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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위기인가①] "삼성도 잘못하면 망할 수 있다"

2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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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경영 총괄 10년째에 마주한 '위기론'

이건희 '위기 경영' 재조명…매번 도약 계기로 삼아

[※편집자주 : '재계 1위' 삼성이 또 한 번 위기론에 휘말렸습니다. 유례없이 냉혹한 대내외 경영환경 속에서 좀처럼 실적 반등 기회를 잡지 못하며 임원들이 주말을 반납하는 등 비상 경영에 돌입했는데요. 이재용 회장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아직 사법 리스크를 털어내지 못해 한계가 있단 시각이 존재합니다. 다행히 삼성은 이건희 선대회장의 '위기 경영'을 바탕으로 여러 차례 위기를 극복해 본 경험이 있는 곳입니다. 이에 연합인포맥스는 이 선대회장의 경영 철학을 재조명하고 삼성이 처한 현재의 위기를 다각도로 짚는 기사 네 꼭지를 송고합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삼성도 잘못하면 망할 수 있다. 지금이 진짜 위기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이 생전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던 경고다. 그는 틈만 나면 삼성 경영진에게 위기의식을 가지라고 불호령을 내렸다. 그룹 수뇌부는 물론, 임원들에게도 가차 없었다고 한다. 일명 '이건희의 위기 경영'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단순한 품질 개선을 넘어 조직의 체질 변화를 주문했다. 그렇게 1993년 '신경영 선언'과 1995년 '애니콜 화형식' 같은 역사적 장면들이 탄생했다. 신경영 선언 당시 그룹 간판이던 삼성전자[005930]를 '이미 망한 회사'라고 혹독하게 깎아내려 경각심을 줬다는 일화는 두고두고 회자된다.

당시 삼성 내부엔 충격이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그룹 전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밤잠을 설친다던 이 선대회장의 위기의식이 고스란히 전해진 결과다.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은 훗날 "처음엔 자존심이 상하고 서운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선대)회장의 말씀을 들을수록 위기감이 절절하게 느껴졌다"고 회고했다.

◇냉혹한 대외 환경…임원 주말 출근도 강행

최근 삼성 안팎에선 또다시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 선대회장이 2014년 5월 용산구 자택에서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경영에서 손을 뗀 지 10년째인 올해 짙은 위기감이 삼성에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바꿔 말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다음 달이면 그룹 경영을 총괄하기 시작한 지 만 10년이 된다.

기본적으로 대외 여건이 좋지 않다. 갈수록 심화하는 미·중 무역 갈등에 끝 모르고 오르는 유가와 환율, 글로벌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 장기화까지. 삼성을 둘러싼 글로벌 경영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냉혹하다는데 이견이 없다.

'기업활동의 적(敵)'인 불확실성도 점점 커지는 모습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에 이어 이란-이스라엘 충돌로 고조되는 지정학적 긴장과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 등이 맞물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은 무엇 하나 기업에 우호적이라고 할 만한 요소가 없다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평가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

[촬영: 유수진 기자]

삼성 임원들이 최근 주말 중 하루를 반납하고 주6일 출근을 강행하기 시작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사실상 자발적으로 비상 경영에 돌입한 셈인데, 조직 내부에 위기 상황이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단 방증으로 볼 수 있다. 한마음 한뜻으로 위기 극복에 나서자는 취지다.

이와 관련해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삼성은 글로벌 경제 위기의 영향을 받고 있다"며 "특히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사업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으니 위기라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천덕꾸러기' 된 반도체…쉽지 않았던 1년

'삼성 위기론'의 중심엔 단연 삼성전자가 있다.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 여파가 좁게는 전자 계열사, 넓게는 그룹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단 우려다.

주말 출근의 진원이 삼성전자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반도체 불황을 겪으며 지원·개발부서 임원 일부가 먼저 주6일 근무를 시작했고, 이번에 다른 계열사 임원들이 동참하는 형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위기'가 '삼성의 위기'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절대 쉽지 않은 1년을 보냈다. 연말 성적표만 봐도 '위기'란 단어가 절로 떠오를 정도다.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6조6천억원으로 2022년(43조4천억원) 대비 84.9% 뒷걸음질 쳤다. 같은 기간 14.3% 빠진 매출이 티가 잘 안 날 정도로 수익성 악화 정도가 심각했다. 심지어 별도 기준으로는 11조5천억원 마이너스(적자)라 올해 법인세도 내지 않는다.

SK하이닉스, 세계 최초 12단 적층 HBM3 개발

[출처:SK하이닉스]

이 같은 실적 부진의 배경엔 4분기 내내 수조원대 적자를 피하지 못한 반도체(DS)가 있다. 2018년 연간 45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던 '효자'가 한순간에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지난해 적자 규모가 15조원에 달한다.

업황이 바닥을 찍은 영향이지만 마냥 외부 환경만 탓할 수도 없다. 뼈아픈 실책도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개화와 맞물려 각광받기 시작한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권을 SK하이닉스에 내주며 '1등' 명성에 금이 갔다. 이 선대회장이 있었다면 당장이라도 호통을 쳤을 일이다. 파운드리에서도 선두 TSMC와의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는데, 갑자기 인텔이 '세계 2위'를 외치며 삼성 자리를 넘보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올해 들어 반도체 업황이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다만 기대만큼 속도가 붙을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반복된 '위기 극복'의 역사…이재용은 어떻게

재계에선 삼성전자가 지금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에 주목한다.

이 선대회장의 위기 경영은 단순히 현실 진단에 그치지 않았다. 그의 입에서 위기란 단어가 나올 때마다 삼성은 새로운 각오를 다졌고, 빠르게 대응 전략을 마련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로 삼았다. '삼성의 역사'를 '위기 극복의 역사'로 보는 시각이 존재하는 배경이다.

예컨대 신경영 선언(1993년) 이후 체질 개선에 나선 삼성전자는 1995년 국내 기업 최초로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했다. 이 선대회장이 2007년 중국이 쫓아오고 일본은 앞서가고 있다며 '샌드위치 위기론'을 꺼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 속에서도 차별화된 경쟁력을 자랑하며 2010년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위기'와 '기회'가 맞물렸다고 봐도 무방하다.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 빈소 조문한 이재용 회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때와 달리 지금 삼성엔 이 선대회장이 없다.

그의 경영 철학을 물려받은 아들 이재용 회장에게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올해로 10년 차 총수가 된 이 회장이 삼성의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하는 숙제를 짊어지고 있다. 하루빨리 풀어내야 초격차·초일류 기업 지위를 앞으로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

그간 이 회장도 "이병철 창업회장이 창업하고 이건희 선대회장이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삼성을 글로벌 초일류기업으로 성공시켜야 한다는 책무를 알고 있다"며 "이러한 책무를 다하기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을 것"이라고 의지를 보여왔다.

다만 한계가 있다. 이 회장은 아직 사법 리스크를 완전히 털어내진 못했다.

sjyoo@yna.co.kr

유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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