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4대 금융지주가 지난해 총 9조원에 달하는 충당금을 쌓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와 한계기업 구조조정 등에 대비해 손실흡수능력을 강화하라는 금융당국의 압박에 사전적으로 충당금 적립을 대거 늘린 영향이다.
이와 더불어 연체율이 급증하고 있는 건설업종 등을 중심으로 부실채권 정리에 속도를 내면서 당분간 보수적인 리스크 관리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4대 금융지주, 작년 충당금 3.5조 이상 더 쌓아…당국 요구 대응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충당금 전입액은 총 8조9천931억원으로, 전년 대비 70.3% 증가했다.
대손충당금은 금융사가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예상되는 채권을 미리 비용으로 처리하는 회계 계정이다. 충당금을 많이 쌓는다는 것은 그만큼 미래 예상되는 부실 규모가 커졌다는 얘기다.
KB금융은 지난해 3조1천464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전년 대비 70.3% 늘어난 규모다.
신한금융도 전년 대비 70.8% 늘어난 2조2천512억원, 하나금융은 41% 증가한 1조7천148억원을 각각 충당금으로 설정했다.
우리금융은 1조8천807억원으로 전년보다 112.4% 확대했다. 상반기 중 2천630억원의 선제적 충당금을 적립한 데 이어 작년 4분기에도 5천250억원을 추가로 쌓았다.
대손충당금을 대폭 늘린 만큼 전체 이익도 감소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수준을 유지했으나, 충당금 영향으로 당기순이익은 19.9% 감소한 2조5천167억원에 그쳤다.
이로써 1년 만에 '3조 클럽' 타이틀을 내려놓게 됐다.
하나금융과 신한금융 당기순익도 1년 전보다 각각 3.3%, 6.4% 감소해 최대 실적 행진을 멈췄다.
금융지주들이 순익 감소를 감내하면서까지 충당금을 크게 늘린 것은 금융당국이 PF 부실 충격 등에 대비해 신속한 손실 인식과 충당금 확대를 연일 압박하고 있다.
특히 증권사와 제2금융권 등 상대적으로 PF 리스크에 취약한 금융사에게 수위를 높여 경고성 메시지를 날리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5일 '2024년 금감원 업무계획 기자간담회'에서 "PF 손실 인식 미루고 책임을 회피하는 금융회사는 시장에서의 퇴출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천상영 신한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비은행 부문의 부동산 PF 충당금 손실 흡수 얘기가 있었고 당국도 우려를 표했다"며 "결산 막바지까지 캐피탈, 저축은행, 증권사에 대한 부동산 PF 충당금은 보수적인 기준에서 바라보고 적립했다"고 말했다.
박장근 우리금융 리스크관리부문 상무(CRO)도 "금융당국에서 충당금을 충분히 쌓으라는 요구가 있었고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면서 "올 하반기 금감원에서 위험 요소(RC)를 변경 요구가 있을 것으로 예상돼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역대급 충당금에도 부실채권 급증…PF '복병'
실제로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의 자산건전성은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4대 금융지주의 부실채권으로 분류되는 고정이하여신(NPL) 규모는 7조9천378억원으로 1년 전보다 47% 증가했다.
KB금융은 NPL 규모가 전년 대비 71.9% 급증한 2조5천78억원에 달했는데, 회수불능이 확실해 손실처리가 불가피한 '추정손실' 여신이 3천926억원으로 전년보다 84.9% 급증했다.
신한금융도 NPL 규모가 처음으로 2조원을 넘겼고, 하나금융도 1조9천5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5% 증가했다.
부동산 PF 등 위기 상황 대비 손실 흡수능력을 보여주는 NPL커버리지비율도 하락했다.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NPL커버리지비율은 지난해 평균 187.5%로 1년 전보다 약 22%포인트(p)나 떨어졌다.
건전성 악화에 대비해 충당금을 대폭 쌓았음에도 자산건전성은 악화됐다는 뜻이다.
은행 연체율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4대 은행의 대출 연체율은 지난 2022년 말 평균 0.20%에서 지난해 말 평균 0.25%로 0.05%p 상승했다.
특히 건설업 연체가 일제히 급증했다.
신한은행은 0.34%에서 0.79%로, 하나은행은 0.17%에서 0.33%로, 우리은행은 0.26%에서 0.39%로 건설업 연체율이 각각 상승했다.
미국발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 위기가 확산하는 가운데 금융지주들은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 가능성도 위험 요인으로 예의주시하고 있다.
KB금융의 부동산 PF 및 해외 상업용 부동산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각각 약 13조5천억원, 5조원이다.
신한금융의 경우 해외부동산 익스포저가 약 4조원이며, 지난 4분기에만 1천300억원 이상을 손실 처리했다
최철수 KB금융 최고리스크담당자(CRO)는 "부동산 PF 관련 부실 비율은 0.8% 정도임에도 보수적이고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쌓았다"면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쌓았기 때문에 현 기준에서는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TV 제공]
hjlee@yna.co.kr
이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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