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연초부터 보험사 M&A(인수·합병) 시장에 온기가 돌며 작년과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도입된 새 회계제도(IFRS17·IFRS9)와 지급여력제도(K-ICS) 기반의 첫 연간 결산 실적이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낸 데다, 보험 자회사가 필요한 원매자들 사이에선 더 이상 인수를 늦출 경우 이른바 '골든 타임'을 잃을 수 있다는 불안도 커지는 모양새다.
◇ 숫자 확인 필요하단 원매자들…첫 IFRS17 성적표 '예의주시'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BNK금융지주는 보험 자회사 확장을 위해 BNP파리바카디프생명, MG손해보험 인수를 검토 중이다. (이날 연합인포맥스가 단독 송고한 'BNK금융, 보험 시장 도전장…카디프생명·MG손보 인수 추진'제하의 기사 참고)
BNK금융은 프라이빗에쿼티(PE)에 주요 LP로써 출자하는 방식으로 참여한다. 다만 이는 금융당국으로부터 받은 제재 탓에 현시점에서 대주주 변경 심사를 통과할 수 없어 선택한 궁여지책일 뿐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이들 생·손보사에 대한 경영권을 확보해 자회사로 편입할 방침이다.
그룹 내 보험사 포트폴리오가 없었던 BNK금융은 더 이상 비은행 부문의 오가닉 성장을 미룰 경우 다른 지방 금융지주와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데 위기의식을 느껴왔다는 후문이다.
무엇보다 원매자들이 작년보다 올해를 보험사 인수 적기로 판단하는 가장 큰 배경은 조만간 IFRS17 기반의 첫 결산 실적이 발표되기 때문이다.
이미 윤곽은 나왔다. 현재 각 보험사는 작년 결산 실적을 두고 감사인들과의 조율을 진행 중이다. 공식적인 실적 발표는 내달 중순부터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그간 IB 업계에선 보험사의 가치 산정을 두고 견해차가 컸다. 부채도 시가로 평가하는 새 회계제도 체제에서 예상과 달리 보험사의 가치가 부풀려졌다며 분기마다 역대급 이익을 경신하는 보험사를 향한 의구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보험사의 자산과 이익이 늘어날 때마다 매물로 거론되는 보험사들의 몸값도 비싸졌다.
IB 업계 관계자는 "일단은 숫자를 확인할 수 있으니 가치 평가와 가격 산정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확보하게 된 셈"이라며 "멈춰있던 보험사 M&A 시장이 다시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일각에선 몇 해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IFRS17 기반의 첫 결산이 나오더라도,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이 적용된 첫해인 데다가 앞으로 보험사의 이익 체력에 영향을 줄 가정 변경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몇 해를 지켜보는 것 역시 현실적이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PE 업계 관계자는 "쌓여있는 보험사 매물 중에서는 올해가 매각 마지노선인 물건들도 있다"며 "IFRS17 적용에 대한 논란은 수년이 지난다고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현시점에서 기준에 맞게 보고,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BNP카디프 시작 MG·KDB·ABL·동양…그리고 롯데손보까지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시장에선 쌓여있는 보험사 매물들에 대한 관심도 커지는 모양새다.
현재 거론되는 매물로는 MG손해보험과 KDB생명, ABL생명, 동양생명, 롯데손해보험 등이다.
우선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이 올해 보험사 M&A 시장에서 성사될 첫 딜이 된다면 그 바통은 MG손보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예금보험공사는 현재 MG손보 재매각을 위한 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마땅한 원매자가 없다면 가교 보험사로 전환하는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두고 있지만, BNK금융지주와 일부 PE들이 관심을 보여 3차 매각만큼은 어느 정도 흥행에 성공할 수 있으리란 기대가 감지된다.
JP모건을 주관사로 내세운 롯데손보의 최대주주 JKL파트너스 역시 조만간 투자설명서(IM)를 배부할 계획이다.
이미 JP모건 내부에선 올해의 '빅 딜'로 롯데손보를 꼽으며 거래를 성사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는 후문이다.
롯데손보에 이어 동양생명도 조(兆) 단위 대어다.
하지만 동양생명의 경우 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그룹(옛 안방보험)이 함께 보유하고 있는 ABL생명을 매각 우선순위로 두고 있어 상황을 예단하기 쉽지 않다.
또 지난해 하나금융지주, MBK파트너스 등과 매각을 논의했으나 무위에 그친 KDB생명 역시 올해는 이렇다 할 결론을 내야 한다.
한 보험사 대표는 "라이선스만 사고판다면 매물은 얼마든지 더 있을 것"이라며 "보험사의 자산 가치가 예전과 달라졌다. 여기에 법인대리점(GA)까지 더한다면 보험 산업에 발을 디딘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격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보니 당분간 M&A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태호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jsjeong@yna.co.kr
정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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