용사의 머니마켓펀드(MMF)와 상장지수펀드(ETF)로 흘러갔다.
운용사에 상품 주도권을 뺏긴 증권사들은 돌파구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상장지수증권(ETN)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삼성증권과 신한투자증권으로 굳어졌던 ETN 시장 양강 체제에도 조금씩 금이 가고 있다.
29일 연합인포맥스 ETP 거래현황(화면번호 7111)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ETN 시장 규모는 시가총액 기준 13조6천71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 커졌다.
ETN 시장에서 중순위권이었던 증권사들이 약진하는 등 ETF 시장 못지않게 점유율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전체 ETN 시장이 성장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1년 전까지만 해도 ETN 시장에서 6위권에 그쳤던 메리츠증권의 몸집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ETN 시장 규모는 8천307억원에서 이달 말 1조6천753억원으로 두 배 넘게 커지며 4순위까지 올랐다. 시장 점유율은 9.4%에서 12.3%로 껑충 뛰었다.
그다음으로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발행한 ETN 시가총액 규모도 같은 기간 각각 1조790억원과 9천256억원에서 1조9천272억원과 1조6천192억원으로 80% 가까이 성장했다. 시장 점유율도 각각 12.2%와 10.4%에서 14.1%와 11.8%로 확대됐다. 한국투자증권은 4위에서 3위로 올라섰고, NH투자증권은 5위를 유지했다.
반면 기존 1~3위를 차지하던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은 시장점유율 사수에 실패했다. 세 증권사 모두 1년 동안 30%대 성장세를 보였으나, 후발주자들의 거센 성장세에 못 이겨 시장점유율이 각각 20.4%와 16.8%, 11.2%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포인트(P), 2.3%P, 1.1%P 떨어졌다.
ETN 시장 내에서 중순위 증권사들이 약진할 수 있었던 건 법인 고객들을 주요 타깃으로 하는 채권 금리형 ETN에 자금이 몰렸던 덕분이다. 증권사 랩·신탁을 떠나 자산운용사 MMF나 ETF로 몰리고 있는 법인 자금 수요를 증권사로 되돌리기 위한 시도였다.
메리츠증권이 지난해 4월 출시한 '메리츠 KIS CD금리투자 ETN'은 시가총액이 5천466억원으로 전체 ETN 가운데 4위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NH투자증권의 'QV KIS CD금리투자 ETN'은 5위, 한국투자증권의 '한투 KIS CD금리투자 ETN'도 8위까지 올랐다.
증권사들은 그들끼리의 ETN 점유율 경쟁 속에서도 ETF보다 ETN이 더 매력적인 이유를 강조하기도 했다.
자산운용사가 발행하는 ETF는 최소 10종목을 담아야 하는 것과 달리 증권사가 발행하는 ETN은 최소 5종목만 담아도 돼 집중적인 투자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ETF는 뉴욕증시 상승세를 이끄는 대표 기술주인 '매그니피센트7(M7)'만을 담지 못하고 그 외 3종목을 추가로 담아야 하지만 ETN은 M7만 타깃으로 하는 집중적인 상품을 선보일 수 있다.
증권업계 한 임원은 "채권형 상품은 대부분 기관 자금을 끌어온 실적이라 아직 목마르다"며 "개인 투자자들을 매료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hrsong@yna.co.kr
송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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