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인포맥스) 서영태 송하린 기자 = "일본은 기다릴 줄 아는 나라입니다. 금융산업 정책의 성과도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합니다."
13일 일본 도쿄에서 연합인포맥스와 만난 금융당국 관계자는 일본의 금융산업 정책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단기 실적을 추구하는 한국과는 다른 정치·문화적 배경 아래 일본 금융청이 긴 호흡으로 정책을 수립·시행한다는 것이다. 금융청은 우리나라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합쳐진 기관이다.
◇ 기시다 정권, 해외 운용사 유치로 투자 활성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자산운용 입국(立國)' 정책도 마찬가지다. 중장기적으로 자산운용산업을 키우고 국민의 투자소득을 늘리는 게 골자다.
일본인은 우리나라와 비교해 투자를 멀리하는 편이다. 버블 붕괴 이후 주식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강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초저금리 환경도 채권처럼 이자소득을 주는 자산의 매력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일본인은 차라리 장롱에 현금을 보관한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은행에 따르면 가계의 금융자산은 지난해 8월 말을 기준으로 2천115조 엔(1경8천786조 원)에 달하는데, 예·적금 비중은 1천117조 엔(9천921조 원)이다.
일본 정부는 이처럼 막대한 가계 자산을 서서히 증시에 끌어들일 계획이다.
자금이 필요한 혁신 기업의 성장을 이뤄내고, 근로소득이 적은 일본 고령층에 투자소득을 분배하는 선순환을 '자산운용 입국'을 통해 노리는 것이다.
이 정책 중 일본 정부가 강조하는 부분은 해외 자산운용사 유치다.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일본 자산운용업계의 한계를 극복할 방안으로, 선진적인 투자 노하우를 가진 글로벌 운용사가 일본 운용사와 함께 매력적인 투자상품을 선보이라는 포석이다.
AIF APAC 행사에서 만난 일본 금융청 관계자는 "영어만을 사용해도 비즈니스와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는 자산운용 특구를 조성하려 한다"며 "국제 금융 중심지 이니셔티브는 일본 정부의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투자기관은 일본 사업을 확대하는 분위기다. 미국 KKR이 현지 대형 금융사인 SBI홀딩스와 회사를 세우고 일본 가계를 대상으로 대체투자상품을 선보이는 게 하나의 사례다. 앞서 미국 블랙스톤도 노무라증권과 함께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해외 부동산 펀드를 판매했고,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도 미쓰이 스미토모 트러스트 홀딩스와 제휴를 맺은 바 있다.
◇ 기업 지배구조 개선도 장기적으로 추진
10년 전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기업 지배구조 코드' 도입 때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해온 거버넌스 개혁도 기시다 총리표 자산운용 입국의 한 갈래다.
일본 상장사가 사업뿐만 아니라 주주환원에도 힘쓸수록 더 많은 국내외 투자자가 일본 주식에 투자한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는 도쿄증권거래소가 작년부터 상장사에 '자본비용과 주가를 의식하는 경영'을 권고한 게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조처다. 도쿄거래소는 기업과 투자자가 협의해 수익성과 주주가치를 높이는 플랫폼 역할을 하겠다고 자임한다.
일본 금융청 관계자는 "형식에서 본질로 나아가야 한다"며 "기업과 투자자의 자발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민간과 소통하며 '자산운용 입국' 정책의 완성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향후에는 국내외 투자기관을 초청해 자산운용 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
일본 금융청 관계자는 "국내외 기업과 투자자의 니즈에 합치게끔 '자산운용 입국' 정책 조처를 발전시키려면 이해당사자간의 대화를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며 "(포럼을 통해) 일본 시장이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널리 알리려고 한다"고 전했다.
ytseo@yna.co.kr
서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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