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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적 농협 지배구조] 반쪽짜리 '신경분리'…중앙회 상왕 노릇

24.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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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 본관

[농협중앙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지난 2012년 단행된 신용·경제부문 분리(이하 신경분리)에도 NH농협금융지주에 대한 모회사 농협중앙회의 간섭은 여전하다.

'반쪽짜리' 신경분리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지속되는 것도 인사권에 대한 농협중앙회장의 절대적인 권한을 견제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아서다.

특히, 최근 NH투자증권 최고경영자(CEO) 선임 과정에서 드러난 갈등은 그간 계열사·임원 인사에 대해 누적됐던 불만들이 수면 위로 직접 표출된 케이스라는 평가다.

◇ 신경분리 10년 넘었지만…인사 갈등 여전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조직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2012년 신경분리를 단행했다.

당시 출범한 농협금융은 신한·KB·하나·우리금융지주에 이어 국내 5대 금융지주에 이름을 올렸다.

신경분리의 핵심은 결국 '전문성 강화'였다.

종합농협으로 운영되다 보니 신용과 경제사업이 혼재돼 전문성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은 여건이 지속됐고, 법적인 분리 없이는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내외부 공감대가 쌓이면서 신경분리에도 탄력이 붙었다.

떼어낸 신용·회계 부분에 은행을 더하면서 금융지주와 은행이 설립됐고, 내부 공제사업은 생명·손해보험 자회사로 출범했다.

여기에 NH증권(옛 우리투자증권)까지 인수하면서 현재의 금융지주 체제가 완성됐다.

금융지주 외관은 상대적으로 이른 시기에 완성됐지만 문제는 인사였다.

신경분리 이후 들어온 입사자들의 경우엔 비교적 문제가 덜했지만, 이전 입사자·임원들의 소속 변경 이슈는 한동안 농협금융의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

그래서 나온 제도가 계열사 CEO 간의 협의체인 '인사교류협의회'다.

이는 변화가 급격했던 점을 고려해 고위 임원의 인사 교류가 필요한 경우엔 협의를 통해 일정 부분 예외를 두기 위해 만든 제도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결국 중앙회 출신들이 사업장을 보유한 은행 지점 등으로 내려오려는 노력을 지속하면서 잡음이 계속 커졌다"며 "전문성은 없는데 승진 자리를 잡아 먹고, 또 기회가 생기면 승진한 뒤 중앙회로 올라가는 케이스가 반복되면서 조직 분위기는 갈수록 엉망이 됐다"고 말했다.

특히, 중앙회장과의 직접적 마찰로 인사 잡음이 나온 경우도 있었다.

신동규 농협금융 2대 회장은 지난 2013년 농협중앙회와의 갈등으로 1년 만에 사퇴했고, 지난 2020년 초 이대훈 전 농협은행장은 연임 확정 후 두 달 만에 교체되기도 했다.

당시 이 전 농협은행장은 호실적을 바탕으로 3연임을 확정했지만, 이성희 전 농협중앙회장이 취임하자 두 달 만에 임기를 수행하던 중 교체됐다.

◇ 비상임이사 활용해 인사 개입

신동규 전 회장이 금융지주와 중앙회의 갈등으로 나간뒤 당시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사회적 통념과 관행에 맞게 농협중앙회가 지주회사를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농협의 문제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신경분리 직후 농협금융 회장으로 취임할 때에도 같은 우려가 있었다.

당시 임 회장은 대주주 농협중앙회 권한과 역할을 존중하면서 농협법과 금융지주사법 사이에 "운용의 묘를 살려 나가겠다"는 입장을 보이는 데 그쳤다.

신경분리 후 10년이 지나도록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것은 여전히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 지분 100%를 보유하면서 농협금융이 제 목소리를 내기 힘든 구조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자리가 농협금융 비상임이사다.

비상임이사의 경우 농협중앙회장이 추천하는 자리로 사실상 중앙회장의 의중을 임추위에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비상임이사의 입을 통해 전달된 중앙회장의 의중은 그 자체로 절대적인 힘을 갖는다.

NH농협금융 전직 임원은 "신경분리 이후 10년 이상 비상임이사가 중앙회장의 의중을 전달하면 나머지 사외이사들은 표면적인 논의를 거쳐 최종 결정을 하는 구조로 임추위가 운영돼왔다"며 "이번 NH증권 케이스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경우 중앙회장의 입장이 반영돼 인사가 완료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최근 NH증권 또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취임 직후 측근 인사를 후보로 추천하면서 문제가 커졌던 케이스다.

증권업은 물론, 금융 경력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인물을 추천하면서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앙회장과 금융지주 회장은 애초에 대립 구도가 아니다. 이 회장 또한 완곡하고 예의를 갖춰 상황을 설명했을 것"이라며 "다만, 이런 가운데서도 잡음이 지속되는 것은 결국 중앙회장 주변에 금융에 대한 이해도를 갖춘 인물이 없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jwon@yna.co.kr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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