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올해 보험사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어로 손꼽히는 롯데손해보험 인수전에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우리금융지주가 뛰어들었다.
과거 관(官)가에 몸을 담았을 때부터 국내 금융회사는 '종합금융그룹'이 돼야 한다고 말해왔던 임종룡 회장이 증권사에 이어 보험사까지 인수하며 마지막 퍼즐을 끼울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다만 시장에선 우리금융의 출자 여력에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우리금융 역시 레이스 초반부터 '오버페이는 없다'며 승자의 저주에 선을 긋는 모양새다.
25일 금융권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손보 매각 주관사인 JP모건이 지난 23일까지 접수한 인수의향서(LOI) 마감 결과 우리금융을 비롯해 블랙록·블랙스톤·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다수가 참여했다.
원매자들은 다음주부터 가상데이터룸을 통해 한 달여간 실사에 돌입한다. JP모건은 오는 6월께 본입찰을 진행할 방침이다.
◇ 유일한 SI 우리금융…임종룡, 제2의 게임체인저 찾나
이번 예비입찰에서 가장 눈길을 끈 원매자는 유일한 전략적투자자(SI)인 우리금융이다.
앞서 우리금융은 민영화 과정에서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과 우리아비바생명(현 DGB생명)을 매각하면서 현재 5대 금융그룹 중 유일하게 증권사와 보험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이에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장 차원에서 M&A를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임종룡 회장의 의지가 가장 크게 반영됐다는 게 우리금융 안팎의 설명이다.
임 회장은 경제관료 시절부터 국내 금융회사는 종합금융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여수신을 기초로 하는 은행 그룹의 재무적 튼튼함을 기반으로 자본시장, 더 나아가 자산운용으로의 확장을 통해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게 임 회장의 지론이었다.
그런 임 회장은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시절 당시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하며 자본시장에서 존재감이 없던 농협금융의 체질을 바꿔놨다. NH투자증권은 현재 농협금융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며 농협금융 계열사 중 유일한 톱티어 자회사로 자리매김했다. 현재도 농협금융 인사들에게 NH투자증권 인수는 임 회장의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로 회자하고 있다.
이에 임 회장이 우리금융 회장으로 취임할 당시부터 금융권 '빅 딜'을 내다보는 시각이 짙었다.
임 회장 역시 취임 전부터 게임체인저가 되지 못하는 매물들은 들여다보지 말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은 향후 한 달간 진행될 실사에서 롯데손보가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지 꼼꼼히 들여다볼 방침이다.
롯데손보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천16억 원, 순자산은 1조2천760억 원이다. 보험사의 미래 수익 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은 2조3천966억 원이다.
물론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연간 실적을 살펴본다면, 우리금융(2조5천170억원)이 M&A를 통해 KB금융(4조6천319억원)과 신한금융(4조3천680억원), 하나금융(3조4천516억원)을 당장에 따라가긴 역부족이다.
하지만 90% 이상의 은행 의존율을 보이는 우리금융에 최소 3천억 원 이상의 연간 순이익을 담보해 줄 수 있는 보험사 매물 역시 현재로선 롯데손보가 유일하다.
◇ 증권사 인수서 줄인 출자여력 보험사에…CET1은 역부족
우리금융의 약점은 제한된 '자본여력'이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금융의 보통주자본(CET1) 비율은 11.94%로, 13%대를 유지하고 있는 다른 금융지주와 비교해 2%포인트(P) 가까이 낮다.
현재 중장기 CET1 비율 목표치를 13% 수준으로 제시하고 있는 우리금융에 M&A는 가장 큰 독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비어있는 증권사 포트폴리오를 채우고자 포스증권이란 의외의 선택을 한 것을 보면 보험사 인수에 기대 이상의 출자를 계획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당초 자산관리(WM) 비즈니스가 가능한 증권사를 찾는다던 우리금융은 자본금 500억 원 남짓의 포스증권을 사들여 우리종금과의 합병을 검토 중이다.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삼성증권 같은 게임체인저가 나오기만 한다면 모든 금융지주가 유상증자를 해서라도 사겠지만, 현재로서 (증권사는) 돈을 들일만한 물건이 없다"며 "최소 비용으로 라이선스만 획득해 증권사를 채울 테니 그만큼 보험사를 사는데 더 투자하겠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귀띔했다.
반면 롯데손보의 약점은 '비싼 몸값'이다.
통상 보험사는 순자산과 CSM의 합에 경영권 프리미엄, 그리고 할인율을 반영해 기업 가치가 산정된다.
게임체인저에 비유되는 롯데손보는 현재 2조4천억 원의 CSM을 기반으로 최대 3조원 가까운 몸값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롯데손보를 한 번이라도 내부 스터디를 해 본 금융지주들 입장에선 1조5천억 원 이상 지불하기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롯데손보의 시가총액은 1조2천억 원 정도다.
한 금융지주 재무 담당 임원은 "과거 보험사 빅딜로 불리는 푸르덴셜, 오렌지 등의 사례를 고려하더라도 2조원 이상을 주기는 힘들다"며 "보험사의 가치가 그때와 다르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금융지주가 감내할 수 있는 적정 가격 수준이라는 게 있는데 대주주와의 간극이 작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롯데손보 지분은 최대주주인 JKL파트너스(77.04%)와 호텔롯데(5.02%), 우리사주(1.93%), 기타 소액주주로 구성돼 있다.
JKL파트너스는 지난 2019년 3천700억 원에 지분 53.49%를 사들인 뒤 3천6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77.04%까지 지분율을 확대했다.
JKL파트너스는 오는 10월 만기가 돌아오는 인수금융의 리파이낸싱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더불어 롯데와의 브랜드 사용 기간은 연장이 가능하다. 물리적인 시간에 쫓겨 가격을 내려 팔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JKL 측도 매각가에 대한 이견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굳이 싸게 팔 의향도 없는 상태"라며 "딜 구조에 따라 다양한 시나리오가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롯데손해보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jsjeong@yna.co.kr
정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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