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양용비 황남경 기자 = 지난해 도입된 새 회계제도(IFRS17·IFRS9)를 둘러싼 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보험사들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숫자로 보여준 사상 최대 실적이 착시효과가 아님을 증명하고자 보험사들은 올해도 이익 체력을 늘리는 데 여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이를 주도하는 곳간지기,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의 존재감은 더 커지고 있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보험사 최고경영자(CEO)에는 전직 CFO 출신들이 다수 이름을 올렸다. 수년간 IFRS17 적용을 준비하면서 CFO의 역량이 조직의 실적을 좌우하게 됐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 대형 손보사 고위 임원은 "CFO의 존재감이 예전과 달라진 게 사실"이라며 "과거에는 영업 담당 임원이 차기 CEO감이었다면, 이제는 CFO 출신을 우선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에 보험사 CFO의 면면도 예전보다 화려해졌다.
메리츠화재는 관(官) 출신을 CFO로 전면에 내세우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선욱 메리츠화재 경영지원실장은 금융위원회에서 자리를 옮긴 지 1년 만에 새 수장이 된 김중현 대표의 바통을 이어받아 CFO에 올랐다. 회계학 석사를 졸업한 그는 사무관 시절 보험과를 시작으로 주무 부서를 모두 거쳤다. 금융당국의 정책적 의중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임석현 한화생명 전략기획부문장은 CFO뿐만 아니라 CSO도 겸임하고 있는 다방면 인재다. 재무와 전략을 진두지휘하며 한화생명에서 30년 가까이 몸담아 온 '원 클럽 맨'이다.
조윤상 현대해상 전무는 경리부장을 시작으로 경영기획 전반을 살뜰히 챙겨왔다. 숫자는 물론 판매 채널에 대한 이해도 깊어 올해 국내 손보사 중 가장 높은 신계약 CSM 증대를 자신하고 있기도 하다.
박진호 교보생명 부사장은 계리학을 공부한 글로벌 인재다. 신창재 이사회 의장의 러브콜을 받아 입사한 이래 연금 계리사의 전문성을 살려 보험업계 획을 그었다. 현재는 교보생명의 기업공개(IPO)와 주주간 분쟁 등의 현안을 이끌고 있다.
오병주 KB손해보험 전무는 그룹에서 손꼽히는 '보험맨'이다. 2021년 KB금융지주 보험 총괄 상무로 선임된 이래 3년 만에 친정으로 복귀하면서 경영관리부문장이란 중책을 부여받았다. 손보와 지주를 넘나들며 그룹 차원의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박경원 신한라이프 부사장은 옛 오렌지라이프와의 물리적 합병으로 출범한 통합 신한라이프 시절부터 CFO를 맡아오고 있다. 공인회계사 출신인 그는 아더앤더슨과 한국기업평가를 거쳐 알리안츠생명 CFO와 독일 뮌헨 소재의 알리안츠그룹 지주사 기획조정본부 등에 몸담으며 숫자에 대한 전문성을 키워왔다.
조성식 미래에셋생명 부사장은 증권맨에서 보험맨으로 변신에 성공한 인사다. 특히 시장을 가까이 한 경험 덕에 자산운용 역량이 뛰어나다. 이는 변액보험 시장을 기반으로 자리매김해 온 미래에셋생명을 이해하고 성장시키는 데 큰 힘이 됐다.
김재춘 농협생명 부사장은 만 23세에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이래 조직에서 내로라하는 에이스로 성장했다. 2014년 농협생명에 둥지를 튼 이후 경영관리와 경영전략 등을 거쳐 현재 안살림을 책임지고 있다.
강필규 농협손해보험 부사장 역시 농협중앙회 출신이다. 농협손해보험에 자리한 이후 위험관리책임자, 경영기획 부사장 등 숫자로 증명해야 하는 자리에서 능력을 입증해왔다.
정진택 DGB생명 전무 역시 보험계리사로 지금의 보험업계 상황에 맞춤형 인재다. 오랜 시간 한화손해보험에서 위험관리책임자와 전략기획실장을 지내며 한화손보의 재무적·재정적 건전성을 살펴오다 IFRS17 도입과 함께 새 CFO가 필요한 DGB생명이 전격 영입했다.
송민용 ABL생명 전무는 업계에서 손꼽히는 '재무통'이다. 알리안츠생명 재무관리 부장과 재무회계 부장, 재무 실장 등을 역임한 뒤 ABL생명으로 인수된 후 임원으로 승진했다. ABL생명이 다자보험그룹에 편입된 이후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린 한국인은 송 전무가 유일하다. 그만큼 숫자는 물론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큰 인사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손보와 생보 가리지 않고 CFO 역할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회계제도 변화와 맞물려 CFO의 책임도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라며 "과거에는 숫자에 대한 전문성만 봤다면 이제는 그렇지 않다. 앞으로 CFO들이 어떻게 조직에서 활약하는 지를 보는 것도 업계를 이해하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jsjeong@yna.co.kr
정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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