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 등급으로의 확산 뚜렷…업종·그룹별 차별화는 불가피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연초 회사채 훈풍 기류가 뚜렷해지면서 A급 이하 기업들의 조달에도 숨통이 트이고 있다. 금리 메리트를 부각해 A급 발행물은 민평보다 두 자릿수 낮은 가산금리(스프레드)를 형성하고 있다. BBB급도 리테일과 하이일드펀드 수요를 기반으로 조달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연초 효과가 크레디트 불안이 이어지는 업종·그룹에 대한 외면까지 완화하진 못하고 있다. 롯데그룹의 경우 일부 강세를 보이는 곳도 등장했지만, CJ그룹은 완연한 약세를 보였다. 다만 수요예측에서 드러난 두 그룹의 엇갈린 평가는 크레디트 전망보다는 채권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 차이 등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리 인하 기대감 속 A급 잰걸음…발행 열기 잇는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A급 발행사를 중심으로 조달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주에만 하나F&I(A)와 LX하우시스(A+), 이지스자산운용(A-) 등이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을 훌쩍 웃도는 주문을 모았다. 특히 하나F&I와 LX하우시스는 모든 만기물이 모집액 기준 민평 금리보다 두 자릿수 낮은 가산금리(스프레드)를 형성해 A급 채권 인기를 드러냈다.
AA급을 시작으로 회사채 시장에 온기가 퍼지자 A급 이하 발행사들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투자자들은 채권 시장 안정을 확인한 후 보다 높은 수익률을 좇아 A급 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달 A급 발행사 대부분이 수요예측에서 강세로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민평보다 높은 금리를 보인 건 건설업 불안이 남아있는 SK에코플랜트(A-) 정도였다.
뒤를 이어 녹십자(A+)와 대성홀딩스(A+), LS전선(A+), 동아에스티(A+), SK스페셜티(A+), 한화(A+), LS(A+), 에코프로(A-), 대한항공(A-), HD현대(A), 대성에너지(A+) 등이 이번 달 회사채 수요예측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급의 경우 최근 2년간 발행이 녹록지 않았던 터라 만기물을 상환하거나 CP로 돌리는 방식 등을 활용해야 했다"며 "하지만 금리 인하 기대감 등으로 시장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올 1분기 안에 발행을 마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BBB급도 리테일과 하이일드펀드 등의 수요에 힘입어 완판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SLL중앙(BBB+/BBB 스플릿)을 시작으로 AJ네트웍스(BBB+)와 두산퓨얼셀(BBB) 등이 시장을 찾아 넉넉한 수요를 확인했다. 이어 두산에너빌리티(BBB+·BBB 스플릿)가 이달 회사채 조달 흐름을 이어갈 예정이다.
◇크레디트 불안감 속 롯데·CJ 상이한 결과…민평 차이 영향
회사채 강세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CJ그룹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냉정했다. CJ제일제당(AA)과 CJ ENM, CJ㈜ 등은 지난달 회사채 수요예측 결과를 반영해 민평보다 높은 스프레드로 채권을 찍었다.
특히 CJ ENM은 3년물이 모집액 기준 동일 만기 민평보다 29bp 높은 금리를 형성해 신용등급을 둘러싼 불안감을 여실히 드러냈다. 2년물은 동일 만기 민평 대비 5bp 높은 수준이었다. 발행 스프레드 역시 이와 동일했다.
업계 관계자는 "CJ그룹의 경우 CJ ENM 부진은 물론 주력 계열사인 CJ제일제당 또한 지지부진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어 크레디트 시장 내 우려가 이어지고 있는 곳"이라며 "신용도 불안 등으로 연초 회사채 발행 성적 또한 다소 저조한 모습"이라고 전했다.
반면 롯데케미칼 실적 저하와 롯데건설 지원 부담 등으로 불안이 이어지던 롯데그룹은 비교적 강한 면모를 드러냈다.
2024년 롯데그룹 첫 발행 주자로 나선 롯데쇼핑은 3년물만이 동일 만기 민평보다 4bp 높은 스프레드를 형성했을 뿐 2년물과 5년물은 언더 조달에 성공했다. 롯데지주는 2, 3년물 스프레드는 민평 대비 오버로, 5년물은 언더로 발행했다.
뒤이어 호텔롯데는 2년물과 3년물 모두 민평보다 낮게 찍었다. 롯데케미칼(AA) 보증으로 회사채 시장을 찾은 롯데건설도 모집액을 훌쩍 웃도는 수요를 확보했다.
다만 이러한 결과가 롯데그룹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드러내는 건 아니라는 해석이다. 롯데그룹은 이미 민평금리가 상당히 높아진 터라 상대적으로 강세를 형성한 듯 보이기 쉽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연합인포맥스 '발행사 만기별 Credit Spread'(화면번호 4788)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호텔롯데와 롯데지주, 롯데쇼핑은 3년물 기준 모두 'AA-' 등급 금리보다 높은 민평을 형성했다. 호텔롯데는 34.6bp, 롯데지주는 28.6bp, 롯데쇼핑은 22.2bp 높았다.
반면 CJ그룹 계열사는 전반적으로 등급 민평보다 낮은 수준을 보였다. 3년물 기준 CJ는 'AA-' 등급 민평 대비 14.2bp, CJ제일제당은 'AA' 대비 15.5bp 낮았다. 신용도 불안이 큰 CJ ENM만이 'AA-' 등급 민평 대비 5.5bp 높은 스프레드를 보였다.
앞선 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 계열사는 이미 민평이 등급 대비 높게 형성돼 이에 비해 강세로 보였을 뿐 절대금리를 보면 해당 등급 중에서도 높은 수준"이라며 "이를 감안하면 CJ나 롯데 등에 대한 우려는 채권 시장에서 여전히 드러나는 셈"이라고 내다봤다.
phl@yna.co.kr
피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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