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일본증시 부활①] 정부·중앙은행·연금·거래소 합작품

24.03.13.
읽는시간 0분

일본 도쿄에 위치한 재무성

[※편집자주: 닛케이225지수가 버블경제를 뛰어넘는 사상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습니다. 이는 정부, 연금, 거래소 등의 합작품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특히 한국은 일본이 지난 10년간 진행했던 '기업가치 제고 정책'을 참고하려 합니다. 연합인포맥스는 일본 투자환경 활황을 이끈 주역 등을 만나 현지에서 보는 투자환경 분위기 및 전망을 담은 기사를 연속 송고합니다.]

(도쿄=연합인포맥스) 서영태 송하린 기자 = "도쿄증권거래소의 개혁은 주식시장을 밀어 올린 한 가지 요인 중 하나일 뿐입니다."

13일 일본 도쿄 주오구 도쿄증권거래소에서 만난 거래소 관계자는 한국에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도쿄거래소 개혁처럼 증시를 밀어 올릴 것이란 기대감이 상당하다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일본 수출기업 중심인 닛케이225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배경에는 도쿄거래소의 기업가치 개선 권고뿐만 아니라 다양한 요인이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 일본은행·재무성, 엔화 절하로 수출기업에 호실적 안겨

도쿄 치요다구에서 만난 JP모간 도쿄지사의 니시하라 리에 수석 전략가는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로 달러화 대비 100엔 수준에서 움직이던 엔화 가치가 150엔 수준으로 떨어진 게 일본주가 상승의 주요 동력이라고 풀이했다.

엔저 덕분에 도요타 같은 일본 수출 대기업이 달러화로 벌어들인 돈이 엔화로 환산했을 때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니시하라 전략가는 지난해 이어 올해에도 닛케이225지수가 랠리를 보인 것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엔화 약세가 한동안 더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엔저는 고금리 정책을 편 연준과 초저금리를 고수한 일본은행의 정책 차이에서 기인하는데, 일본 재무성도 엔화 가치를 방어하지 않고 절하를 허용하는 정책을 펼쳤다. 사실상 일본 정부가 수출기업의 실적을 높여주고자 엔저를 선택한 것이다.

이에 수출 대기업으로 구성된 닛케이225지수는 엔저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중소기업으로 구성된 주가지수는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과를 보였다.

일본 중앙은행의 초저금리는 엔저라는 호재만을 낳은 게 아니다. 워런 버핏 같은 외국인 투자자가 매우 싼 금리로 엔화 자금을 조달해 일본 주식을 담는 투자방식을 가능케 했다.

지난해 11월 워런 버핏이 이끄는 미국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는 1천220억 엔(약 1조 원) 규모의 엔화 채권을 발행한 바 있다. 다양한 만기의 채권을 발행해 조달한 엔화 자금을 활용해 일본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려는 것으로 풀이됐다. 워런 버핏은 지난해 4월에도 엔화 채권을 발행한 바 있다.

일본은행은 과거부터 증시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입하면서 장기간 주가지수 하단을 떠받쳐오기도 했다. 2010년부터 국채와 함께 자국 ETF를 사들이면서 한때 연간 6조엔 규모로 매입하기도 했다. 일종의 금융시스템 안정화 정책으로 중앙은행이 주식을 매입하는 정책은 다른 나라에서 찾기 힘든 방식이다.

시장은 ETF 매입 중단을 시사하는 일본은행이 향후 ETF를 어떻게 처리할지 주목하고 있다. 일본 보험사인 닛폰생명 산하 닛세이기초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현재 일본은행 보유 ETF의 시가는 약 71조엔으로 평가이익은 34조엔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 증시 떠받친 일본 고래 연금…투자자에 판 깔아준 거래소

일본판 국민연금인 공적연금(GPIF)도 일본 주식시장에서 큰손으로 활약하고 있다. 시장에선 GPIF가 일본주식 투자 규모를 늘리면서 일본 증시를 견인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GPIF는 자산배분 정책에 따라 일본 주식 비중을 25%로 유지하고 있다. 총 226조4천142엔(약 2천12조원)을 운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500조원어치 일본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GPIF 관계자는 "일본 주식을 크게 늘린 2014년 이후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던 일본 증시가 10년이 지난 현재에 와서야 크게 올랐다"고 설명했다.

GPIF가 도입한 스튜어드십코드도 일본 상장사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GPIF는 2020년에 피투자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는 다양한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기로 했다. 위탁운용사의 스튜어드십을 강조하면서 상장사에 신사업 모델을 제시하거나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할 경우 수수료를 올려주는 정책을 펼치기도 했다.

이러한 GPIF의 정책은 도쿄거래소의 개혁이라고 불리는 '자본비용과 주가를 의식한 경영' 이니셔티브와 맥락을 같이 한다. 한국에서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재탄생한 이 이니셔티브는 피투자기업과 투자자의 활발한 소통을 강조한다. 이에 일본 상장사가 사업적인 측면과 아울러 주주환원도 강화하는 흐름이다.

도쿄거래소 관계자는 "상장사와 투자자가 소통하고 수익성과 성장성, 주주환원을 개선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제공해주는 게 거래소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투자자가 참여적인 주주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며 "이외에도 다양한 거시경제적·정책적 요인이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고 덧붙였다.

ytseo@yna.co.kr

서영태

서영태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와 KB Think 글자가 함께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입니다. KB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