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양용비 기자 = 태영건설로부터 촉발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 고금리 기조로 인해 대체투자로 향하는 자금도 경색되는 분위기다. 부동산 PF에 자금을 투입하던 출자사(LP)들은 태영건설에서 시작된 유동성 위기가 우량 시공사까지 전이될까 우려하고 있다.
부동산 PF 위기는 대체투자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금리 인상과 함께 부동산 PF 관련 우려가 부각되면서 사모펀드(PEF)나 벤처펀드(VC)로 향하던 자금도 말라가고 있다.
LP들 사이에선 주식, 채권 투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체투자의 업력이 짧아 전문가가 부족한 만큼 관련 인재 양성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선 운용사들의 대체투자 철학도 쌓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고금리·부동산 PF 리스크, PE·VC까지 전이
대체투자에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금리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고 이에 따른 대체투자의 난이도도 높아졌다. LP 입장에선 금리 이상의 수익을 낼 투자가 아니면 굳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대체투자를 할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고금리 상황에 부동산 PF 위기도 겹치면서 대체투자에 대한 LP들의 태도는 더욱 신중해지고 있다. 태영건설과 같은 위기가 우량 시공사까지 번질 것이라는 불안 심리가 누적되면서 선뜻 자금을 풀지 않고 있다.
이같이 고금리 시대에서 대체투자 비중을 늘리기는 어렵다는 게 LP들의 판단이다. 대신 금리 상승으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부동산 대출 투자 등 고정 수익이 발생하는 투자의 비중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한 보험사의 투자운용본부장은 "현재 부동산 PF 투자는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해 신규 프로젝트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며 "부동산 PF에 대주들이 많이 줄었고, 현재는 안전한 담보대출 위주로 전략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펀드레이징 시장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대체투자 분야는 또 있다. 사모펀드(PE)와 벤처캐피탈(VC) 시장이다. 주로 금융권으로 구성된 LP들의 부동산 PF 투자로 인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불똥이 튀었다.
주요 LP에게 PEF나 VC는 부동산이나 인프라 투자에 비해 후순위로 취급되는 영역인 만큼 더욱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2년부터 금리가 상승하자 연기금과 공제회, 캐피탈 등 주요 LP들이 모험자본으로 향하는 자금을 보수적으로 집행했다.
그나마 사모펀드, 벤처캐피탈업계의 대형사라고 손꼽히는 곳들만 '보릿고개'를 가까스로 피해가는 분위기다. 트랙레코드가 많은 대형사에 출자해야 LP 입장에서도 출자 심사 과정에서 허들이 낮고 부담도 적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탈에 출자하는 한 캐피탈사 담당자는 "은행지주 계열의 캐피탈사나 LP 들은 올해 벤처캐피탈에 거의 출자를 안한다고 봐도 될 정도"라며 "고금리와 부동산 PF 우려 탓도 있지만 금융지주 대부분이 벤처캐피탈이나 사모펀드 블라인드 펀드 출자의 위험가중치자산(RWA)을 400%로 설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RWA가 400%라는 의미는 벤처펀드와 타 금융상품에 똑같이 100억원을 출자했다고 가정할 때 벤처펀드에는 400억원을 출자했다고 인식한다는 뜻이다. 그만큼 벤처펀드가 고위험상품이라고 여기는 셈이다. RWA가 증가하게 되면 은행의 건전성 지표인 BIS(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비율)가 낮아질 수 있다.
한 증권사의 출자 담당자는 "기술 발전이 빨라지고, 산업 호황 사이클도 짧아져 대체투자의 난이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예컨대 물류센터에 투자를 했는데 인공지능(AI), 로봇 기술이 빠르게 발달해 이를 대체할 수 있게 되는 시장이 되고 있다"고 얘기했다.
◇아직 짧은 업력, 인력 강화·철학 정립 '숙제'
대체투자를 진행하는 일선에선 해당시장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운용역들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체투자 시장의 하락장을 경험한 전문 운용역이 부족해 돌발상황에서도 기민하게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이유로 우수한 운용역을 확보할 수 있는 대체투자 인력관리 체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약 1천조원의 기금을 운용하는 국내 최대 LP 국민연금공단에서도 대체투자 인력관리 체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해 재정추계전문위원회가 발행한 '2023년 재정계산 결과를 바탕으로 한 국민연금 제도개선 방향에 관한 공청회' 자료에 이같은 내용을 언급했다. 해당 자료에는 기금의 장기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선 대체투자 확대 등이 필요한데, 현 운용 체계로는 실행이 부적합하다고 설명했다.
대체투자는 전통적 투자에 비해 운용역 개인 네트워크, 역량에 의존하는 정도가 크다는 게 재정추계전문위원회의 판단이었다. 우수한 운용역을 확보할 수 있는 인력관리 체계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유다.
또한 재정추계전문위원회는 자산운용 시장의 전반적인 대체투자 확대 기조로 관련 인력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심각하다고 기술했다. 이로 인해 전통자산과 대체투자에 있어 동일 경력의 펀드매니저에 대한 연봉 차이가 매우 크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공공기관인 국민연금공단 산하 부서로 설치된 기금운용본부는 운용 자산별로 차별적인 급여, 보상체계를 제시하기 어려운 경직된 조직 구조라고 지적했다.
재정추계위원회는 당시 공청회 자료에 "대체투자 집행 부진의 원인은 전통적 투자와는 이질적인 속성이 반영된 효율적인 대체투자 운용체계를 갖추기 어려운 조직상의 한계, 대체투자 운용역에 대한 인력관리의 어려움을 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간 LP 일선에서도 인력관리 체계가 구축돼야 운용사만의 대체투자 철학도 정립된다고 보고 있다. 철학을 제도에 녹여내야 대체투자가 한층 고도화된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보험사 대체투자운용 담당자는 "해외는 대체투자의 역사가 긴 만큼 투자 철학이 정립된 경우가 많다"며 "이미 해외에서는 대체투자 운용사가 직원들에게 GP커밋을 행사할 수는 있는 제도를 마련해 책임 운용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 놓기도 했다"고 전했다.
ybyang@yna.co.kr
양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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