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공정거래법으로 채무보증 우회행위 규제 어려워"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계열사의 자금보충약정을 공정거래법으로 제재하지 못하는 걸 두고 전문가는 공정거래법 사각지대를 우려했다.
이에 공정위는 향후 고시 등으로 채무보증을 우회하는 탈법행위에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 "현행법, 자금보충약정 제재 어려워…SPC 규제도 난항"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기업이 공정거래법 사각지대를 노려 계열사를 지원하는 행위를 공정거래법으로 규제할 수 있는 경우는 제한적이다.
먼저 특수목적법인(SPC) 없이 채무보증 또는 자금보충약정이 이뤄지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A 계열사가 채권을 발행하고 금융기관이 이를 인수했다.
같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B 계열사가 채무보증 또는 자금보충약정을 통해 A 계열사를 지원한다면 공정거래법으로 채무보증만 규제할 수 있다.
채무보증과 유사한 효과를 지니는 자금보충약정은 법으로 제재하기 어렵다.
공정위는 자금보충약정이 채무보증과 유사한 효과를 갖더라도 계열사가 직접 보증한 게 아니라면 채무보증제한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채무보증에서 채무자가 돈을 못 갚으면 채무보증인이 채권자에게 보증을 제공한다"며 "자금보충약정에선 채무자에게 자금을 주고 채권자에게 갚으라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자금보충약정은 민법상 보증에 포함이 안 되니 규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채무보증이나 자금보충약정에서 SPC가 있으면 공정거래법으로 더 제재하기 힘들다.
공정거래법상 채무보증이란 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가 '국내 금융기관 여신과 관련해' 국내 계열회사에 대해 하는 보증을 말한다. 하지만 공정위는 SPC가 금융기관이 아니므로 규제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 "TRS 계약도 공정거래법으로 규제할 수 없어"
SPC 없이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는 상황도 공정거래법으로 제재하기 힘든 것으로 분석됐다. 또 SPC를 통해 TRS 계약을 맺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TRS는 거래 당사자가 계약기간 내 기초자산 거래에서 발생하는 총수익을 상호 교환하는 파생상품이다. 통상 기업은 SPC를 활용해 TRS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A 계열사가 채권을 발행하고 SPC가 A 계열사 채권을 인수했다. 같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B 계열사와 SPC가 TRS 계약을 체결했으면 SPC는 총수익 매도자, B 계열사는 총수익 매수자가 된다.
금융기관이 계열사와의 TRS 거래를 고려해 SPC에 대출을 실행했다면 채무보증 같은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런 거래가 채무보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SPC가 금융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공정위는 TRS 계약에서 계열사가 직접 보증을 제공한 게 아니라 채무보증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는 채무보증 금지제도를 회피할 목적으로 TRS 계약을 활용했다면 공정위가 제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롯데케미칼이 롯데건설 사채 지급보증을 한 경우도 채무보증 규제를 적용할 수 없는 것으로 판단됐다.
지난 2월 롯데건설은 사채 2천억원을 발행했다. KB증권,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등 5곳은 총액인수방식으로 사채를 인수했다. 이때 롯데케미칼이 사채 지급보증을 했다.
금융기관이 롯데건설 사채를 직접 인수하고 롯데케미칼이 지급보증했다면 채무보증에 해당할 수 있다. 하지만 증권사가 총액인수를 했기 때문에 채무보증이 아니라는 게 공정위 입장이다. 증권사가 향후 사채를 재매각하면 기관 등이 인수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또한 공정거래법으로 제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한 공정거래법 전문가는 "총액인수는 증권사가 사채를 인수한 후 기관이나 불특정 다수의 공모투자자에게 배정하는 절차를 거친다"이라며 "시장 상황이 좋지 않으면 증권사가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공정위는 이를 채무보증으로 보고 규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최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으로 건설사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롯데케미칼 지급보증이 없었으면 증권사가 롯데건설 사채 총액인수를 결정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 공정위 "추가 고시로 탈법행위 대응 강화"
연합인포맥스가 기업들이 채무보증을 우회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하자 공정위는 향후 탈법행위 제재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정거래법 제24조에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계열사가 다른 계열사에 채무보증을 제공하는 걸 금지한다. 또 동법 제36조에서 이런 규정을 회피하려는 탈법행위도 제재한다.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42조에서는 탈법행위 유형과 기준을 열거했는데 동일한 내용의 채무를 대신 부담하는 행위와 교차 채무보증행위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전문가는 이런 탈법행위 유형이 제한적이라 대기업의 채무보증 우회를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공정위는 향후 고시 등을 통해 채무보증을 우회하는 탈법행위 유형을 추가할 계획이다.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42조에 따르면 탈법행위 방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공정위가 정해 고시하는 행위도 탈법행위로 금지할 수 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ygkim@yna.co.kr
김용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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