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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은 지금] '가스레인지 못쓰나요'…초저금리 시대 못 볼 이유

24.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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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연합인포맥스) = '뉴욕 신축 건물에 가스 스토브 금지'

지난해 초반 뉴욕주 정부와 주의회가 신축건물에 가스를 비롯한 화석 연료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내놓으면서 시선이 집중됐다.

이 법안은 앞으로 환경을 위해 가스레인지를 포함해 건조기, 온수기, 벽난로 등 화석연료 사용 기구들을 신축 건물에 설치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물론 병원이나 식당, 빨래방 등 일부에 대해서는 예외 조항도 포함돼 있다.

불에 직접 지글지글 끓인 라면과 구운 고기, 이른바 '불맛'을 내는 가스레인지는 먼 미래에는 사용할 수 없는 걸까.

출처: 정선영 연합인포맥스 특파원

새로운 물결의 방향은 전기화(electrification)다. 자동차를 전기차로 전환하는 계획뿐 아니라 주거용 건물에서도 화석 연료가 아닌 전기 제품들로 교체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뉴욕주는 2050년까지 넷제로(온실가스 배출 제로)로 가는 기후변화 대응 계획을 내놓았다.

지구 환경을 지키는 정책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이처럼 신축 건물에는 화석 연료를 안 쓰는 방향으로, 원래 쓰던 곳은 점점 바꾸도록 권고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하지만 저항도 만만치 않다.

화석 연료와 관련된 기업이나 천연가스 협회 등의 반발도 있지만 개인의 집에서 갑자기 가스레인지를 바꾸도록 하는 것도 쉽지 않다.

난방과 에어컨 시스템을 전기화하는 작업 역시 추가 비용이 든다.

그렇다 보니 당근과 채찍이 뒤따른다. 2030년까지 건물의 에너지 소비를 바꾸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하거나, 교체를 위한 비용으로 세금을 감면해주는 식이다.

건물마다 에너지 등급이 매겨지면서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뉴욕시는 최근 분석에서 뉴욕시 안의 건물 중 절반 정도가 에너지 등급이 D등급 이하라고 분석했다.

단순히 가스레인지만 사라지는 이야기가 아닌 셈이다.

뉴욕 안의 건물들이 전기화를 시작할 경우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도 커졌다.

최근 LG전자에서 추정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주거 전기화 시장은 현재 약 100억 달러(13조 3100억원) 규모로, 매년 15% 이상의 성장이 예상된다.

LG전자는 만일 미국에서 100만 가구가 집안의 주요 가전을 모두 전기화하면 기존 가스식 대비 연간 최대 60%, 약 300만톤의 탄소 저감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나무 33만 그루를 심는 효과와 맞먹는다고 LG전자는 설명했다.

국제 에너지기구(IEA)는 전세계가 2050년까지 넷제로 목표를 달성하려면 향후 30년 동안 연간 청정에너지 투자에 4조 달러 규모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과정에서 수백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고, 세계는 경제성장과 전기화, 클린 쿠킹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IEA는 내다봤다.

유럽에서도 상황은 비슷하게 전개되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최근 연설에서 추정에 따르면 유럽의 녹색 전환을 위해서는 2030년까지 연간 6천200억 유로의 추가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봤다. 이와 함께 디지털 혁신을 위해서는 연간 1천250억 유로가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변화는 최근 미국과 유럽의 통화정책 당국자들이 공감하는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바로 "과거와 같은 초저금리 시대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도, 라가르드 ECB 총재도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팬데믹 이전의 상황과는 다를 수 있음을 계속 시사하고 있다.

당국자들은 인플레이션이 향후 몇 년 내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만한 물밑의 새로운 물결에도 주목하고 있다.

최근 당국자들의 발언에서 인플레이션이나 경제 변수로 기후 변화, 녹색 전환이 언급되는 것도 비슷한 양상이라 할 수 있다.

2024년 2월 25일 케냐에서 열린 유엔 환경프로그램 총회 개막식.

출처: 연합뉴스 자료 사진

ECB 이자벨 슈나벨 이사의 발언은 그런 점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슈나벨 이사는 중립 금리인 r*가 과거보다 높아졌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r*에 상승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요인으로 녹색 전환을 꼽았다.

그는 세계대전 이후에 유럽 경제를 재건하던 수준의 투자가 일어날 수 있다고 봤다.

슈나벨 이사는 "기후변화, 녹색 전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지정학적 변화, 미·중 긴장, 인공지능과 디지털화 등은 유난히 높은 투자가 필요하다"며 "특히 기후와 자연을 보존하는 경제로의 전환은 그 자체로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유럽 경제를 재건하던 것과 비슷한 수준의 투자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몇 년은 인플레이션이 낮아지는 경로를 예상하더라도 당국자들은 적어도 2030년 정도에는 새로운 변화로 인플레이션이 자극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과거와 같은 초저금리 시대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는 당국자들의 말은 경제가 탄탄한 현 시점을 언급할 수도 있다.

동시에 좀 더 멀리 보면 이런 발언은 새로운 변화에 대한 신호일 수도 있다.

기후 변화와 녹색 전환이 미래에 숨어있는 인플레이션 자극 요인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에너지 시스템에 대한 투자는 물론 인공지능(AI) 발전에 따른 디지털화에 대한 투자도 합쳐지는 형국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나 충격이 있다면 상황은 달라지겠지만, 세계 대전 이후 경제를 되살리던 시기와 맞먹는 대규모 투자가 일어난다면 초저금리가 필요한 시기가 별로 없을 수도 있다. 경제와 통화정책이 뉴노멀에 맞춰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가능성도 열어둘 만하다.

지구를 더 오래 쓰기 위해 사람들의 삶이 바뀌어야 하는 시점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정선영 뉴욕 특파원)

syjung@yna.co.kr

정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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