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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집값이 위험하다

24.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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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 블루칩 서울, 작년 착공감소 최대

위태로운 서울집값 부동산 PF 정리 유탄 맞나

[https://youtu.be/kWJzqo_VJ-w]

※이 내용은 4월 24일(수) 오후 4시 연합뉴스경제TV의 '경제ON' 프로그램에서 방영된 콘텐츠입니다.(출연:남승표 연합인포맥스 기자, 진행:이민재 앵커) 출처 : 연합인포맥스(https://news.einfomax.co.kr)

[이민재 앵커]

주택시장에서 서울이 차지하는 위상은 독보적입니다.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가 블루칩, 우량주로 꼽힌다면 주택시장에서 서울이 바로 그런 존재죠. 그래서 주택시장이 침체에 빠져도 서울은 괜찮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인데요, 이런 서울 주택시장이 위태롭다고 합니다. 기업금융부 남승표 기자와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앵커]

서울이라고 하면 주택시장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지 않습니까? 똘똘한 한 채니 지역에서 원정 매수를 온다느니 하는 이야기들이 그런 점을 반영하는 것일텐데요.

[남승표 기자]

그렇습니다. 주택시장에서 서울이 차지하는 위상은 독보적입니다. KB부동산에서 조사한 아파트 중위가격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작년 3월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9억5천만 원, 수도권 5억6천만 원, 지방광역시 3억 원, 지방도 2억 원으로 조사됐습니다.

전 고점과 비교해봐도 서울 주택시장이 지니고 있는 위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지난 2022년 7월 10억9천만 원으로 고점을 찍고 하락했지만 1억 원 내외에서 방어한 데 반해 수도권은 2021년 7억9천만 원에서 5억6천만 원으로 2억3천만 원 이상 하락했습니다.

전국 아파트 중위가격 추이

[출처: KB부동산, 주택금융연구원 재인용]

[앵커]

이런 서울 집값이 흔들린다고 말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한데요.

[기자]

공급 측면에서 이상 징후가 포착됐기 때문입니다. 최근 국토연구원에서 주택시장 공급상황을 모니터링한 결과 지난해 공급실적이 연평균 대비 크게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국토연구원이 2005년에서 2022년까지 연평균 공급실적과 지난해 공급실적을 비교해보니, 인허가는 74.2%, 착공은 47.3%, 준공은 73.9%로 조사됐습니다. 연평균 공급실적보다 저조했습니다.

그런데 서울의 주택공급실적을 연평균과 비교해보면 인허가 37.5%, 착공 32.7%, 준공 42.1%로 전국 평균을 크게 하회했습니다. 수도권 실적이 인허가 69.0%, 착공 39.0%, 준공 82.2%였고, 비수도권 실적은 인허가 79.5%, 착공 47.5%, 준공 65.5%였습니다.

[출처: 국토연구원]

[앵커]

지난해 주택경기가 위축됐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요?

[기자]

일단 공급 위축의 원인으로 국토연구원이 제시한 것은 크게 금리인상, 건설원가 상승, 주택경기 위축 등 세 가지입니다. 현재 부동산PF 금리 수준이 평균 10% 수준으로 높고 건설공사비 역시 2021년 13.5%나 오른 데다 KB부동산 기준 주택매매가격지수 변화율이 지난 2022년 7월 이후 계속 마이너스 행진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뭔가 좀 이상한데요? 금리인상, 건설원가 상승, 주택경기 침체 등은 전국이 다 동일한 것 아닙니까? 서울만 공급이 특별히 위축되어야 했을 여건은 안 보이는데요

[기자]

더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작년 공급계획대비 인허가 실적을 살펴봤습니다. 전국이 82.7%, 수도권 69.4%, 비수도권 99.3%였습니다. 서울은 32.0%에 그쳤습니다. 서울은 극단적인 수준으로 공급이 위축됐다는 사실입니다.

[앵커]

서울이 주택시장에서 블루칩으로 꼽히는 곳인데 전국 평균보다는 공급 실적이 양호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금리인상, 건설원가 상승, 주택경기 침체 등이 주택공급 위축의 원인이라면 서울은 전국 평균이나 수도권, 비수도권에 비해 공급실적이 양호해야 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로 가장 많이 위축됐습니다.

[앵커]

국토연구원은 어떻게 설명합니까?

[기자]

국토연구원의 자료에서는 이에 대한 별다른 설명이 없습니다. 다만 지난 23일 국토부 기자단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비공식브리핑에서 국토연구원 관계자는 서울의 토지비가 비싼 데다 정비사업 비중이 큰 것이 원인일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서울은 원래 다른 지역에 비해 토지비가 비싸지 않나요?

[기자]

그렇습니다. 서울이 주택시장에서 가장 사업성이 뛰어난 곳으로 꼽히기 때문에 서울의 토지가격이 수도권이나 비수도권 사업장에 비해 비싼 것은 특별히 설명할 것도 없습니다. 국토연구원은 정비사업장을 통한 주택공급 비중이 높다 보니 비용상승에 따른 갈등으로 공급지연되는 사태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만, 정비사업장에서 추진위원회와 비대위 등 갈등이 벌어졌던 것이 하루이틀 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작년에만 유독 공급이 위축됐던 것을 설명하기에는 다소 모자라 보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어디에서 원인을 찾아야 할까요?

[기자]

국책연구원에서도 정확한 원인을 짚어내지 못한 것을 제가 밝히기는 역부족입니다만, 한가지 가설을 세워볼 수는 있습니다. 주택사업자들이 인허가를 받아놓고도 도저히 착공에 들어갈 수 없을 만큼 비싼 가격에 땅을 사뒀다고 보는 것입니다. 현재 서울 집값으로는 사업성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공사를 진행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정비사업장의 갈등 역시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지난 2021년과 2022년 집값 상승세를 가정하고 정비사업을 추진했는데 주택시장이 가라앉으면서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 것이 결국은 조합원 분담금 증가로 이어지고 내부 분열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앵커]

결국 열쇠는 사업성이 없다 이런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사업성이 없어서 착공을 미루고 있다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나이스신용평가가 최근 펴낸 2금융권 부동산PF 보고서에 따르면 인허가 단계에서 일으키는 브리지론PF와 착공 이후 일으키는 본PF의 만기가 올해 집중됐다고 합니다.

*그림*

최근 미분양 아파트 처리 과정에서 기존 분양계약자 혹은 입주자와 회사가 갈등을 빚는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지방 미분양의 무덤으로 불리는 대구에서는 미분양 처리를 두고 입주민들이 철조망을 두르는 사례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또 할인분양 입주자의 이사를 막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고 하구요.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이런 수준입니다.

사실 분양계약자의 입장도 이해할 만합니다. 자신들은 분양가에 계약했는데 할인계약자들이 나오면 앉아서 재산이 1~2억씩 떨어지는 셈이니까요.

[앵커]

이런 일이 서울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는 이야깁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그것도 꽤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금융당국은 이달 들어 부동산PF 정리를 위해 5대금융지주를 포함해 2금융권과도 면담을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금융당국은 사업이 되는 곳은 돈을 돌게 하고 그렇지 못한 곳은 빠르게 정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달 중으로 금융당국의 금융권 면담이 끝나게 되면 부동산PF 사업장 정리 기준이 설 것이고 이후에는 이에 따라 신속하게 정리에 들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되면 서울 주택시장도 강제 가격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앵커]

다른 변수는 없습니까?

[기자]

전세시장 불안 요인도 있습니다. 현재 수도권 주택시장 매매가격을 받쳐주는 것은 전세가격입니다. 작년 입주물량이 최근 10년 내 최소 수준에 달했던 여파인데요 이 때문에 천세대가 넘는 대규모 단지에서도 전세 물건을 찾아보기가 어렵다는 보도가 눈에 띕니다. 그런데 제가 이전 출연에서 정부가 예상하지 못한 16만호의 입주물량이 올해 돌아올 수 있다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앵커]

부동산PF만기가 올해 집중됐다는 앞서 이야기와 묘하게 겹치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공사비 조정, 공기 연장 등의 이유로 늦어진 입주물량이 올해, 내년 집중적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이전에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최근 주택사업에는 책임준공 약정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건설사는 공사비를 받든 못받든 준공은 마쳐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전세가격도 갑자기 무너질 수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해 예측했던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3만3천호였습니다. 그런데 준공실적으로 살펴본 실제 입주는 1만3천호 정도 이뤄졌습니다. 그렇다면 작년 입주물량의 두 배정도가 올해 추가될 수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은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이 2만8천호 정도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작년에 입주가 미뤄진 물량들이 올해나 내년 중에 나오게 되면 극단적인 경우 5만호 수준의 입주가 이뤄질 수 있습니다.

미분양 처리 과정에서 나오는 주택가격 하락에다 서울 주택 매매가격을 받쳐주는 전세가격의 하락이 겹치면 주택시장은 패닉에 빠질 우려도 있습니다. 현재 주택보유자들이 버티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이는데 가격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투매하는 움직임이 나온다면 그때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접어들 수 있습니다.

[앵커]

이야기만 들으면 무시무시합니다만, 사실 지금 말씀하신 것은 모두 가정이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앵커]

어떻게 해야 최악의 국면을 피할 수 있을까요?

[기자]

저는 패닉을 피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시장의 흐름이 나타나면 시장참가자들은 당황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뱅크런 같은 것이 패닉에서 나온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죠. 현재 상황이 나쁘지만 왜 발생했고 언제까지 지속될 것이다 이런 것이 예측가능하다면 상당히 고통스럽더라도 패닉은 피할 수 있습니다.

[기자]

정부는 지금 시장이 아주 예민한 상태라는 점을 인지하고 섬세하게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습니다. 부동산PF 사업장을 정리한다고 했을 때 할인매각으로 처리해야 하는 주택, 토지매각 등 청산으로 인해 사라지는 공급물량 등을 정밀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채권회수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주택시장에 미칠 파장 등을 예측해서 처리방법 등을 선택하는 데에도 신중해야 합니다. 만약 당장의 할인 매각이 시장에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면 국토부에서 마련한 공공지원 임대주택이나 구조조정리츠를 통해 매각시기를 분산시키는 방법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주택입주예정물량의 경우도 마찬가집니다. 지난해 입주예측이 왜 틀렸는지 빠르게 파악해서 원인을 규명해야 합니다. 가능하다면 월별 지역별 입주 예정물량을 상세하게 공개해 주택시장 참가자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런 주택시장 수급 정보들이 공신력 있는 기관을 통해 전파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앞서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만, 한국부동산원은 작년 입주전망이 틀린 이유에 대해 설득력 있는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작년 미입주 물량이 올해 입주하는지 여부도 확답을 못하고 있습니다. 정확한 정보 제공을 통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위기설과 같은 것으로 우리 경제가 휘둘리는 일을 막을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spnam@yna.co.kr

남승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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