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남경 기자 = 금융당국이 국내 금융회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이연을 막기 위해 연일 강력한 경고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약발이 미치지는 않는 모습이다. 공매 시장에선 부지 매입 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사업장을 내놓은 사례들이 이어져 금융당국과 업계의 눈높이가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한이익상실(EOD)과 함께 부지 매각에 실패한 종로구 효제동과 용산구 이태원동 PF 사업장이 다시 공매 시장에 나왔다.
종로구 효제동 부지는 효제동 315-1일원 부지에 주거용 오피스텔을 공급하기 위한 사업장이었다. 이 부지의 소유주는 이지스자산운용과 한국투자증권이 120억원의 자본금을 들여 만든 효제아트피에프브이(PFV)로, 개발을 위해 지역 새마을금고와 저축은행을 비롯한 19개 금융회사로부터 532억원의 PF 대출을 받았다.
효제동 사업장의 대출 만기는 지난해 5월이었지만 만기를 연장하지 못해 이미 지난해에 공매 시장을 찾았다. 하지만 사업장 매각에 실패하고 지난 2월 다시 공매 시장을 찾았지만, 감정평가액이나 부지 매입가격보다 높은 최저입찰가를 써내 논란이 되고 있다.
효제동 부지의 1회차 최저입찰가는 1천41억원이었다. 미래새한감정평가법인이 평가한 801억원의 130% 수준이고, 선순위 대출금액인 532억원의 2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해당 공매의 최저입찰가는 두 차례 유찰되면서 843억원 수준으로 낮아졌다. 앞으로 5차례가 더 유찰되면 매각가는 선순위 대출금액인 532억원보다 밑으로 내려간다.
용산구 이태원동 사업장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사업장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124-3, 124-4 두 필지에 업무·상업시설을 개발하는 용도로, 역시 지난해 브릿지론 디폴트가 발생해 공매 시장을 찾았다.
당시 첫 최저낙찰가는 685억원, 5차 공매에서 449억원으로 낮아졌지만 팔리지 않았다. 이후 수의계약으로 전환됐지만 여전히 주인을 찾지 못했고, 올해 다시 공매 시장을 찾았다. 지난 1일 시작된 공매 절차에서 신탁사는 지난해와 똑같은 최저입찰가를 설정했고, 4차례 유찰된 뒤 오는 15일 마지막 입찰이 진행된다.
이 사업장은 선순위 427억원, 중순위 70억원, 후순위 15억원 등으로 총 512억원 규모의 브릿지론 대출을 받았다. 지난해 공매 시장에서도 팔리지 않은 매물이 올해도 브릿지론 대출 규모보다 큰 최저입찰가를 들고 온 것으로, 부지 매입 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땅을 매각하길 원하고 있다는 의미다.
PF 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연일 강력한 메시지를 내비치고는 있지만 아직 현장에선 와닿지는 않는 모습이다"며 "공매 시장에 나오는 물건들을 봐도 땅값이 살 때보다 오히려 늘어난 사업장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유찰되면서 가격이 낮아지고 높은 가격을 희망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당국과 업계의 눈높이가 여전히 많이 다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올해 금융회사의 PF 부실 이연을 막겠다면서 연일 강력한 경고음을 내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금리인하 기대감에 편승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이연되는 일이 없도록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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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당국은 무분별한 만기 연장을 초래한 PF대주단협의체를 개정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만기 연장은 어렵게, 자산 매각은 쉽게'하는 방향성이다.
PF대출을 취급한 금융회사가 손실을 인식하면, 사업장을 싸게 시장에 내놓을 수 있고 다음 매수자는 개선된 사업성을 바탕으로 PF 사업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게 당국의 논리다.
하지만 정작 공매 시장을 찾은 PF 사업장들이 높은 최저낙찰가로 인해 거래되지 않으면서 금융당국의 대응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회사 내부적인 절차로 당국이 생각하는 것처럼 과감하게 사업장을 정리할 수 없다"며 "정작 싸게 올린다고 해도 살 주체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실무자 입장에서 당국이 권고하는 방향이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nkhwang@yna.co.kr
황남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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