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SccQy6ooprs]
※이 내용은 4월 25일(목) 오후 4시 연합뉴스경제TV의 '경제ON' 프로그램에서 방영된 콘텐츠입니다. (출연:홍경표 연합인포맥스 기자, 진행:이민재)
[이민재 앵커]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고, 글로벌 경기가 회복될 줄 모르면서 부동산 시장이 아직도 춥습니다. 이 한파는 지역을 가리지 않고 있는데요. 강남 부동산도 이 한파를 피해갈 수 없었다고요.
[홍경표 기자]
서울 강남 지역하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으로 손꼽힙니다. 물론 강남도 갈리기는 하지만요. '강남 불패'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부동산 투자에 있어서는 유망한 지역으로 꼽힙니다. 그런데도 이러한 강남 지역도 미분양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서울 강남의 핵심지역 부동산도 통으로 미분양되는 케이스가 나왔습니다. 지방에서 미분양되는 지역은 많았는데요. 이제 서울 강남까지 미분양이 퍼지는 분위기입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제가 강남 미분양 현장을 직접 찾아 취재를 해봤습니다.
여기는 강남구 개포동의 도시형생활주택. '대치 푸르지오 발라드'입니다. 12층 높이로, 78가구로 지어졌습니다. 도시형 생활주택이라는 것은 1인가구 증가에 따라 정책적으로 공급하기 시작한 주택입니다.
아까 얼핏 보기에는 아파트같이 보입니다만, 300가구 미만으로 공급되고 85㎡ 이하의 평수로 건축됩니다. 주택인데 좀 더 아파트보다 소규모 단지로 구성된다 이렇게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까 보셨다시피 바로 역 앞에 위치해 있고, 근처에 양재천도 있어서 환경은 상당히 좋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렇게 황금 입지의 '강남 부동산'에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한 것인가요.
[기자]
강남이라 분양이 잘 될 줄 알고 작년 11월에 분양을 시작했는데 분양률이 매우 저조했습니다. 거의 일부만 분양되는 수준이었는데 이마저도 다 취소됐습니다.
올해 1월 건물은 다 지어졌는데, 분양이 안 되니 텅 빈 건물로 남아있게 된 것입니다. 강남도 부동산 경기의 직격탄을 피할 수 없었죠. 이 대치 푸르지오 발라드. 왜 이렇게 된 것인지. 강남 부동산 분위기는 어떤지 근처의 공인중개법인을 찾아 이야기 들어봤는데요. 같이 한번 만나보시죠.
[앵커]
높은 분양가와 함께 부동산 경기침체가 겹치면서 이렇게 미분양이 발생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대치 푸르지오 발라드를 만든 건설 시행사나 투자한 사람들도 타격을 입었을 것 같습니다.
[기자]
대치 푸르지오 발라드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PF 방식으로 지어졌습니다. PF라는 것이 미래의 프로젝트 이익. 즉 분양을 전제로 해서 짓는 것인데요. 이렇게 건물까지 다 지어놓고 하나도 분양이 안 되면 피해가 막심하겠죠.
분양해서 빌린 돈을 갚아야 하는데, 결국 이 돈을 못 갚았습니다. 미분양으로 시행사가 지난달에 만기가 도래한 PF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면서, 채무불이행되면서 결국 공매에 넘어갔습니다.
여기 시행사는 대우건설과 이스턴투자개발이 각각 40%가량씩 투자해 설립됐습니다. 나머지 지분은 조금씩 다른 회사들이 들고 있고요. 이 시행사는 결국 파산했습니다. 이에 이 건물을 지은 대우건설 자회사 대우에스티는 결국 건설비도 못 받게 됐습니다. 공사비도 미수금이고 후순위 채권이라 회수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시행사가 파산했다는 의미는 여기에 지분투자한 대우건설은 결국 손실을 봤다는 의미고요. 자회사의 못 받은 건설비용. 미수금까지 합하면 대우건설은 수백억원 단위의 손실을 보게 된 것입니다.
[앵커]
그런데 대우건설 정도 되는 건설사가 이 정도 투자한 PF 대출을 갚을 여력은 있을 것 같은데 의아합니다. 어떻게 된 일인가요?
[기자]
결국 대우건설과 이스턴투자개발이 투자한 시행사가 PF 빚을 갚지 못한 것인데요. 대우건설은 "푸르지오 발라드 PF를 계속 끌고 갔을 때의 마케팅 비용, 공사비 인상, PF 이자 등을 계산했을 때, 계속 끌고 가는 것보다는 공매 처분으로 들어가는 것이 가장 적절하고 빠르고 확실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PF 대출을 추가로 받았을 때 분양이 안 됐다고 하면 그럼 그 대출금 만기는 어떻게 할 것인지, 이런 여러 가지 안 좋은 예상 시나리오도 나올 수 있고 최악으로 갔을 때 더 불어날 수 있으니, 냉정하게 봤을 때 손실을 미리 반영하자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지금 이렇게 되면 이 PF를 시행한 시행사와 건설사는 손실이 확정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에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 대주단은 어떻게 되는가요.
[기자]
여기에 투자한 대주단은 공매를 통해 이 건물을 팔아서 돈을 회수해야 합니다. 문제는 공매에 들어간다고 하면 분양가가 확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지금 78가구 총액 기준 1회차 최저 입찰가격은 약 1천800억원가량인데요, 8회차로 가면 970억원까지 감소합니다. 거의 반값에 가깝습니다.
지금 공매 시장에서는 반값에도 잘 안 팔리는 물건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다 분양이 될지도 미지수입니다. 원래 분양가가 높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투자자들이 돈을 회수하기는 힘들어 보이고요. 차입금 순위에 따라서 손실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손실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앵커]
결국 미분양이 PF 부실을 불러오고, 투자자들이 손실을 보게 되었군요. 주택 미분양이 상당히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강남권 미분양. 개포동만 이뤄진 것은 아니라고요.
[기자]
당초에 미분양이 문제가 된 곳은 지방 등 수요가 애초에 많이 없는 곳이었습니다. 서울은 사실 원래 미분양이 많은 곳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워낙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불패 신화' 강남 지역에도 미분양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제가 다녀온 미분양 현장은 송파구 가락동에 있는 재건축 단지 '더샵 송파루미스타'인데요. 분양가가 워낙 높게 나오다 보니 분양이 안 된 물량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결국 분양가를 4억원 깎아서 84㎡ 기준 18억원대로 다시 분양에 나섰습니다. 또 여기 말고도 인근의 잠실더샵루벤 리모델링 단지도 비슷한 케이스입니다. 여기도 임의공급 물량으로 분양이 나왔었는데, 미분양 물량이 발생했고, 106㎡ 기준 26억원 수준이던 분양가를 19억원 수준으로 낮춰서 분양에 나서고 있습니다.
[앵커]
이렇게 수요가 뒷받침되는 서울 지역에서도 미분양이 퍼지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 같은 미분양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요.
[기자]
아까 대우 푸르지오 발라드 사례에서 봤듯, 미분양이 발생하면 건설사와 여기에 자본을 투자한 시행사도 손실을 입게됩니다. 대우건설이야 대형 건설사고, 이렇게 수십억, 수백억원 손실을 한 사업장에서 입어도 버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업장이 지금 한두 개가 아닙니다. 대우건설의 경우 울산의 한 주상복합 사업장에서 PF 손실을 입고 손을 떼서 400억원가량의 손실을 작년에 입은 적이 있습니다. 위 대우 푸르지오 발라드 사례처럼 손실이 번지는 것을 막은 것입니다. 이 같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PF 손실은 비단 대우건설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대우건설처럼 몇 개 사업장 손실 처리로 버틸 수 있는 체력이 있는 건설사들은 버틸 수 있으나, 지금 중소 건설사들은 이러한 PF 손실로 줄도산하고 있습니다. 작년 건설사 폐업 건수는 581건에 달해, 거의 매년 50개에 가까운 건설사가 폐업하고 있습니다. 태영건설도 워크아웃에 들어가 있는 상태고요.
[앵커]
부동산 PF 부실이 금융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고요.
[기자]
건설사뿐만 아니라 여기에 투자한 금융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우 푸르지오 발라드도 공매에 들어갔는데, 여기도 지금 빌려준 투자자들이 돈을 떼이게 된 상황입니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금 부동산 PF 규모가 202조원인데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두배에 달합니다.
그리고 과거와 달리 손실 흡수력이 낮은 저축은행과 증권사, 캐피탈, 새마을금고등 제2금융권이 PF에 상당히 많이 투자를 했었거든요. 이 때문에 지금 과거 저축은행 사태와 같은 금융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2010년 초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경기가 급랭하면서 미분양이 급격히 증가했고요. 지금과 유사한 상황이죠. PF 연대보증을 제공했던 건설사들이 대거 부실화됐고요. 이로 인해 저축은행들의 동반 부실 사태가 빚어졌었습니다. 현재의 PF 위기는 구조 측면에서 당시와 유사하지만, PF 규모가 훨씬 크다는 점에서 위기가 더 심각할 수 있습니다.
(연합인포맥스 방송뉴스부 홍경표 기자)
※본 콘텐츠는 연합뉴스경제TV 취재파일 코너에서 다룬 영상뉴스 내용입니다.
kp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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