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슬기 기자 = 지난해 4분기 주요 금융지주의 실적 성패는 '비은행 계열사'의 성과에 따라 극명하게 나뉘었다.
비은행 계열사를 고루 갖춘 금융지주는 계열사 간 시너지를 통해 비이자이익 확대 등으로 실적 개선을 이뤄낸 반면, 은행에 치중된 포트폴리오를 갖춘 금융지주의 경우 공백을 메우기 어려웠다.
금융시장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의 심화로 비은행 계열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올해 국내 금융지주사의 비은행 강화를 위한 인수·합병(M&A)도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KB·신한, 비은행 계열사 호실적 견인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약 15조원에 달했다.
KB금융이 4조6천319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고, 신한금융(4조3천680억원), 하나금융(3조4천516억원), 우리금융(2조5천170억원) 순이었다.
KB금융은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실적 증가세를 보였는데 은행과 비은행 간 실적 비중은 각각 66%와 34%였다.
계열사별로 KB국민은행과 KB손해보험, KB증권, 라이프생명의 순이익은 각각 3조2천615억원, 7천529억원, 3천896억원, 2천562억원으로 거의 전 계열사가 고른 실적을 냈다.
KB국민은행이 전년보다 8.9% 증가했고, KB증권은 107.5%, KB라이프는 88.7%, KB손보는 35.1% 급증했다.
주력 계열사인 은행뿐만 아니라 비은행 계열사들도 호실적으로 내면서 은행과 비은행의 균형 있는 성장이 KB금융 실적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은행업과 비은행 사업을 아우르는 사업 다각화 수준이 타 금융지주사 대비 높다"며 "주요 자회사인 국민은행은 국내 최대 규모 은행이며 증권사, 보험사, 신용카드사 등의 비은행 자회사들도 해당 산업 내에서 주요 업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2022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3년 만에 리딩금융 자리를 탈환했던 신한금융은 KB금융에 다시 왕좌를 내주게 됐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그룹 당기순이익 중 비은행 부문 기여도가 35%로 전년 대비 4%포인트(p) 내렸다. 2년 전과 비교하면 7.4%p나 하락한 것이다.
주요 계열사인 신한은행의 당기순이익은 3조677억원으로 전년대비 0.7% 증가했다. 신한라이프도 5.1% 증가한 4천724억원을, 신한캐피탈은 0.2% 늘어난 3천40억원을 달성했다.
다만 비은행 주요 계열사인 신한카드와 신한투자증권의 실적이 부진했다.
지난해 신한카드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3.2% 감소한 6천206억원이었고 신한투자증권은 전년 대비 75.5% 급감한 1천9억원에 그쳤다.
반면 하나금융과 우리금융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다소 약한 금융지주는 공백이 고스란히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기준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비은행 수익 비중은 각각 5.5%와 6.7%에 그쳤다.
하나금융의 비은행 순이익 비중은 2022년 18.9%에서 2023년 5.5%로 13.4%p 하락했고 비은행 순이익도 같은 기간 7천200억 원에서 2천30억 원으로 71.8% 감소했다.
하나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이 12.3% 증가한 3조4천766억원에 달했지만, 비은행 계열사인 하나캐피탈(2천166억원), 하나카드(1천710억원), 하나자산신탁(809억원), 하나생명(65억원)의 지주 전체 실적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하나증권의 경우는 2천708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봤다.
계열 보험사와 증권사가 없는 우리금융도 지난해 비은행 순이익 비중이 크게 하락했다.
우리금융은 은행 비중이 2022년 83.9%에서 2023년 93.3%로 10%p 가량 증가했다.
우리금융의 경우 우리은행 순이익(2조5천159억원)이 그룹사 순이익(2조5천167억원)의 99% 가량을 차지했다.
비은행 순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우리카드는 지난해 순이익이 1천1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우리금융캐피탈은 1천280억원으로 30.1% 감소했고, 우리종금은 순손실 530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우량 비은행 보유 여부, 금융지주 실적 가른 핵심 요인
1·2위를 다투는 KB금융과 신한금융이 전반적으로 탄탄한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다른 금융지주사들과 격차를 벌릴 수 있는 배경에는 우량 비은행 계열사 보유 여부가 그룹의 실적을 가르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하나·우리금융이 비은행 계열사 M&A 에 적극적인 관심을 내보이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은행의 영업 환경이 더욱 어려워지고 사업 다각화가 절실해지면서 순이익의 99%를 이자이익에 기대는 구조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두 회사 모두 비은행 M&A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이라는 게 시장의 지배적인 전망이다.
현재 우리금융은 증권사 인수를 우선순위에 두고 포스증권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대형 증권사 인수 대신 증권업 라이선스를 가진 증권사를 인수해 계열사인 우리종합금융과 합병하는 방식을 고민하는 등 증권업 확장 의지를 다지고 있다.
이성욱 우리금융 부사장은 지난 6일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비은행 부문 M&A는 적정 자본비율 내에 건전경영 및 자기자본이익률(ROE) 제고를 전제로 계열사 시너지 극대화와 기업금융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며 "현재 시장에서 언급되고 있는 증권사를 포함해 규모와 관계없이 모든 곳이 잠재매물"이라며 의지를 드러냈다.
하나금융은 2025년까지 '비은행 순이익 비중 30%'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보험 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해 KDB생명 인수전에 참전했던 만큼, 올해도 외국계 생명보험사를 비롯한 우량 보험사 매물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은행권 관계자는 "포트폴리오가 비교적 다각화된 KB와 신한의 경우 실적에 유의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며 "금리 변동기에는 포트폴리오 다각화 여부가 안정적인 그룹 순이익 유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되면서 포트폴리오가 은행으로 과도하게 쏠려 있는 금융그룹들의 M&A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sgyoon@yna.co.kr
윤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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