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세상이 온통 물가 때문에 난리다. 월급봉투는 변한 게 없는데 장바구니 물가는 숨 막힐 정도로 높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과일, 채소 가격이 돌아가면서 오르더니 좀처럼 내려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저녁 식탁에 올려놓을 반찬거리 몇 개만 사도 몇만 원이 훌쩍 사라진다. 사과값이 너무 높아 애플레이션이라는 말도 나오고, 곡물 가격이 높으니 곡물(Agriculture)의 영어 앞 글자를 따서 애그플레이션이라는 용어도 많이 등장한다.
먹거리 물가 상승은 사실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전체의 식품 물가상승률은 2022년에 13.2%, 2023년 10.5%를 기록해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도 코코아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먹거리 물가의 고공행진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먹거리 물가가 소비자물가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고질적인 인플레이션 문제를 고착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먹거리 물가의 상승은 공통점이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식품 물가 상승의 원인이었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수급 불안과는 다른 문제다. 우리나라의 사과값 폭등은 이상기후에 따른 작황 부진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로 변화하면서 경작지가 점점 북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과의 대명사인 대구에선 이제 사과 재배가 힘들어졌고, 강원도에서 사과를 수확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애플레이션 현상은 일시적인 게 아닐 수도 있다. 초콜릿의 원료가 되는 코코아 가격 상승의 원인은 서아프리카의 가뭄과 폭우 등으로 인해 작황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조만간 초코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할 날이 올 것이다.
농산물 가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변수는 이제 무시해도 될 정도로 약해졌다. 밀과 옥수수 등 곡물 가격은 이미 전쟁 이전 수준으로 내려왔다. 그러나 또다른 복병인 기후 변화 문제가 먹거리 물가의 완전한 안정을 방해하는 시절이 왔다. 유럽에선 올리브유 가격이 1년 사이 70% 이상 올랐는데, 지중해 지역의 이상기후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브라질에선 오렌지 생산이 차질을 빚으며 오렌지주스 선물 가격이 올해 10% 이상 올랐다.
해마다 더워지는 지구와 함께 푸드 인플레이션은 뉴노멀 단계로 진입했다. 먹거리 물가 불안이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다는 의미다. 식량 재배면적은 점점 좁아지는데, 세계 인구 증가는 멈추지 않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 흐름을 고려할 때 근본적인 처방과 대책이 필요하다. 현재 먹거리 물가 상승을 단기적 수급 불안으로 보는 시각은 단편적이다. 식량 전쟁은 이제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남의 나라 얘기도 아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과일인 사과값 상승에 담긴 함의를 읽어야 한다. 먹거리 가격이 물가, 금리, 환율 등 각종 경제변수를 좌우하는 때가 왔다. 눈앞으로 다가온 식품 대란, 식량 전쟁의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하고 있는가.(편집해설위원실장)
jang73@yna.co.kr
이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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