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물가가 순탄하게 목표 수준으로 내리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끈적한 물가 탓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 전망도 갈수록 후퇴하고 있다.
물가가 불안한 반면 내수 경기에 대한 우려를 커지고 있어 한은이 하반기 금리 인하 신호를 어느 강도로 유지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한편 한은은 12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했다. 지난해 1월 금리를 3.5%로 올린 이후 10번 회의 연속 동결이다. 이번 금리 동결 결정은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끈적한 물가…연준 인하 시점도 '후퇴'
이번 금리 동결은 시장이 예상했던 결과다. 연합인포맥스가 지난 5일 국내외 금융기관 19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원이 이번 금통위 동결을 예상했다.
한은도 지난 2월 금통위에서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 신호를 줬지만, 상반기 이내 인하가 어렵다는 점은 분명하게 선을 그었던 바 있다.
2월 금통위 당시와 비교해 보면 최근 한은의 최우선 목표인 물가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 내외(브렌트유 기준)로 상당폭 올랐다. 한은이 올해 경제전망에서 전제로 본 배럴당 83달러를 넘어섰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해 11월 대한상의 강연에서 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위로 오르면 물가 예측이 많이 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었다.
잡히지 않고 있는 농산물값 등으로 국내 물가 요인도 여전히 불안하다.
근원물가의 점진적인 하락 추세가 유효하긴 하지만, 유가와 농산물값 등으로 인한 높은 생활물가는 기대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위험도 있다. 지난 3월의 일반인 1년 기대인플레는 3.2%로 다섯 달 만에 상승 반전했다.
한은은 이번 통방문에서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 2월 전망경로에 부합하는 둔화 추세를 이어가면서 금년말에는 2%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양상 및 국제유가 움직임, 농산물가격 추이 등과 관련한 전망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 총재도 "유가가 예상보다 더 변하고 있고 단기적으로는 물가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우려했다.
끈적한 물가는 미국에서 더 큰 파장을 일으키는 중이다. 경제 상황이 주요국 중에서 독보적으로 견조한 가운데 물가도 좀처럼 떨어지지 않으면서 금리 인하 기대는 상당폭 후퇴했다.
올해 초에는 연내 6차례까지 인하가 가능하다고 봤지만, 지금은 연준 '점도표'에 예고된 3차례 인하도 쉽지 않을 것이란 회의론이 강하다.
이에따라 국내외 금리가 최근에는 가파른 반등 흐름을 나타냈다. 달러 강세도 심화했다.
◇한은 '마이웨이' 원칙은 재확인…물가 자신감↓
대내외 물가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진 반면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내수는 금리 인하 필요성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한은이 현재의 물가 상황을 기존의 진단처럼 공급측 요인에 따른 일시적인 반등이고, 근원물가에서 나타나듯 기조적인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판단한다면 내수에 한층 더 방점을 둘 수 있다.
최근까지 공개된 한은의 행보는 정책의 핵심을 내수로 옮겨가겠다는 쪽에 가까웠다.
이번 통방문에서도 그동안 유지됐던 '충분히 장기간 긴축 유지' 문구가 '충분히 유지'로 변경됐다.
다만 한은은 적극적인 금리 인하 신호는 내놓지 않았다. 금통위원의 향후 3개월 금리 결정 포워드 가이던스는 한 명만 인하 가능성을 열어 놓는 것으로 지난 금통위 대비 변화가 없었다.
수출 중심이긴 하지만 성장이 예상보다 양호할 것으로 보이는 반면 물가의 목표 수렴은 여전히 자신하기 어려운 탓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이번 금통위에서 올해 성장률이 수출 호조에 힘입어 기존 전망인 2.1%에 부합하거나 다소 높을 수 있다고 봤다.
이 총재는 "하반기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해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CPI가 하반기 2.3% 목표에 부합하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통위원들은 물가가 예상대로 연말 2.3%까지 간다고 하면 하반기에는 금리인하 가능성 배제할 순 없는 거 아니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서 "CPI가 여러 문제 때문에 패스보다 높아지면 하반기 인하가 어려울 수 있는 그런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연준의 금리 결정으로부터 국내 정책이 더 자유로워졌다는 견해는 유지했다.
연준이 피벗 신호를 보낸 탓이다. 이 총재는 "지금 문제는 미국이 금리 피벗을 하긴 할 텐데 그게 올해 중에 할 거냐, 몇 번 할 거냐, 하는 시점에 관한 문제기 때문에 통화정책에 주는 영향이 예전과 다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ECB 등의 예를 "탈동조화는 미국 시그널로 시작됐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다만 통화정책이 '연준으로부터 독립적'이란 것은 원론적이지만, 실제 정책으로 현실화할 수 있을지는 다른 문제다.
연준과 통화정책 차별화가 부각될 경우 이미 1,360원대로 고점을 높이며 2022년 말 이후 최고치로 오른 달러-원 환율의 추가 급등 위험 등이 도사린다. 최근 한은 및 외환당국의 스탠스는 환율 상승을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편이다.
하지만 한은은 2022년 하반기 두 번째 빅스텝(50bp) 금리 인상을 환율 급등에 대응한 것이라는 점을 밝힌 바 있다.
이 총재는 "제가 미국보다 먼저 할 수 있다는 것도 아니고 뒤에 한다는 것도 아니다"면서 "과거에는 미국 굉장히 많이 보고 결정했다면, 미국이 피벗 시그널 주고 나선 국내물가가 어떻게 가는지에 대한 고려가 더 크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4.4.12 [사진공동취재단] photo@yna.co.kr
jwoh@yna.co.kr
오진우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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