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4월을 맞아 곳곳에서 벚꽃이 꽃을 피우며 계절 인사를 보내는 사이, 금융시장에서는 위기론이 슬그머니 고개를 쳐들었다. 대통령실에서, 한국은행에서, 국토교통부에서 입을 모아 위기는 없다고 강조하지만, 위기설의 숙주는 좀처럼 죽지 않고 있다.
금융 위기론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이다. 토지 대금의 10%로 사업을 벌여 전체 자금의 90%를 대출로 채우는 기형적인 형태의 이 사업은, 건설업계 서열 16위에 해당하는 태영건설을 한 방에 보내버리면서 시장의 공포로 자리 잡았다.
작년 12월 금융당국이 공개한 금융권 PF대출금액은 134조 원이다. 새마을금고 등 금융당국 집계에서 빠진 곳까지 최대로 계상하면 200조 원이라는 분석도 있다. 결코 작지 않은 돈이지만 모두가 부실한 것은 아니다. 연체율 2% 수준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우리 경제의 체력으로 미뤄볼 때 위기까지 거론할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시장을 불안하게 하는가. 유동성 위기를 넘긴 부동산PF 사업장이 넘어야 할 다음 관문은 사업성 리스크다. 부동산PF 리스크가 금융시장에서 최종적으로 해소되려면 PF 사업장에서 공급하는 상품, 즉 아파트가 시장에서 팔려야 한다. 이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주택시장 수급 정보가 필요하다.
국가공인 주택통계를 생산하는 한국부동산원은 부동산R114와 함께 반기 단위로 공동주택 입주예상물량을 발표한다. 지난해 전망치는 43만3천호였다. 그런데 작년 연말 국토교통부 준공실적에서 확인한 아파트 입주물량은 25만5천여호에 그쳤다. 18만8천호의 오차는 어디에서 비롯됐는가. 한국부동산원은 자료의 이력관리를 하지 않는 탓에 알 수 없다고 답했다. 국토교통부는 부동산원이 어떻게 자료를 만들어냈는지 모른다고 했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부동산원은 올해 공동주택 입주예상물량이 36만4천400여호라고 제시했다. 만약 지난해 입주 못 한 18만8천호의 아파트가 추가된다면 자칫 공급쇼크를 걱정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는 36만호가 적정한지 아니면 여기에 18만호가 추가된 54만호가 적정한지 평가할 수 없다. 수요 전망치가 없기 때문이다.
국내 주택시장의 공신력 있는 수요전망치는 장기주거종합계획에서 나온다. 주거기본법에 따라 10년 단위로 세우게 되어 있는 이 법정계획은 작년에 3차 계획이 나왔어야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나오지 못했다.
가계자산의 70%를 주택이 차지하고 그 규모가 2천800여조를 넘어서는 나라에서, 그리고 200조 원이라는 부동산PF 화약이 쌓여있는 상황에서, 주택의 수급 과잉 여부를 전망할 수 있는 지표조차 없다는 이 기막힌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4월 위기설의 배후에는 정부 당국의 무능과 게으름이 있다고 말하면 지나친 것일까. 부디 국토교통부가 분발하기를 바란다.
spnam@yna.co.kr
남승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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