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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 사장 선임에 '주주역할' 하겠단 기업銀…뭘 봤길래

24.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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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상 불편한 문제 노출"…주주 목소리 낸다

재단·기금에 자사주 무상 증여 "심각한 문제"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KT&G의 최대주주 IBK기업은행(지분율 6.93%)이 6년 만에 사장 선임에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업은행은 정부의 인사 개입 등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하면서도, "경영진의 불공정한 의사결정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라며 주주 역할 강화 차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KT&G가 1조원대에 이르는 자사주를 산하 기금과 재단에 무상으로 넘기는 것을 두고 재벌들이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악용하는 행태를 답습하고 있는 점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주주 역할 할 것"…6년 만에 지배구조 칼날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오는 28일 예정된 KT&G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사장 후보로 내정된 방경만 KT&G 수석부사장 선임안에 반대표를 행사하는 것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사외이사의 외유성 해외출장, 백복인 사장의 셀프 연임, 폐쇄적인 이사회 운영 등 KT&G 경영과 관련한 불편한 사안들이 상당히 노출된 상황"이라며 "이에 대한 시장의 지적이 계속되는 만큼 최대 주주로서 해야 할 역할을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사외이사 후보로 손동환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추천한 상태다.

기업은행은 2018년 백복인 사장의 연임에 반대할 때도 사외이사 후보를 내기 위한 주주제안을 했었다.

당시 투자자들은 공공기관인 기업은행의 주주제안을 정부의 인사 개입, 관치로 간주하고 백 사장의 연임에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1대 주주이던 국민연금도 '중립'으로 한발 물러서면서 기업은행의 시도는 실패로 끝난 바 있다.

기업은행이 또다시 경영진 견제에 나서는 것은 여전히 KT&G 지배구조에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KT&G는 포스코·KT와 함께 '주인 없는 기업'으로 불리는 대표적인 소유 분산 기업이다.

이런 기업은 경영 권한이 CEO에 집중되면서 이사회의 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자리가 사실상 세습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현 정부는 소유 분산 기업들의 지배구조 선진화를 강조하고 있다.

백복인 사장이 퇴진을 밝혔음에도 차기 사장 선임 과정에서의 공정성과 경영권 사유화 의혹이 제기되는 등 과거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특히 기업은행의 KT&G가 자사주 1천만여 주를 KT&G의 재단과 기금에 무상으로 증여하는 것에 문제 의식을 갖고 있다.

KT&G는 20년 넘게 자사주를 꾸준히 매입해 왔다. 작년 말 기준 자사주 비중은 15%에 달한다.

통상 기업들이 자사주를 매입 후 즉각 소각하는 방식으로 주주가치를 끌어올리는 것과 달리, KT&G는 자사주 매입 후 이를 사내 기금·재단에 기부해왔다.

이들 기금·재단의 지분율을 합하면 약 10%를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최대주주인 기업은행보다도 높은 셈이다.

기업은행은 자사주 증여가 경영진의 경영권을 강화하기 위한 우호 지분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자사주를 받아 간 KT&G장학재단의 이사장이 백복인 사장이며 KT&G복지재단의 이사장이 민영진 전임 사장이기 때문이다.

실제 회사가 매입한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으나, 이를 제3자에게 처분하면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

유사시 이들 재단이 의결권 되살려 경영권 방어에 충분히 악용할 수 있는 구조가 된다.

◇6년 전과 달라진 분위기…이번엔 성공할까

이러한 KT&G 경영진의 경영권 사유화에 대해 기업은행뿐 아니라 3대 주주 국민연금(6.31%)과 행동주의 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등도 문제의식을 갖고 있어 주목된다.

이들이 힘을 보탤 경우 방 사장 후보 선임 안건이 주주총회에서 부결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국민연금의 기류도 6년 전과는 달라졌다.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최근 포스코홀딩스 사외이사의 독립성에 대한 의문을 공개적으로 제기,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부가 최근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기조에 맞춰 국민연금도 방 부사장의 사장 선임안에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최대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는 행동주의 펀드인 플래시라이트캐피탈매니지먼트(FCP)의 움직임도 이러한 KT&G의 '코리아디스카운트 리스크'와 일맥상통한다.

앞서 FCP는 KT&G가 주주의 이익을 배제하고 사익을 추구하고 있다며 국민연금에 사장 선임 과정에서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촉구한다는 서한을 발송하기도 했다.

외국계 투자자들 역시 현 경영진에 우호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경우 ISS 등의 보고서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 반대표를 던질 수 있다"면서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 등 분위기와 맞물려 KT&G 사장 후보가 낙마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촬영 김윤구]

hjlee@yna.co.kr

이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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