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이 새 주인 찾기에 나서면서 프랑스를 대표했던 금융사들이 속속 한국을 떠나는 모양새다.
20여년 넘는 동행 끝에 결별을 두고 유럽 시장의 상품이 한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에는 무리였다는 평가와 함께 외국계 금융사와의 합작이 갖는 경영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BNK금융그룹은 사모펀드 운용사(PEF)와 함께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을 인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연합인포맥스가 이날 단독 송고한 'BNK금융, 보험 시장 도전장…카디프생명·MG손보 인수 추진' 제하의 기사 참고)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은 프랑스의 종합금융그룹인 BNP파리바의 보험 자회사 BNP파리바카디프가 지분 85%를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다.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의 출발은 2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BNP파리바는 영국의 HSBC, 독일의 도이체방크와 함께 유럽에서 손꼽히는 3대 글로벌은행이었다.
이들이 한국 시장 진출을 결심했을 무렵, 조흥은행을 인수한 신한지주에 BNP파리바는 선진 금융을 알려줄 전략적 우군이 되기 충분했다. 이후 이들은 자산운용과 생명보험, 손해보험 부문에서 연이어 손을 잡았다.
2002년 10월, 양사가 설립한 국내 최초 방카슈랑스 전문보험사 SH&C생명보험은 2009년 신한금융그룹에서 계열 분리돼 카디프생명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후 2012년에는 지금의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이 됐다.
이미 신한생명을 보유하고 있던 신한지주가 새로운 생보사를 가질 순 없는 노릇이었다. 이에 신한은행을 내세워 방카 중심의 영업을 했고, 현재도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의 지분 15%를 보유한 2대 주주로 남아있다.
하지만 합작사가 가진 한계는 분명했다.
이에 2021년, 신한지주는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과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지분 일부를 연이어 인수했다.
반면 BNP파리바카디프생명 매각은 성사되지 못했다. 이미 당시 ING생명을 인수하며 금융지주 생보사 인수 경쟁의 포문을 연 신한지주에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은 무의미한 인수였다.
이듬해 BNP파리바카디프는 과점주주 체제로 새롭게 출발한 우리금융지주와 매각 논의가 급속도로 진전됐다. 하지만 이사회의 문턱이 높았다.
금융권에선 BNP파리바의 행보가 악사 그룹(AXA S.A)과 닮았다고 입을 모은다.
BNP파리바와 함께 프랑스의 내로라하는 리딩금융그룹인 악사는 1995년 외국계 보험사로는 처음으로 국내 시장에 진출하며 동부생명, 교보생명과 손을 잡고 합작사를 설립했다.
이중 교보생명의 경우 조인트벤처(JV) 계약을 통해 교보악사자산운용을 설립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주사 전환을 추진 중인 교보생명은 향후 교보악사자산운용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할 방침이다. 또한 악사손해보험 역시 상시 잠재 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프랑스가 과거의 우리나라에는 선진 금융이었지만 현재도 그런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유럽의 금융상품이 국내 환경에 맞지 않은 데다, 합작사가 가진 한계도 명확해 이제는 완전자회사가 대다수의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이에 보험업계에서는 향후 PEF를 거쳐 국내 금융지주로 편입될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을 더 기대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의 자산은 2조9천375억 원, 자본은 2천619억 원이다. 건전성을 보여주는 지급여력비율은 205.42%다.
이 기간 당기순이익은 48억 원 적자다. 보험 손익의 경우 111억 원 흑자지만, 투자 손익에서 97억 원 적자가 발생했다. 자산 연계형 상품을 새롭게 선보이며 보험 손익이 일부 개선됐지만, 유가증권 시장 변동성이 커지며 IFRS9 체제에서 투자 손익이 발생한 영향이 컸다.
대표 상품은 ETF변액보험, 신용생명보험 등이다. 최근에는 상품 판매 이래 최초로 홍콩 H지수를 편입한 ELS 변액보험에서 첫 원금 손실이 발생하기도 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의 경우 취급 중인 30여 종의 상품이 특정 상품군에 집중돼있다"며 "차별화가 될 수 있지만 지금 같은 환경에선 자산 성장을 하는데 한계가 있는 구조다. 새로운 도약을 위한 모멘텀이 필요한 때"라고 평가했다.
[BNP파리바 카디프생명 제공]2015년 BNP파리바 카디프생명 본사 전경
jsjeong@yna.co.kr
정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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