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9일 증권사 이어 11일 보험사 면담…PF 사업장 구조조정 촉진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박형규 기자 = 돈줄이 꽉 막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을 향한 '4월 위기설'이 대두되면서 금융당국이 이를 잠재우기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그간 '4월 위기설은 없다'는 정부의 부인에도 건설사는 물론 PF에 발 묶인 제2금융권의 '돈맥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금융당국은 제도적 개선은 물론 신규 자금을 공급해줄 '돈 줄' 마련에 혈안인 모양새다.
◇ 금감원, 全업권 릴레이 면담…"자금공급 위한 규제 걸림돌 논의"
11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다음 주까지 전 금융업권과 릴레이 면담을 열어 PF 사업장 전반에 대한 의견을 청취한다.
5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을 비롯해 보험업권과 상호금융기관·여신전문금융회사·저축은행, 증권사 등 제2금융권이 대상이다.
금감원은 이들과 함께 부동산 PF 구조조정 활성화를 위한 사업장 현황과 함께 각 업권에 필요한 제도적 개선 방안 등을 청취할 예정이다. 더불어 PF 사업장별 경·공매 등 부실 정리 혹은 재구조화 계획을 제출받아 이행 상황을 점검할 방침이다.
지난 9일 열린 증권사 간담회에는 자기자본 3조 이상의 종합금융투자사 9곳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금감원은 부실 PF 사업장 선별 작업을 당부하며 회생 가능성이 있거나 유망한 사업장에 대한 유동성 공급 방안에 대한 이야기 등을 나눴다.
이날 예정된 보험사 간담회에도 메리츠·한화 등 대형 생명·손해보험사가 다수 참석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앞서 부동산 PF와 관련한 충당금 적립 강화나 PF 부실화에 따른 손실 인식에 대한 주문을 꾸준히 해왔는데 이에 대한 점검을 별도로 하진 않았다"며 "이에 따른 각 업권별 영향과 함께 PF 사업장 현황 등을 체크하기 위한 자리로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 역시 "이번 면담은 금감원이 방향성을 정해놓고 특정 사안을 주문하는 자리가 아니다"며 "다만 '돈맥경화' 등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당국이 금융권에 줄 수 있는 인센티브를 파악하고 규제 걸림돌을 치워주면서 PF 사업장에 자금 공급이 가능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논의하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현재 금융당국은 PF 사업장의 위험도 평가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행 상호저축은행 규정상 기존의 사업성 평가는 '양호(자산건전성 분류상 정상)-보통(요주의)-악화우려(고정이하)' 등 3단계로 나뉜다. 금감원은 이를 '양호-보통-악화우려-회수의문' 등 4단계로 분류를 세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경·공매 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조치다. PF 사업장을 파는 제2금융권 등 대주단이 향후 금리가 인하돼 부동산 업황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 탓에 부실 사업장 정리를 늦추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부동산 PF에 과도하게 투자된 금융 자금이 묶이며 소위 '돈맥경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재평가를 통한 사업장 정리 모범사례가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직접적인 가격 변수에 개입하기 어려운 금융당국은 위험 등급 분류를 세분화하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사업장 유지 비용을 높여 경·공매를 유도할 방침이다.
현재 사업성 재평가가 추진 중인 국내 PF 사업장은 3천개가 넘는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등급 세분화로 쌓아야 할 충당금이 늘어나면 사업장을 팔아야 할 수밖에 없다"며 "다만 이 과정에서 잃어버린 기회비용에 대한 보상이나 단기적으로 악화할 수 있는 재무 구조에 대한 유예 등도 함께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4월 위기설 없다지만…불안한 금융권
그간 정부는 태영건설 사태 이후 꾸준히 제기돼 온 '4월 위기설'에 대해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최근 박춘섭 경제수석 역시 브리핑을 통해 '근거 없는 낭설'이라며 4월 위기설을 정면으로 반박하기도 했다. 정상 사업장에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하는 한편, 사업성이 떨어지는 사업장은 재구조화 또는 정리하는 방안을 지속해 추진함으로써 질서 있는 연착륙을 유도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금융권과 건설업계가 느끼는 불안은 사뭇 달랐다.
지난해부터 고조된 부동산 PF 리스크에 충당금 적립 강화를 주문해온 금융당국 탓에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은 보수적인 스태스를 보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건설사의 신용보강 제공 없이는 PF 딜이 성사되긴 하늘의 별 따기였다.
한 시중은행 재무 담당 임원은 "사실상 부동산 PF의 신규 자금공급은 없다고 보면 된다"며 "작년까진 충당금 쌓는 데 혈안이 된 상태에서 두 배로 리스크를 질 순 없지 않으냐"고 꼬집었다.
부동산 PF 시장을 대하는 당국의 달라진 뉘앙스에 금융권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충당금을 쌓으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는 브릿지론 등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이야기하자고 한다"며 "상황상 당국의 입장도 이해가 되지만 다른 업권들도 난감하긴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과 비례대표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이 '단독 과반'을 달성하며 마무리된 4·10 총선 결과 역시 금융권을 불안하게 하는 요소 중 하나이기도 하다.
앞으로 현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정책에 힘이 덜 실린다면 금융권의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소위 레임덕이 빨라진다면 4월 위기설과 같은 경기 불안 요소가 현 정부의 공격 포인트가 될 것"이라며 "이 경우 은행 등이 상황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면 금융권이 져야 할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어떤 상황도 불확실하긴 마찬가지"라고 내다봤다.
[연합뉴스TV 제공]
jsjeong@yna.co.kr
hgpark@yna.co.kr
정지서
jsjeong@yna.co.kr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