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뒤에서 뒷정리하는 중이다. 다른 사람은 전투 중인데, 해서 뭐가 달라지나. 여기서 많은 것을 배웠다. 배운 많은 것들은 앞으로 글과 강의를 통해서 하겠다"
제22대 총선을 4개월 앞두고 예상과 달리 재선 도전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홍성국의원. 지난해 12월 불출마를 선언했고, 3개월여가 지난 뒤 그는 '꿈꾸는 미래학자'로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초선의 홍 의원은 민주당의 손꼽히는 경제정책 전문가였다. 대우증권 수장을 지낸 그는 민생경제위기대책은 물론 코인 진상조사 등 경제·금융통으로, 제1야당의 경제 상황판을 책임졌다. 국회정무위원회 야당 간사로 국회의원 역할을 마무리 중이다.
4.10 총선이 끝났다. 이제야 풀어놓는, 다시 꿈을 꾼다는 그의 선택을 보니 여전한 여의도 대표 증권사 대우증권, 그 절정기를 수놓았던 시절이 떠오른다. 2000년대 초반 리서치 투자전략부장 시절, 심수봉의 개여울을 함께 부르던, 꿈꾸는 홍성국의 귀환이다.
2014년 10월의 대우증권 사장 인선은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몇 번의 연기 끝에 엎치락뒤치락 반전을 거듭했던 KDB대우증권 사장 경쟁에서 당시 홍성국 부사장이 이겼다.
KDB대우증권은 사장후보추천위원회와 이사회를 잇따라 열어 홍 부사장을 사장 후보로 결정했다. 당시 최종 후보군 3명의 면면은 화려했다. 홍 부사장을 비롯해 이영창 전 대우증권 부사장, 황준호 상품마케팅총괄 부사장. 이들은 김기범 사장의 중도 사임으로 생긴 사장 공석을 채울 사람들이었지만, 대우증권 공채 출신인 데다, 후배들의 명성이 두터웠다. 누가되든 '탄생하면 대우증권 사장 첫 공채 출신'의 타이틀을 거머쥘수 있었는데 홍부사장이 주인공이 된것이다.
자유인이 된 홍성국은 서강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1986년 입사해 대우증권 사장이 되기까지 28년간 '대우증권맨' 외길을 걸어왔다. 특히 리서치센터에서 20년 넘게 잔뼈가 굵었다. 투자분석부장, 기업분석부장에 이어 리서리센터장을 두 차례나 맡았다. 홀세일사업부장과 미래설계연구소장도 역임했다. 애널리스트 출신답게 글쓰기도 즐긴다. '디플레이션 속으로', '글로벌 위기 이후', '미래설계의 정석', '세계가 일본 된다'를 출간했다.
당시 KDB대우증권 신임 사장에게는 조직 추스르기라는 큰 임무가 있었다. 김기범 사장이 중도 퇴진하며 구동현 산은금융지주 부사장이 사장 직무대행을 맡아 굴곡이 심했던 만큼 사장직을 둘러싸고 말이 많았던 때다. 산은 쪽과 코드가 맞는 인사가 될 것이라는 하마평이 많았다. 당연히 외부 출신이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당시 최고경영자 사이의 내분이 몰고 온 KB 사태가 판을 바꿨다. '뿌리부터 내부 출신'. 여의도는 대우, 다른 곳도 아닌 대우증권 공채 출신만 찾았다.
그렇게 당시 내부 출신으로 압축된 후보군 3파전 속에 특정인이 유력하다는 소문도 파다했지만, 홍 부사장이 대우증권 사장에 오른다. 얼마 안 돼 2014년 대우증권은 미래에셋의 품에 안겼고, 통합 미래에셋대우의 주인공은 대우증권 공채가 아닌 미래에셋의 차지가 됐다. 그렇게 홍 의원은 옛 대우증권의 마지막 사장으로 남았다.
그리고 다시 10년이 흘렀다. 대우증권 출신으로 홍의원과 경쟁했던 황준호 사장은 다올투자증권 사장으로 컴백했다. 이영창 사장은 신한투자증권을 이끌며 한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대우증권 출신으로 오랜 기간 '야인'이던 이영창 사장이 신한투자증권에 간 것은 사모펀드 사태로 휘청였던 조직에 업계 잔뼈가 굵은 소방수가 필요해서였다. 실제로 그는 임기 내내 큰불은 물론 잔불까지 끄느라 정신없는 임기를 보냈다. 조직을 추스르는 게 목표였다.
그의 임기 동안 신한투자증권은 리스크 관리 덕에 한시름 덜었다. 사명을 바꾸고, 소비자보호를 내세우며 조금씩 제자리를 찾았다. 그는 신한투자증권 고문을 지낸 뒤 우리종금 사외이사로 활동하게 됐다. 역시 대우증권 공채 출신인 남기천 사장과 함께 우리종금의 증권사 인수에서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황준호 사장은 경영상황이 악화한 다올투자증권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다올금융그룹은 저축은행을 이끌던 황 사장을 증권 수장으로 전격 교체했는데, 소방수 역할을 인정해 지난해 그를 연임했다. 유동성 위기를 여러 차례 넘긴 다올투자증권에 필요한 것은 산전수전 다 겪은 정통 증권맨이었다.
전설의 삼총사를 이을 다음도 등장했다.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벤처 DNA'를 증권업계에 심겠다는 각오로 탄생한 키움닷컴증권은 리테일 1위 증권사가 되기까지 수장 자리는 창립 멤버에게 맡겨왔다. '키움맨' 김범석, 김봉수, 이현, 황현순 사장이 그 예다. 그 걸어온 길을 이번에는 대우증권 출신의 엄주성 대표가 이었다. 창립 멤버를 대신할 위기의 키움증권 대표이사 자리에 경력직 임원이 승진한 셈이다. 키움증권의 새로운 페이지가 펼쳐지는 순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엄 신임 대표는 1993년 대우증권에 입사한 뒤 기획실, 영업추진부 등을 거치면서 레전드 선배들을 봐왔다.
미래에셋증권은 곳간지기, 차기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대우증권 출신의 법률·내부 통제 전문가인 이강혁 전무에 맡겼다. 미래에셋증권의 준법감시부문 대표를 지낸 이강혁 전무는 43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법무법인 KCL에서 변호사로 일하다 2009년에 미래에셋증권의 전신인 대우증권에 입사해 법무실장 등을 지냈다.
위기는 언제나 기회고, 기회는 아는 사람만 잡는다. 과거 인재 사관학교였던 옛 대우증권의 내로라했던 전설들이 십수 년이 지나 바통을 이어받으며 업계에서 활약하고 있다. 전설의 반가운 귀환이다. (투자금융부장)
sykwak@yna.co.kr
곽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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