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투자 기간·내년 인수금융 만기에 매각 결정한 듯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이 바닥재 제조업체 녹수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눈앞에 뒀다.
2017년 녹수 모회사인 모림의 경영권 지분을 인수한 지 7년 만이다.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뱅크 등 주요 포트폴리오 기업의 투자금 회수 환경이 여의찮은 가운데 TPG는 간만에 기분 좋은 엑시트 사례를 추가할 전망이다.
[출처: 녹수 홈페이지]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TPG는 보유 중인 모림 지분 65%를 매각하기 위해 스틱인베스트먼트와 협상하고 있다.
녹수의 창업자이자 모림 지분 35%를 보유한 고동환 대표의 몫은 이번 거래에 포함되지 않았다.
모림은 녹수를 100%(자기주식 제외) 지배하는 모회사다. 녹수 외에도 녹수의 바닥재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해외 법인들을 종속기업으로 두고 있다.
1994년 설립된 녹수는 고급 비닐 타일(LVT) 바닥재 전문 기업이다. 전 세계 50여개 국가에 진출했으며, LVT 시장 글로벌 점유율 1위다.
TPG는 2017년 12월 모림 지분 65%를 3천5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TPG는 하나은행 등으로부터 약 2천1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을 일으켰다. 5년 만기에 이자율은 5% 초반대가 적용됐다.
이후 2020년 8월 코로나19로 초저금리 환경이 조성되자 TPG는 인수금융 조기 차환에 나섰다.
TPG는 2천500억원의 인수금융을 새로 마련해 기존 대출금을 전액 상환했다. 동시에 이자율은 3~4% 수준으로 낮췄다.
TPG가 인수한 이후 모림의 실적은 빠르게 증가했다.
매출은 2017년 1천865억원에서 2022년 4천415억원으로 5년 만에 2배 넘게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21억원에서 490억원으로 증가했다.
다만 지난해에는 매출 3천516억원과 영업이익 31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20%, 36% 감소했다. 글로벌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부동산 경기 침체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렇다 보니 TPG는 2022~2023년 매각을 추진할 때 기대했던 것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를 마칠 것으로 보인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모림 지분 65%의 가격으로 4천억원대 중반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TPG 입장에서는 이미 투자 기간이 7년 가까이 지난 데다,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인수금융을 다시 차환할 경우 훌쩍 뛰어오른 금리를 부담할 것이 예상되는 점을 감안해 나쁘지 않은 조건에 엑시트를 결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TPG는 2022년과 지난해 총 260억원의 배당금도 챙겼다.
[출처: TPG 홈페이지]
TPG는 녹수 외에 주요 포트폴리오인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뱅크의 투자금 회수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2017년 카카오모빌리티 설립 때부터 투자해 온 TPG는 2021년까지 회사에 약 3천억원을 투입했다. 2020년에는 카카오뱅크에도 2천500억원을 투자했다.
다만 이들 카카오 계열사의 투자금 회수 여건은 녹록하지 않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금융감독원의 지적에 따라 매출을 인식하는 회계정책을 변경해 매출이 기존 대비 약 40% 줄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정부의 압박에 기업공개(IPO)도 쉽지 않다.
카카오뱅크 주가는 지난 9일 종가 기준 2만5천900원이었는데, 이는 2021년 공모가(3만9천원) 대비 34% 낮은 수준이다. TPG의 투자 금액인 주당 2만3천500원과 비교해도 차이가 크지 않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TPG는 지난해 말 기준 2천216억달러(약 300조원)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서 경영권 인수(바이아웃) 전략을 구사하는 아시아 펀드의 운용자산(AUM) 규모는 218억달러(약 29조원)다.
TPG 한국 사무소는 2016년부터 이상훈 대표가 이끌고 있다. 이 대표의 아버지는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며, 동생은 이상호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다.
hskim@yna.co.kr
김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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