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HuqpoTEYM9w]
※이 내용은 4월 9일(화) 오후 4시 연합뉴스경제TV의 '경제ON' 프로그램에서 방영된 콘텐츠입니다. (출연 : 권용욱 연합인포맥스 기자, 진행 : 이민재 앵커)
[이민재 앵커]
최근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며 유가가 계속해서 오르고 있습니다. 유가가 언제 어떻게 금융시장을 뒤흔드는지, 보다 큰 그림을 통해 살펴보는 것이 의미가 있을 텐데요. 오늘은 석유의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조망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마침 50년 전 석유 역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사건이 있었다고요.
[권용욱 기자]
네, 70년대 오일쇼크를 다들 들어보셨을 겁니다. 바로 1973년 10월 아랍과 이스라엘 전쟁이 일어났고, 여기서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원한 것에 격분한 OPEC 국가들이 미국과 그 동맹국에 대한 석유 판매를 금지하게 되는데요. 이 조치 전에는 유가가 배럴당 3달러가 조금 넘는 수준이었는데, 1974년 3월에는 배럴당 13달러까지 급등합니다.
이 금수 조치 이전에는 유가가 수십 년간안정세를 유지했었거든요. 그런데 1973년 이후부터 유가는 지속해, 때로는 놀라울 정도로 변동성이 커지게 됩니다.
이코노미스트
당시의 오일쇼크는 미국인들에게 상당한 정신적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하룻밤 사이에 그렇게나 치솟는 유가를 거의 처음 겪게 됐던 거니까요. 오일쇼크는 경제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 됐습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물가가 상승하면 경기는 호황에 접어든다는 케인스주의 학파가 대세를 이루고 있었는데요. 오일쇼크 때문에 물가가 오르면서 경기는 침체에 빠지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왔거든요. 그래서 영국의 마거릿 대처나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과 같은 자유시장 주의자들이 전면에 나서게 됩니다. 작은 정부를 표방하는 자유주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까지 전 세계적으로 유행을 하게 됐습니다.
[앵커]
네, 이렇게 1973년의 오일쇼크가 상당히 의미가 있었던 사건인데요. 그때부터 석유 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는데, 그만큼 시장이 선진화되는 계기도 되었다고요.
[기자]
네, 오일쇼크로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고 나서 이것이 반복되면 안 되겠다고 하는 경각심이 생기게 됩니다. 석유시장이 70년대 이후 꾸준히 선진화되면서 일종의 회복탄력성을 갖추게 됐는데요.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에 있었습니다.
지난 2022년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있었는데요. 세계 3대 산유국인 러시아에 대한 서방 제재가 나오면서 전 세계 석유 공급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확산했습니다.
북해산 브렌트유의 가격 흐름을 보면요. 러시아 침공 직후인 2022년 3월 초순 한때 배럴당 138달러까지도 올랐으나 점차 안정되며 침공 이전인 2022년 초순 수준으로 유가가 안정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세계의 에너지 시스템이 지난 1970년대보다 견고해졌다는 게 확인이 되는 것입니다. 왜 이렇게 됐느냐. 1973년 오일 쇼크 이후 석유 소비국들은 갑작스러운 공급 충격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국제에너지기구의 조율 속에 석유 비축량을 확보했습니다.
그래서 2022년 3월과 4월에 미국의 전략비축유 대규모 방출을 비롯해 사상 최대 규모의 비축유 방출이 있었습니다.
[앵커]
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석유 소비국들이 그동안 석유를 많이 비축해왔던 것이군요.
[기자]
네, 거기에 더해 석유시장 자체가 선진화된 측면도 있습니다. 1970년대만 해도 석유시장이 불안정하고 불투명했는데, 현재는 석유 시장이 2조 달러가 넘는 정교하고 투명한 시장으로 성장했거든요. 이번에 러시아의 석유 수출이 중국과 인도 등에만 제한이 됐음에도 시장은 새로운 현실에 빠르게 적응해갔습니다. 러시아가 빠진 공급 공백을 빠르게 다른 대안으로 메운 셈인데요.
무엇보다 석유 중개인들의 역할이 컸습니다. 두바이나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중개인들은 러시아산 원유의 수출 경로를 놀라울 정도로 민첩하게 변경해버렸는데요. 바로 러시아산 원유를 인도나 중국을 경유시켜 세계 각국에 재수출하는 겁니다.
인도나 중국의 정유업체는 러시아산 원유를 싼값의 정제유로 바꿔서 세계 각국에 공급했는데요. 이것을 제재 대상 원유의 '회색지대 거래'라고도 합니다. 물론 이렇게 회색지대 거래가 성행할 수 있었던 것은 서방이 관용을 베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앵커]
네, 석유시장이 과거에 비해 회복탄력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살펴보고 있는데요. 마지막으로 또 한 가지 중요한 배경이 있다고요.
[기자]
네, 1970년대와 다르게 석유시장, 더 나아가 세계 에너지 시스템의 회복탄력성이 높아진 마지막 요인은 바로 셰일 가스입니다. 셰일 가스 개발에는 수압 파쇄라는 기술이 중요하게 작용했는데요. 화학 물질과 모래를 섞은 고압의 물을 사용해 암석을 파쇄하는 기술입니다. 미국 기업들이 이런 기술을 개발해서 2000년대 초에 셰일층의 가스를 본격적으로 생산하게 되는데요.
셰일가스 생산량은 미국 석유시장을 공급 과잉 상태로 만들 정도로 빠르게 증가했습니다. 셰일가스는 천연가스의 일종인데요. 액화천연가스, 즉 LNG를 미국이 수출하는 규모도 급증하게 됐습니다. 이 때문에 지난 2022~2023년 겨울에 유럽에서 러시아산 가스가 부족했음에도 상황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는데요. 유럽은 LNG 수입량을 이전에 비해 66% 이상 늘렸는데, 수입량의 절반 가까이 미국에서 가져왔습니다.
[앵커]
셰일 가스를 발견할 수 있게 해준 기술이 수압 파쇄라고 하셨는데, 이게 석유에도 마찬가지로 효과가 있었다고요.
[기자]
네, 미국은 그래서 가스뿐만 아니라 석유에서도 생산량을 크게 늘릴 수 있었는데요.
왼쪽 그래프는 미국 천연가스 생산량이 늘어나는 가운데 셰일 가스의 비중이 70%에 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요. 오른쪽 그래프는 미국의 석유 생산량이 늘어나는 가운데 셰일 오일(타이트 오일이라고도 불림)의 비중이 60%에 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미국은 천연가스뿐 아니라 석유 생산량도 늘리면서 2018년에 세계 최대 산유국 자리를 되찾게 되는데요. 1970년대에 소련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에도 밀렸던 미국이 아주 오랜만에 왕좌에 다시 오른 것입니다.
그런데 미국이 현재 세계 에너지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볼 수는 없고요. 단지 세계 최대 강국이 더 이상 에너지 안보에 심각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만약 앞으로 고유가가 장기화한다면 미국의 셰일 비중은 더욱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앵커]
네, 50년 전의 오일쇼크 당시보다 석유시장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돌아봤는데요. 그렇다면 앞으로도 유가가 금융시장을 크게 흔들 확률은 낮다고 볼 수 있는 건가요.
[기자]
네, 최근에 문제가 되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기부터 짚어보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셰일층 개발로 미국의 석유 수입이 감소했고, 그래서 중동 지역에서 석유를 운반하는 데 대한 걱정은 과거보다 크게 줄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2000년대 들어 중국이 성장하며 중국의 석유 수요가 확대됐는데요. 2013년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이 됐습니다. 자연스레 미국의 관심은 중동에서 동아시아로 넘어오게 됐는데요.
그런데 미국의 우선순위가 바뀐 것이지 중동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닙니다. 미국은 이번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분쟁에 여전히 깊이 관여하고 있고 연루되어 있는데요. 최근에 이스라엘이 이란 영사관을 오폭하면서 이란이 발끈했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가능성이 거론되는데요. 걸프만 입구에 있는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의 5분의 1이 통과하는 곳입니다.
미국은 자체적인 셰일 오일이 풍부하지만, 그런데도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자신들의 위신이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이고 세계 경제에 미치는 충격에 대해 분명한 이해관계가 있습니다. 이란 역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중국으로 하루 100만 배럴의 석유를 수출하고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매우 크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지 않는다면 석유시장이 선진화된 덕분에 지난 1973년의 오일쇼크에 준하는 상황에 이를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다만, 한 가지 변수는 있습니다.
바로 중국이 대만을 봉쇄하거나 침공하는 경우인데요. 이렇게 되면 미국은 중국으로 들어가는 석유 공급을 막기 위해서라 호르무즈 해협을 차단하려 할 가능성이 있는데요. 사실상 동아시아와 중동에서 지정학적 위기가 동시에 폭발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네, 말씀하신 것과 같은 대규모 분쟁이 없다면 중동 지역의 혼란만으로는 유가가 시장을 뒤흔들지 않을 것이란 말씀이군요.
[기자]
네, 또 마지막으로 말씀드릴 변수는 바로 기후 위기인데요. 기후 변화와 관련된 대응의 하나로 세계 각국이 석유 공급(타국으로의 수출)을 제한하려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바이든 행정부는 기후 위기를 이유로 지난 1월에 LNG 수출시설의 신규 건설 승인을 당분간 보류한다고 발표했는데요. 또, 석유를 생산하는 국가들 입장에서 수요 예측 수준이 줄어들면 공급 자체를 줄일 수 있는데요. 수요를 예측하는 데 있어 기후 위기에 대한 우려는 매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입니다. 글로벌탄소프로젝트에 따르면 작년 석유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연간 121억톤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이것은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2% 수준이었습니다.
[앵커]
얼마 전에 주목할만한 세계적인 선언도 있었다고요.
[기자]
유엔 산하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 개최하는 연례 회의가 있습니다. 당사국 총회, 영어로는 COP이라고 하는데요. 작년 12월에 열린 COP가 28차 회의라고 COP28이라고 부르는데요. 이번 회의는 상징적이면서도 중요한 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바로 최종 성명서를 통해 세계 각국은 "화석연료로부터 멀어지는 전환을 시작한다"는 것을 선언했는데요. 그러면서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앞으로 10년간 행동을 가속하기로 했습니다.
당초 예상보다 표현이 완화되기는 했지만,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이번 회의는 석유 산업의 중심부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선언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중장기적으로 석유산업의 가장 큰 위험은 기후 위기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연합인포맥스 방송뉴스부 권용욱 기자)
※본 콘텐츠는 연합뉴스경제TV 취재파일 코너에서 다룬 영상뉴스 내용입니다.
ywkwon@yna.co.kr
권용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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