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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美 인플레 현장 가다…'이중 팁'과 '다중직업'이 가리키는 것

2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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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뉴욕=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Additional tips(추가 팁이 있으신가요?)"

지난주 미국 워싱턴 D.C의 한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받은 계산서 하단에 쓰여 있던 글이다. 미국의 팁 문화를 보면 새로운 일이 아니다.

다만 20% 팁이 이미 계산서 상단에 적혀 있었다고 하면 꽤 놀라울 수 있다. 20%의 팁을 고객 의사와 관계없이 반영해놓고 추가로 팁을 줄 것인지 묻는 것이다.

물론 모든 레스토랑이 그런 것은 아니다. 다만 계산서에 팁을 반영 안 한 곳은 선택할 수 있는 팁의 범위를(suggested tip) 18~25%로 이전보다 높여 제시했다.

대체로 미국 최저 임금은 대체로 정기적으로 받는 급여에다 팁을 고려해서 산출한다. 고용주 입장에선 임금 상승 압력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는 셈이다.

팁이 무서워서 식당을 찾지 않는다는 현지인들도 많았다. 가정에서 요리해 먹는 경우가 늘었다고 한다.

◇ 인플레 연쇄 작용 끝났을까…'작은 항목들의 반란'

과연 인플레의 연쇄 작용은 끝난 것일까. 자동차 가격의 급등세가 진정됐을 때 보험료가 급등할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았다. 제도적 특성 등에 후행적으로 보험료가 오르면서 전체 지수에 영향을 줬다.

인플레를 구성하는 커다란 항목은 아니지만 라스트 마일 국면에는 물가 상승률의 절대 크기가 작아지면서 작은 항목들의 영향이 더욱 커지게 된다.

'이중 팁'과 같이 잠재했던 인플레 압력은 다른 곳으로도 튈 수 있다. 한 주체가 받는 가격이 올랐을 때 다른 주체는 종전 가격을 받는다면 손해를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만 손해 볼 수 없다'는 의지에서 비롯되는 연쇄적 인플레를 막으려면 불가항력적 상황이 필요하다. 나만 힘들어진 게 아니라 모두 힘들다는 생각이 들 때다.

바로 경기 침체 또는 금융위기 상황이다. 고용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이 된다면 임금 또는 가격 인상을 요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경제 상황은 이러한 시나리오와 거리가 멀어 보인다. 애틀랜타 연은의 임금 추적기에 따르면 3월 임금은 4.7% 증가했다. 일대일 비교는 어렵지만 대략 3월 CPI의 전년 대비 상승률(3.5%)보다 오름세가 가팔랐다.

근로자의 실질 임금이 플러스 구간에 머물고 있다는 이야기다. 통화 긴축이 실물경제에 큰 충격을 주지 않는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워싱턴 D.C 근교 의류 판매점 상당수엔 채용공고가 게시돼 있었다. 상권과 시기적 특성 등도 감안해야 하지만 현지에서 느낀 분위기는 나쁘지 않아 보였다.

워싱턴 DC 근교 타이슨 코너 센터의 의류 매장에 채용공고가 게시돼 있다.

연합인포맥스

◇ 한 가장이 고인플레에 살아남는 법…'Multiple jobs'

우버를 이용하면서 만났던 기사는 가장이 인플레에 어떻게 적응하는지를 보여줬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그는 꽤 괜찮은 기업에서 창고 관리 업무를 하고 있다고 했다. 풀타임 직업인데 퇴근 이후 저녁과 밤에 우버로 돈을 더 번다고 했다.

두 아들을 둔 데다 나이도 기자와 얼마 차이가 나지 않아 더욱 관심이 갔다. 덩치는 훨씬 컸지만 두 살 어렸다.

그의 말에 따르면 밤늦게 운전하는 본인보다 플랫폼인 우버가 더 많은 돈을 가져간다. 잘못 들었나 해서 몇 번이나 되물었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이 작년 12월 발표한 보고서(Compensation Patterns of Over employed Workers)에 따르면 다중직업을 가진 사람의 시간당 임금은 단일 직업을 가진 사람보다 낮다.

이를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급여를 충당하고자 다른 직업을 찾는다는 해석도 무리는 아니다.

단일 직업과 다중 직업 보유자의 소득 비교

세인트루이스 연은

◇ '인구의 힘' vs '연준의 힘'…단독 주연은 아니야

연준의 금리 인상 폭이 워낙 컸고 이례적이었기 때문에 시장 관심이 통화정책에 지나치게 집중됐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통화정책의 영향력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인구 급증과 생산성 향상 등 경제 성장세를 구성하는 다른 주요 요인에 크게 변화가 있다면 연준만을 변수로 해석하는 시각이 적절치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미국 의회 예산처(CBO)에 따르면 작년 순 유입된 이민자는 330만명에 달했다. 2010년대 연간 평균(91만9천명)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민자 급증 영향은 뉴욕시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호텔 숙박료가 높았는데 이는 이민자와도 관련 있다고 한다. 종전의 일부 호텔이 이민자 숙소로 제공되면서 가용한 호텔이 줄어서다.

뉴욕시는 불법 이민자에게도 거주지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최근엔 이민자가 많이 늘고 재정 부담이 커지자 제공 기간을 줄였다.

이민자 영향에 인구가 빠르게 늘어난다면 경제 성장률엔 상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최근 인공지능(AI) 계발에 따른 생산성 향상에 더불어 여러 요인이 종전과 크게 달라지는 셈이다. 이 요인들이 잠재성장률을 끌어 올린다면 중립 금리도 높아질 수 있다.

최근 미국 실질임금은 플러스 구간에 머물고 통화정책의 주 파급경로인 주택시장도 꺾이지 않고 있다. 증시도 최근 조정을 일부 받긴 했지만, 고금리에 면역력을 갖춘 듯하다. 호실적은 주가를 떠받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중립 금리 상승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문제는 중립 금리의 상승이 후행적으로나 확인 가능하다는 점이다.

CBO는 순 이민자가 올해 치솟았다가 이후엔 증가율이 둔화할 것으로 봤다. (차트 참조).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 관련 재정지출과 이민자 등 여러 요인이 겹쳐 판단은 더욱 어려워졌다. (금융시장부 기자)

순이민자 등 인구증가율의 기여 요인 분석

CBO

hwroh3@yna.co.kr

노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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