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지난 12일 도쿄증권거래소에서 일본 최대 부동산 기업 중 하나인 미쓰이 부동산의 주가가 8% 가까이 급등했다.
미쓰이 부동산과 주주가 대화한 결과다. 미쓰이 부동산은 2030년까지 자기자본수익률(ROE)을 현 6.9%보다 훨씬 높은 10% 이상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는데,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지난 몇 달간 나눈 "건설적인 대화가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23층 대회의실에서는 한국 상장사와 주주 간 대화의 장이 열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주재한 '기업과 주주행동주의의 상생·발전을 위한 간담회'에는 KCGI·트러스톤자산운용·안다자산운용·차파트너스·얼라인파트너스 등 행동주의 펀드와 KT&G·DB하이텍·신한금융지주·JB금융지주 등 기업들이 참여했다.
이들의 대화는 예상보다 길어졌다. 11시 20분에 끝날 예정이었던 간담회는 30분은 더 늦어진 시점에 종료됐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행동주의펀드·기업·학계 전문가가 돌아가면서 여러 가지 논리를 들며 입장을 균형 있게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대화가 길어졌다는 건 희소식이다. 운용사와 기업의 대화가 일본에서는 주주가치를 높이는 힘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은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투자자와 대화하고 있다. 프라임 시장 상장사가 투자자와 건설적인 대화를 나누며 중장기적인 기업 가치 창출하도록 도쿄증권거래소가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의 저항에도 투자자와의 대화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지난해 147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주주환원책을 발표한 다이니폰인쇄는 대화를 통해 "투자자가 추구하는 방향과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운용사가 대화를 요청하면 IR 담당자 대신 고위 경영진이 응대하는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는 게 일본 현지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다. 영국 에셋밸류인베스터스는 "일본 경영진이 자본효율성을 더 의식하며, 더 대화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일본 행동주의자 역시 부드러운 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투자기관 재팬 카탈리스트는 "건설적인 행동주의자로서 대상 기업과 건설적으로 대화하는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재팬 카탈리스트 측은 "PBR을 개선하는 방법을 들으려는 기업이 더 많아졌고, 대화의 질이 나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도 마찬가지다. 과거 외국계 펀드는 일본 기업을 공개적으로 몰아붙이는 방법을 선호하곤 했다. 2007년, 미국 스틸파트너스가 "일본 경영진을 교육하려고 왔다"라고 말한 게 하나의 사례다. 하지만 삼성물산 합병 반대 등 국내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인 엘리엇도 다이니폰인쇄의 주주환원과 관련해 대화의 퀄리티가 점차 높아진 결과라며 대화를 강조하고 있다.
올해 초 일본 니케이225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배경에는 운용사와 기업의 자발적이고도 건설적인 대화가 있었다. 운용사가 어미 닭처럼 밖에서 알을 쪼고, 기업이 병아리처럼 안에서 쪼아 조화롭게 부화하는 줄탁동시(啐啄同時)가 중요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상장사와 투자자가 더 자주 만나 더 깊은 대화를 나눈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알을 깨뜨릴 수 있을 것이다.
ytseo@yna.co.kr
서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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