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올해 11월 5일 이후 세계 경제의 방향은 어떻게 바뀔까. 바이든이냐 트럼프냐에 따라 분명 세상은 달라질 것이다. 미국 국민은 완전히 다른 생각을 가진, 정책 추구의 방향도 사실상 정반대인 두 사람 중 누구를 선택할까. 만약 그게 트럼프라면. 사실 좀 아찔하다. 누가 차기 미국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우리의 현실도 큰 회오리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을 지탱하는 핵심 축은 무기와 달러다. 미국은 무기를 통해 전 세계 경찰 역할을 하고, 달러를 통해 경제 흐름을 좌지우지한다.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이 두 개의 축은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될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미 경험해 봤지만, 예측이 현실이 됐을 때 엄청난 폭풍이 될 것이란 것을 알고 있다. 경험해 봤기 때문에 대처가 가능한 게 아니라 폭풍 속에서 어떻게 견뎌내야 하는지를 더 고민해야 할지도 모른다.
최근 미국의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의 기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트럼프의 주요 경제참모들은 트럼프가 집권하게 되면 제2의 플라자합의를 구상하고 있다고 한다. 달러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리겠다는 것이다. 미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 수출을 확대하고, 무역적자를 축소하겠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에서 중국과의 무역분쟁을 주도했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주도하고 있다는 게 폴리티코의 전언이다.
'아메리칸 퍼스트'를 외치는 트럼프와 그 참모들은 미국 경제 부흥을 위한 첫 단추로 '환율 재평가'를 고려하고 있음이 드러난 셈이다. 라이트하이저는 과거 레이건 정부에서 USTR 부대표를 지내면서 1985년 9월 22일 미국 뉴욕의 플라자호텔에서 이뤄진 G5(미국·영국·프랑스·서독·일본)의 플라자합의를 주도했던 인물이다. 그가 제2의 플라자합의를 추진하겠다고 한 것은 어찌 보면 새로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플라자합의 이후 2년 뒤 미국에 눈엣가시였던 일본의 엔화 가치는 무려 65.7%나 올랐다. 연간 4%대 고성장을 하던 일본 경제는 1990년 이후 결국 추락의 길로 접어들어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 엔화 가치 절상에 대응한 저금리 정책은 자산시장을 부풀게 했지만, 결국 버블 경제는 붕괴했다. 후과는 엄청났다. 소비는 물론 투자도 위축되고 기나긴 디스플레이션으로 접어들었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의 서막이었다.
트럼프의 외환시장 개입은 악명 높다. 1기 집권을 위한 선거운동 기간 트럼프는 "취임 직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취임 이후에는 "달러가 지나치게 강세다. 이는 우리를 죽이고 있다" (2017년 1월 31일), "미·중·일은 결국 공정한 무대에 서게 될 것이다" (2017년 2월 10일), "중국은 환율 조작에 있어 그랜드 챔피언이다" (2017년 2월 23일). 그가 쏟아낸 말들은 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외환시장은 출렁였고 미국에 대한 무역흑자를 보던 국가들은 숨죽여야 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무서운 점 중 하나로 매우 높은 '공약 이행률'을 꼽는다. 공약으로 던진 정책에 대해선 온갖 비난과 반대에도 기어이 해낸다는 것이다. 라이트하이저의 입을 빌려 제2의 플라자합의를 꺼내 든 것도 어찌 보면 허언이 아닐 수 있다. 실제로 트럼프가 당선되고 환율을 기어코 건드린다면. 집권 1기 때의 스티븐 므누신(재무장관)과 게리 콘(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과 같은 외환시장 개입 반대론자들이 측근으로 없다면. 정말 아찔해질 수 있다.
환율 변동성에 취약하고, 대외무역의존도가 높아 수출로 먹고 살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트럼프가 추진하려는 환율 재평가 정책은 엄청난 후폭풍으로 돌아올 수 있다. 금융시장은 물론 통상, 산업 전반에 끼칠 영향은 가히 엄청날 수 있다. 현실이 되지 않길 바라지만 현실이 될 가능성 자체를 눈감으면 안 된다. 정부는 물론 기업들도 온갖 정보 자산을 돌리고 가용 채널을 동원해 아웃리치(외부접촉)를 강화할 시점이다. 강한 태풍이 몰아쳐도 가장 안전한 '태풍의 눈' 속에 계속해 머물 수 있도록 하는 대비책이 필요하다. 물론 트럼프가 당선되지 않는다면 벌어지지 않을 일이지만. (정책금융부장)
pisces73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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