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튼튼한 조달 사이드 체계+촘촘한 자산 포트폴리오 가다듬을 것"
"자금조달 늘리면서 투자여력 확보…금리 하락기 포착 대비 태세"
(서울=연합인포맥스) 박형규 기자 = "고객과의 약속을 지켜 신뢰를 형성하고 그 신뢰를 수익으로 바꾸는 것이 제 일입니다. 저의 모든 투자는 신뢰를 기초자산으로 삼고 있습니다."
담담하고 중후한 목소리엔 한결같이 곧은 뚝심이 묻어났다. 화려한 매매 기법이 아닌, 두터운 고객 신뢰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만이 최선의 전략이라는 믿음. 그 믿음은 오랜 여의도 생활을 거치며 자연스레 박힌 한 증권맨의 굳은살이자 그가 이끄는 운용그룹의 원칙이 됐다.
양해만 한국투자증권 운용그룹장(CIO)
양해만 한국투자증권 운용그룹장(CIO)은 스스로를 회사의 곳간지기라고 일컫는다. 회사의 자산을 지키면서도 안정적인 트레이딩 수익을 확보하는 것이 그에게 주어진 임무다. 그래서 양 그룹장은 '신뢰받는 증권사'로서의 목표를 강조한다.
양 CIO는 11일 연합인포맥스와 인터뷰에서 "큰 수익만을 좇아 리스크를 더 많이 지게 될수록 증권사의 신뢰도와 평판이 흔들리기 마련이죠. 시장과 고객의 신뢰를 잃은 증권사는 결코 좋은 수익을 거둘 수 없습니다"고 말했다.
매 순간 리스크와 맞서 싸워야 하는 것은 증권사의 숙명이다. 자금 조달과 자산 운용을 전담하는 운용그룹에는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양 그룹장은 리스크를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절대 수익도 중요하지만 결국 그걸 위험의 크기로 나눈 리스크 조정 수익률을 관리하는 것이 운용 업무의 핵심입니다. 그렇기에 리스크와 리턴을 조화롭게 살필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짜는 데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기존 증권가에서는 양 그룹장을 두고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전략가라는 평이 많았다. 손실을 최소화하는 투자가 그의 트레이드마크처럼 여겨져 왔다. "보수적이라기보다는 합리적인 투자 전략이라 말씀드리고 싶어요. 회사 전체의 조달ㆍ운용 체계를 안정적으로 가동하면서 꾸준한 마진을 뽑아내는 것이 바로 운용그룹의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작년 말 운용그룹 지휘봉을 잡으면서 양 그룹장은 크게 두 가지 목표를 세웠다. 첫째는 어떠한 어려움도 견뎌낼 수 있는 튼튼한 조달 사이드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둘째는 조달된 자금을 바탕으로 초단기에서부터 장기까지 촘촘한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운용 사이드를 가다듬는 것이다.
"이처럼 두 사이드에서의 전략이 시너지를 만들 때 지속가능한 수익 창출이 가능해집니다. 회사의 안정적인 마진 구조를 다듬고 물려주는 것이 CIO로서 해야 할 일이 아닐까요."
금융권 입문 후 주로 주식을 다뤄왔던 그였지만 '주식맨'을 넘어 자본시장 전체를 조망하는 안목도 키워왔다. 장난스레 더 이상의 '주식맨' 타이틀은 정중히 거절하겠다고도 전했다. 운용그룹을 이끄는 지휘자의 입장에서 주식이든 채권이든 결국은 밸류에이션을 살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과거 리서치 팀장 업무를 하면서도 기업의 자금 스케줄이나 흐름을 진단하고자 채권 분석을 끊임없이 주문했습니다. 운용사 CIO가 돼서는 주식, 채권을 비롯해 대체투자까지 아우르는 역할도 맡았었고요. 매크로 측면에서 주식이냐 채권이냐, 혹은 다른 자산이냐를 결정하는 배분 전략을 짜는 것이 제 역할이기에 어느 한 분야에도 소홀할 수 없습니다."
특히 그는 채권을 다루면서 금리가 경제 전반에 긴요한 역할을 하는 기초 인프라와 같다고 꾸준히 강조해왔다. 그래서 금리 분석을 바탕으로 한 채권시장 대응에도 관심이 크다.
"현재 미국 금리가 국내 금리를 꽉 잡고 있는 형국입니다. 아직은 내려갈 수 없는 상황이죠. 다만 하반기 어느 시점엔가 금리가 내려가기 시작한다면 이를 대비한 채권 전략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양 그룹장은 현재 자금 조달을 체계적으로 늘리면서 투자 여력을 확보하는 단계라고 전했다. 금리 하락기에 포착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거시경제와 결부해 신산업 분야의 트렌드를 읽는 것도 그의 주요 관심사다. 양 그룹장은 최근 뜨겁게 부상하고 있는 인공지능(AI)이 경영, 금융, 전자상거래 등 여러 산업군을 효율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바이오산업을 경기 사이클에 구애받지 않고 구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유망 분야로 주목했다.
"재작년과 작년엔 한국 경제가 미ㆍ중 갈등에 적응하는 과정을 겪으며 고생했지만, 올해는 회복기에 들어서는 시점이 아닐까 전망합니다. 이에 더해 금리도 하락 국면으로 접어들면 바이오나 의약 분야처럼 인재 유치와 투자가 많이 이뤄진 산업군이 안정적인 수요를 바탕으로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양 그룹장은 끊임없는 공부와 성장을 강조했다. 투자의 세계는 지식과 경험을 꾸준히 축적해놓지 않은 자에게 결코 높은 수익률을 허락하지 않는다고도 조언했다.
"저는 자본시장으로부터 참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쓰라린 실패의 경험도, 따끔한 교훈도, 짜릿한 성공의 혜택도 모두 시장으로부터 얻었습니다. 그러니 항상 지식과 경험을 쌓는 데 게을리하지 말고 준비하십시오. 자본시장은 반드시 준비된 당신을 키워 줄 것입니다."
hgpark@yna.co.kr
박형규
hg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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