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헤지펀드, 배당 확대·자사주 매입 요구
회사 측 "적법성 검토 후 이사회 논의"
(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삼성물산이 정기 주주총회를 한 달여 앞두고 다수의 헤지펀드로부터 공동 주주제안을 받았다. 순자산가치(NAV) 대비 할인율이 좀처럼 줄지 않는 '저평가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주주환원을 강화하라는 내용이 골자다.
이들이 주당 배당금 확대 등을 요구하며 다음 달 주총에서 표 대결이 펼쳐질 가능성이 커졌다. 삼성물산이 해당 제안을 주총 안건으로 상정할 가능성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헤지펀드들은 요구사항 관철을 위해 소액주주 등 다른 주주의 표심 확보에도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5일 재계에 따르면, 안다자산운용과 씨티오브런던인베스트매니지먼트(CLIM), 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스 등 국내외 헤지펀드는 지난 2일 삼성물산에 주주제안서를 발송했다.
다음 달 예정인 주총에서 해당 내용이 정식 안건으로 다뤄지도록 하기 위해서다. 현행법상 6개월 이상 주식을 보유한 1% 이상 주주는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수 있다. 주총에 안건을 올리기 위해선 6주 전 서면 등의 방식으로 의사를 밝히면 된다. 헤지펀드들은 스스로를 삼성물산 주식(보통주) 1% 이상을 보유한 장기주주라고 소개했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크게 두 가지다. 배당 증액과 자사주 매입이다.
우선 2023년 회계연도 결산배당금으로 보통주 4천500원, 우선주 4천550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회사 측이 책정한 금액(보통주 2천550원·우선주 2천600원)보다 주당 2천원 가까이 높다.
이들은 "배당금 지급액을 늘리면 자본 배분을 주주의 기대에 맞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삼성물산이 직면하고 있는 가파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특히 이를 위해 필요한 약 7천400억원의 재원도 충분히 충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물산 계열사의 세후 배당이익 100%와 영업활동으로 발생하는 잉여현금흐름(FCF)의 25%를 활용하면 된다면서다.
두 번째는 5천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매입을 실시하라는 요구다. 사실 삼성물산은 이미 자사주를 활용한 주주가치 제고 정책을 펴고 있다. 지난해 초 향후 5년간 3조원 규모의 자사주(전량)를 소각하겠단 계획을 밝혔고, 올해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헤지펀드들이 추가적으로 자사주 매입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자사주 소각 정책 발표 이후 삼성물산 주가가 코스피 지수 대비 5.1% 추가 하회했고 순자산가치(NAV) 대비 할인율은 67%로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회사 측의 정책이 주가 부양에 아무런 힘을 쓰지 못했으니 매입까지 병행하라는 압박으로 볼 수 있다.
삼성물산은 정식으로 주주제안이 온 만큼 이사회 검토 등을 거쳐 주총 상정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사실상 주식 보유 기간과 지분율 등 주주권 행사 요건에 결격 사유가 없다면 회사 측이 이를 거부할 방법이 없다.
특히 배당안의 경우 이사회와 헤지펀드 측이 제시한 안건 모두를 올려 주주들의 의사를 물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헤지펀드들은 자신들이 책정한 배당금이 이사회보다 높다는 점을 무기 삼아 소액주주 등 설득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추가적인 발표를 통해 제안 내용을 상세히 설명하겠단 계획이다.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현재 삼성물산의 주주는 ▲이재용 회장 등 특수관계인(33.28%) ▲KCC(9.17%) ▲국민연금(7.25%) 등으로 구성돼 있다. 소액주주 지분율은 40% 안팎이다.
이 회장 등 최대주주 지분에 우군으로 평가되는 KCC 몫까지 합치면 대주주 측 지분율이 42%를 상회한다. 주총에서 표 대결이 성사되더라도 출석률 등을 고려할 때 쉽사리 뛰어넘기 어려운 수치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주주제안서를 접수했다"며 "내부적으로 적법성 등을 검토해 이사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sjyoo@yna.co.kr
유수진
sj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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