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 세수 감소에 도시 유지 기능 훼손될 수도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10년 전 1억4천600만달러였던 샌프란시스코 빌딩이 작년 12월에 8천만달러에 거래됐다. 2018년에 1억달러인 워싱턴 백악관 근처 건물은 최근 3천600만달러로 가격 급락했다. 시카고에서 한때 9천만달러를 호가했던 오피스 빌딩은 올해 2월에 78% 할인된 2천만달러에 매도됐다.
미국 상업용부동산(CRE) 시장의 가격 난도질이 심각하다. 절반은 고사하고 4분의 1 가격선도 지키지 못하는 형국이다. 이제는 관련 시장 침체를 넘어서, 지역 세수 감소까지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 CRE 세수 감소에 도시 '파멸의 고리' 우려
14일(현지시간) NYT는 "오피스 빌딩의 할인은 투자자뿐만 아니라 관련 세금에 의존하는 지방자치단체 등 도시들에도 타격을 입히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애론 페스킨 샌프란시스코 감독위원회장은 향후 수년간 샌프란시스코가 10억달러의 예산 부족을 맞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CRE 세수 손실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미국 지방정부들은 이중고에 시달릴 처지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기간에 연방정부로부터 지급됐던 구호금마저 줄어들고 있어서다. 지방 재정 담당자들의 근심이 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뉴욕대학교 스턴 경영대학원의 아르핏 굽타 교수는 "예산 삭감은 미국 전역에서 도시 '파멸의 고리(Doom Loop)'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악순환이다.
굽타 교수가 설명하는 악순환은 미국의 CRE 세수 손실에 따른 도시들의 공공서비스 축소에서 시작한다. 도시 기능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려는 상황에서 다른 부문의 세금 인상으로 재차 연결된다. 기업과 주민은 점차 다른 도시를 찾게 돼 도시가 경쟁력을 잃는다. 과거 1960~1970년대의 러스트 벨트 도시들이 이러한 과정을 거쳤다는 것이다.
NYT는 CRE 가격 폭락이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나타났던 현상이라는 점을 짚었다. 다만, 지금은 코로나 이후 재택 등 근무 방식 변화의 구조적인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리인하가 단행되지 않으면 CRE 시장의 고통은 지속할 수 있다고 적었다.
CRE 자문사인 식스23의 글렌 세이드리츠 대표는 "금리가 계속 높아진다면 부동산을 구매할 자본이 줄고, 가격이 수요 부진을 반영한다"며 "안정성이 확보될 때까지 이러한 소용돌이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CRE 가치와 임대료 반영, 세수 사이에 시차가 있는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견해도 제기됐다.
도시연구소 조세정책센터의 토마스 브로시 연구원은 "신규 임대가 더 낮은 임대료를 받고 다른 건물이 낮은 가격에 팔릴 때 소유주가 세금 평가에 이의를 제기한다"며 "가치 하락은 후행적인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향후 3년 내 도시들은 재정지출 감축과 세금 인상이라는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애틀랜타·보스턴·뉴욕…대도시도 예외 없다
주요 대도시들도 피해 대상에서 예외일 순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샌프란시스코는 이미 도시 유지보수를 연기하는 실정이라고 NYT는 소개했다. 오피스 공실률이 20%를 넘어선 워싱턴도 재정 상황을 위협받고 있다고 부연했다.
워싱턴시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글렌 리는 올해부터 오는 2026년까지 4억6천400만달러의 예산 부족에 시달릴 수 있다고 걱정했다. CRE 부문의 건전성이 예상보다 악화해 지속적으로 영향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워싱턴시는 지역 프로농구(NBA)팀인 워싱턴 위저즈와 프로하키(NHL)팀인 워싱턴 캐피털스의 유출까지 대기 중이다.
뉴욕시 감사관은 뉴욕시 오피스 가치가 팬데믹 이전 고점 대비 40% 떨어지는 '최후의 날(doomsday)' 시나리오를 상정했다고 NYT는 전했다. 뉴욕시는 이 여파로 2025년에 약 3천2천200만달러, 2027년에 11억달러의 예산 부족을 겪을 수 있다고 봤다.
무디스 인베스터스 서비스는 "신용등급 부문에서 애틀랜타와 보스턴 등이 CRE 가격 변동에 취약한 곳 중 하나"라면서 "향후 몇 년간 대도시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jhlee2@yna.co.kr
이재헌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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