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 가능…부실자산 매각 등 체질 개선"
"작년 선제적 자금 조달"
(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이직이 잦은 증권업계에서 한 회사에서만 20년 이상 근무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한 회사에서 하나의 직군만 맡아온 경우는 더욱 희소하다. 20년 넘게 하나증권의 살림살이를 도맡아온 김정기 경영전략본부장은 그런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1977년생인 김 본부장은 2002년 입사한 첫 직장 하나증권에서 줄곧 재무·전략만을 맡아온 '기획통'이다. 홍익대학교 경영정보학과 재학 중 참가한 모의투자 대회에서 뛰어난 성과를 낸 것을 계기로 증권사에 입사했다. 여느 신입처럼 영업점에서 기초를 배운 이후부터는 경영지원 직군에서 회사의 살림꾼으로 일했다.
김 본부장은 19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맨땅에 헤딩하듯 일을 배웠다"라고 회상했다. 2000년대 초중반 하나금융그룹 내 두 증권사 중 김 본부장이 속했던 하나IB증권은 멀티 플레이를 요구하는 소형사였기 때문이다.
이후 하나IB증권은 하나대투증권과 통합됐고, 하나금융투자·하나증권 등으로 사명을 바꿔왔다. 김 본부장도 변화하는 회사에서 여러 인수합병(M&A) 등 전략·기획 업무를 수행했고, 경영전략본부장·최고재무책임자(CFO)로 명함을 바꿔왔다.
한 회사의 재무를 관리하는 CFO로서 지난해 실적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2천70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IB그룹에서 투자한 해외 상업용 부동산의 가치가 하락한 게 영향을 줬다.
김 본부장은 "훗날 가볍게 올라갈 수 있도록 자산 가치를 재평가했고, 충당금을 보수적으로 쌓았다"라고 설명했다.
하나증권은 팬데믹 전까지 해외 상업용 부동산에 가장 활발하게 투자하던 증권사 중 하나였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거듭나고자 자기자본을 늘려가는 과정에서 그룹으로부터 증자를 받았고, 그룹의 지원에 보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해외 자산을 사들였다.
김 본부장은 "채권·주식발행이나 기업공개(IPO) 같은 기업금융은 장기적으로 고객과 관계를 구축해야 하는 데다 수익성이 떨어졌다"며 "수익이 나는 해외 상업용 부동산 쪽을 노렸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원격근무 일상화와 미국·유로존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현지 상업용 부동산의 가치가 떨어지며 하나증권은 직격탄을 맞았다.
김 본부장은 "어느 순간 사업 포트폴리오가 지나치게 쏠려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회사 내부적으로 반성하는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라고 전했다.
작년 초 취임한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이사는 IB그룹 체질을 개선 중이다. 기업금융을 담당하는 IB1부문을 강화해 사업 균형을 맞춘다는 구상이다.
김 본부장은 "체질 개선의 일환으로 부실한 자산을 매각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해외 자산 사후관리 조직을 만들어 옥석을 고르는 작업을 작년부터 이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다른 회사보다 반 발짝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부진했던 실적을 그나마 지탱해준 조직은 S&T(세일즈 앤 트레이딩)그룹이다. 지난해 2천억원 가까이 벌어들인 S&T는 예로부터 하나증권의 강점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 본부장은 "안정적으로 꾸준한 수익을 벌어주는 조직"이라며 "2009년 장외시장(OTC)이 처음 생길 때부터 처음으로 인가를 받은 곳"이라고 말했다. 은행·공제회 등을 상대로 하는 OTC에서 강한 하나증권 S&T그룹에 대한 자부심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김 본부장은 올해 실적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해 2천500억원 정도 경상수익을 낸 기초체력을 고려하면 턴어라운드(흑자 전환)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김 본부장은 "지난해에는 비경상적인 일회성 요인 때문에 적자를 기록했다"며 "올해는 당장 1분기부터 분기마다 흑자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룹별로는 IB그룹은 체질 개선 작업을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다. S&T그룹은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로 인한 시장 위축을 피할 수는 없을 전망이다.
김 본부장은 "ELS 사태 여파를 최대한 방어한다는 전략"이라며 "ELS뿐만 아니라 다른 다양한 상품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WM그룹은 가장 기반이 되는 손님 자산 유치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김 본부장은 "그동안 리테일이 바라는 만큼 성장해주지 못했다"면서도 "시장이 작년보다는 올해가 더 나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회사 체질을 개선하면서도 도약할 발판을 마련하려면 실탄이 중요하다.
CFO로서 자금 조달을 맡은 김 본부장은 이와 관련해 "작년에 선제적으로 자금 조달을 많이 했다"며 "올해 기업의 신용 리스크 등이 부각되면서 자금시장이 경색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하나증권은 현금성 자산을 2조원 이상 보유 중이다.
김 본부장은 "시장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발생할 때를 대비해 유로 중기채권(EMTN:Euro Medium Term Note)이란 옵션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MTN이란 미국 외 시장에서 발행한 달러채권을 뜻한다.
김 본부장은 "작년에도 EMTN을 발행한 바 있다"며 "해외에서는 하나증권과 하나금융그룹의 신용등급이 함께 평가를 받아 국내 발행과 비교할 만한 금리 메리트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증권은 미래를 대비해 유동성뿐만 아니라 새로운 인재도 뽑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업황이 어려운 가운데 신입 공개채용을 단행한 하나증권을 흥미로운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2002년 하나증권 공채 선배인 김 본부장은 2024년 공채 후배들에게 "우선은 잘 배워가길 바라고, 둘째로는 길게 보며 차근차근 준비해주길 바란다"며 "좋은 기회가 분명히 올 테니 공부를 열심히 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ytseo@yna.co.kr
서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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