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4.10 총선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이 수성에 성공하거나 예측을 뒤엎고 승리한 지역구의 면면을 보면 서울 송파병을 제외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동작을, 용산, 마포갑, 분당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들 지역은 부동산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고, 후보들이 재건축 관련 공약을 대거 내놨던 곳으로, '정권 심판' 보다는 '부동산 이슈'가 판세에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12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4.10 총선에서 지역구 90석을 얻는 데 그쳐 참패했지만, 부동산 가격이 높은 일부 지역에서는 출구조사를 뒤엎고 승리했다.
용산구는 출구조사 결과 국민의힘 권영세 후보의 득표율이 49.3%로 더불어민주당의 강태웅 후보(50.3%)보다 열세였지만, 예측을 뒤집고 권 후보가 51.77%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동작을 출구조사에서는 민주당 류삼영 후보가 52.3%로 국민의힘 나경원 후보(47.7%)를 앞섰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승자는 나 후보(54.01%)였다.
마포갑에서도 국민의힘 조정훈 후보가 출구조사 결과를 뒤집었고, 분당갑에서는 안철수 후보가, 분당을에서는 김은혜 후보가 예상을 깨고 당선됐다.
출구조사와 실제 투표 결과가 달랐던 이변이 일어난 지역은 모두 부동산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고, 대부분 재건축과 재개발 이슈가 있는 지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를 두고 이들 지역에서는 정권 심판론보다는 정부가 총선 전에 공을 들였던 부동산 규제 완화가 먹힌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올해 초 '1·10 대책'을 통해 안전진단 없이도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재개발의 경우 노후도 요건(30년 넘은 건물이 차지하는 비율)을 67%에서 60%로 낮추겠다고 발표하는 등 대대적인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약속한 바 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부동산 공시 가격을 시세의 90%까지 끌어올리는 지난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민주당은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법제화해 2035년까지 달성하겠다는 정반대 방향의 공약을 내걸었다.
지역구에 따라 한 발짝 더 나간 공약을 발표한 국민의힘 후보도 있었다.
분당을에서 당선된 김은혜 후보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폐지, 기부채납비율의 전국 최저 수준으로 완화 등을 주민들에게 약속했다.
재초환 제도는 재건축으로 얻는 조합원 이익이 인근 집값 상승분과 비용 등을 제외하고 8천만원을 넘을 때 초과액의 최고 50%를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재초환법은 개정안이 작년 12월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는데, 김 후보는 넉 달도 지나지 않아 이를 폐지하겠다는 파격적인 공약을 내세운 것이다.
이 밖에 서울 '한강 벨트'의 도로 지하화 역시 더불어민주당은 올림픽대로만을 약속한 반면, 국민의힘은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까지 지하화하겠다며 부동산 공약에 힘을 줬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총선 결과의 지역 분포를 보면 (국민의힘 승리 지역이) 부동산 가격 수준이 높은 주거지역"이라며 "정부의 세금 감면 관련 이슈나 이후의 정비 사업 추진, 이런 부분들에 대한 기대치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선거 결과 민주당과 범야권이 189석에 달하는 의석을 가져가면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폐지 등 주요 정책이 무산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법무법인 율촌은 "정부·여당을 중심으로 논의됐던 재건축 부담금 폐지와 윤 대통령이 약속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기 등은 민주당이 반대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예상했다.
jhhan@yna.co.kr
한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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