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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위기인가②] 일단 '투톱' 유지 했지만

2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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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희-경계현 '2인 대표 체제' 4년차

실적 부진으로 인사 직전까지 '설왕설래'

(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인사만사(人事萬事). 연말 인사 시즌이 되면 자주 눈에 띄는 사자성어다. 직역하면 '사람의 일이 곧 모든 일'이란 뜻으로, 알맞은 인재를 꼭 맞는 자리에 써야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의미다.

기업들이 매년 적잖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인사를 실시하는 이유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인사가 중요하지만, 그중에서도 회사를 책임지는 최고경영진 인사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변화의 폭을 최소화한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DX부문장과 DS부문장 '투톱' 체제를 유지하면서 두 부문의 수장인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을 그대로 앉히기로 한 것이다. 사실상 변화가 없는, '안정'에 진한 방점을 찍은 인사였다.

통상 유임은 인사권자가 힘을 실어줬다는 의미로 해석되곤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의 경우 마냥 안심해도 되는 처지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오히려 올해 반드시 눈에 띄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사실상의 '압박'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사업 실적이 아닌, 불확실한 경영환경과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 등 삼성을 둘러싼 대내외적 위기 요인들이 인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다.

삼성전자 대표이사인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과 경계현 DS부문장(사장)

[출처:삼성전자]

2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27일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통상 12월 초에 인사를 내던 것과 달리 이례적으로 일주일 정도 앞당겼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사업 부진과 관련해 쇄신 차원에서 조기 인사 카드를 꺼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가장 관심을 끈 건 '2인 대표 체제' 유지와 두 부문장의 유임 여부였다. 삼성전자의 사업부문은 크게 TV와 휴대전화, 세탁기, 냉장고 등 완제품을 만드는 DX와 반도체사업을 하는 DS로 나뉜다.

한 부회장과 경 사장은 2021년 말 조직개편으로 DX, DS 양대 부문 체제가 갖춰졌을 때부터 서로 손발을 맞춰왔다. 두 사람이 나란히 선 모습은 누가 봐도 익숙하고 자연스럽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난해 삼성전자 실적이 전반적으로 맥을 추지 못하며 미묘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실적 부진이 체제 유지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기 시작한 것이다.

유례없는 반도체 불황에 DS는 매 분기 2조~4조원대 적자를 냈고, 가전(VD/DA)도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 '삼성' 이름값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나마 MX가 '갤럭시S23' 흥행으로 연간 13조원의 흑자를 내며 체면치레했다.

[출처:삼성전자]

이에 인사 발표 한참 전부터 설왕설래가 많았다. 인사라는 게 실제 오픈되기 전까진 누구도 확언할 수 없어 수많은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다고 하지만 지난해엔 유독 정도가 심했다.

한때 7월 조기 인사설이 돌았고 한종희 부회장 자리를 노태문 MX사업부장(사장)이 꿰찬다는 얘기도 들렸다. 아예 DX부문에서 MX를 분리해 한종희-경계현-노태문 '3인 대표 체제'로 간다는 소문도 있었다. 철저히 영업실적에 근거를 둔 뜬소문이었다.

삼성전자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재빨리 진화에 나섰지만, 쉬이 사그라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모두 아니었다.

회사 안팎의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보니 이름이 거론된 당사자들도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고 알려진다. 이들 모두 최종 인사 내용을 통보받기 전까지 본인의 거취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후임으로 마땅한 인물이 없어 유임이 결정됐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특히 삼성이 인사를 내기 열흘 전인 11월17일 검찰이 이재용 회장에게 부당 합병 및 회계 부정 혐의로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삼성으로서는 총수 공백이란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자연히 안정에 무게를 둔 인사를 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삼성전자는 "2인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해 경영 안정을 도모하는 동시에 핵심 사업의 경쟁력 강화, 세상에 없는 기술 개발 등 지속 성장이 가능한 기반을 구축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한 부회장과 경 사장은 올해 최대한 퍼포먼스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철저히 성과를 기반으로 점수를 매기는 기업에선 최고경영자라고 해도 언제든 책상을 정리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 사장의 경우 내년 3월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기도 한다. 물론 임원에겐 정해진 임기가 없다는 게 디폴트(기본값)다.

여건도 나쁘지 않다. 한 부회장은 작년 말 VD사업부장 자리를 용석우 사장에게 넘겨 과중한 업무 부담을 일부 덜었고, 이달 초 AI가 적용된 신제품을 대거 출시해 가전에서 반전 기회를 노리고 있다. 경 사장 역시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상황이 긍정적이다.

sjyoo@yna.co.kr

유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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