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 기관 물량으로 영업 뒷받침…가격 왜곡, 투자자 불만도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증권사들의 주관사 수임 경쟁도 최근의 공모 회사채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계열 기관을 수요예측에 참여시키는 방식 등을 영업에 활용하면서 회사채 강세가 시장 평가 대비 과중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관사의 이런 '캡티브' 영업은 어제오늘 일만은 아니다. 하지만 캡티브 물량이 발행 가산금리(스프레드)를 끌어내리는 현상이 거듭되면서 시장 가격 형성이라는 수요예측의 취지는 점차 옅어지고 있다. 이에 회사채 큰손으로 꼽히던 연기금마저도 이전만큼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는 등 투자 시장 전반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캡티브 영업 타고 회사채 강세…주관 경쟁의 이면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서 최근 회사채 강세의 배경으로 꼽는 것 중 하나는 캡티브 영업이다. 주관사단의 계열사가 수요예측에 민평보다 훨씬 낮은 스프레드로 주문을 넣어 공모채 발행 금리를 전반적으로 끌어내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캡티브 영업은 점차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고 있다. 주관사 캡티브 물량 덕에 주문량 증가는 물론 스프레드 절감이 이뤄지는 사례들이 포착되면서 이를 요구하는 발행사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A 업계 관계자는 "캡티브로 안전장치를 확보하고 싶은 발행사와 실적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해야 하는 증권사들의 조급함이 맞물리면서 이러한 영업 행태가 과해지고 있다"며 "금리 측면에 있어 아직 스프레드가 이 정도로 줄어들 만한 여건이 아닌데 캡티브로 인해 실제 시장 평가보다 더욱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계열 기관은 물론, 증권사 내부 수요도 영업을 뒷받침하고 있다. 증권사가 대표 주관 업무를 맡되, 일부 만기물을 인수하지 않고 기관 투자자로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형태다.
주관사가 투자자가 되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지난해 증권 규정 사각지대가 드러났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으나 당국이 별다른 입장을 취하지 않으면서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왜곡 vs 시장 질서' 엇갈린 시선…투자자 불만은 가중
캡티브 영업이 성행하면서 주관사들의 책임감 부족에 대한 지적이 제기된다. 발행사와 기관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해야 할 대표 주관사가 수요예측에서는 스프레드를 끌어내리는 투자자로 자리하면서 본연의 역할이 희석된다는 의견이다.
B 업계 관계자는 "주관사는 IR 등을 통해 기관 투자자에게 발행물의 어필하는 일종의 세일즈 역할도 담당한다"며 "기관에 IR을 하던 주관사가 수요예측에선 낮은 스프레드를 적어내 물량을 받아 가는 행태가 의아하다"고 말했다.
다만 계열 투자자 또한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수요예측에 참여할 순 없는 만큼 이 역시 시장 가격 형성의 일부라는 의견도 나온다.
C 업계 관계자는 "캡티브라고 손해를 보면서까지 주문을 넣을 순 없다"며 "수요예측이 기관들이 적어낸 스프레드를 줄 세워 낮은 순서대로 배정하는 시스템인 만큼 물량을 받고 싶은 곳은 금리를 더 낮게 쓰면 되는 게 시장 질서"라고 강조했다.
D 업계 관계자의 경우 "주관 업무를 많이 하는 대형 증권사들은 필연적으로 리테일 등 이외 사업도 클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면을 고려한다면 인수단은 회사채 수요예측에 참여할 수 없다는 관행 자체가 도리어 일종의 제약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증권사들의 캡티브 공세 속에서 이외 기관들은 회사채 물량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회사채 큰손으로 꼽히는 연기금조차도 캡티브에 밀려 수요예측에서 물량을 받기가 어려워진 실정이다. 시장을 주도하던 우량 기관조차 가격 결정 등의 측면에서 배제되고 있는 셈이다.
E 업계 관계자는 "캡티브가 공격적으로 금리를 적어내면서 기관들이 물량을 받으려면 이러한 분위기를 따라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에 일부는 수요예측 대신 유통물 매입 등으로 대응하고 있고, 연기금도 이전보다 발행물을 확보하는 게 녹록지 않아진 상태"라고 전했다.
phl@yna.co.kr
피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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